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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며 제일 고민되는 일은 아마도 항공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
특히 인도와 같이 물가가 싼 나라는 적장 여행지에서는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항공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행 전체경비가 굉장히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도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도 있지만, 왕복 1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비싼 가격과 애매한 현지도착시간으로 인해 배낭여행객들은 거의 타는 일이 없다. 대신 홍콩이나 방콕등을 경유해서 다니는 외국 항공사들 비행기가 성수기에는 60만~70만원 정도로 비교적 싼 편이다. 게다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탑오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여행을 준비하며 우선 항공편부터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는데 순간 내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항공사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에어인디아'다.
최저가 검색을 해보니 제일 위에 짠 하고 나타나는데 델리-인천 왕복 비행기가격이 유류할증료 세금까지 포함해서 46만원이라고 써있는게 아닌가! 물론 인도여행의 비수기인 7월 출발편이라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먼저 다녀온 친구들이 말해준 비행기값에 반도 안되는 가격에 곧바로 구입해버렸다.
선지름 후고민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렇게 일단 비행기표를 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은 편했는데 에어인디아라는 항공사가 왠지 마음에 걸린다.
적어도 안전한 항공사인지는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검색을 시작했는데..이게 왠일.
인터넷을 가득 메운 에어인디아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한숨이 절로나온다.
승무원들이 얼마나 불친절하던지 불러도 올생각을 안하더군요!
기내식이 인도음식으로 나오는데 냄새가 역겨워서 하나도 못먹고 다 토해버렸습니다...
비행하는 내내 어찌나 비행기가 덜컹거리던지.. 심지어 기내 수화물을 넣는 캐비닛 뚜껑이 안닫히더군요!!
비행기를 타는 그 순간, 인도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으실거에요. 인도냄새가 시트에서부터 화~악
시트는 다 뜯어지고 더럽고 불친절하고 다시는 안탈랍니다..
대충 이런식이었다.
그래도 인도 국영항공사인데 도대체 어느정도 수준이길래 이정도 말들이 나오는건지 궁금해졌다. 안그래도 처음 가는 인도라는 새로운 세계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떨리고있었는데 이건 비행기를 타는것부터 모험의 시작이 아닌가.
하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가장 싼 표였기에...
이왕 이렇게된거 한번 타보기로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내심 궁금해진다.
내가 탄 비행기의 너무 싼 가격은 오랜 비행과 기다림을 기다려야한다는 전제가 물론 깔려있다.
서울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일단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간 후, 5시간여를 대기했다가 에어인디아로 갈아탄다. 비행기는 기착지인 홍콩을 경유해서 델리로 들어가는데 델리까지 가는 손님들은 홍콩에서 내릴 수 없고 기내에서 한시간 반 동안을 꼼짝안하고 기다려야 했다.
신종플루가 한창 번지기 시작할때라 홍콩에서 기내청소를 하며 소독약 비슷한것도 뿌려대는데 꼼짝없이 앉아서 그 모습을 한시간동안 보고있자니 꽤나 지루했다.
그렇게해서 서울에서 델리까지 걸린 시간은 총 19시간정도.
이렇게 긴 여정을 참아낼 수 있는사람만이 46만원에 비행기표를 쥘 수 있는 셈이다.
지루했던 간사이공항에서의 대기시간이 끝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에어인디아 비행기에 올랐다.
첫느낌? 내가 너무 걱정도 많이하고 상상도 많이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실망해버렸다.
물론 긴 비행시간 임에도 좌석에 개인 모니터가 있는게 아니라 빔프로젝터로 스크린에 영화를 쏘아주는 이상한 시스템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난다는 인도냄새는 처음에는 무슨말인가 했는데 자리를 잡기위해 기내로 들어가는 순간 바로 이해가 된다. 인도 현지인들이 출장용으로 많이 타는 비행기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마늘냄새가 나듯 그들 특유의 향이 비행기에 은은히 퍼져있었다.
하지만 뭐 어때. 후각은 가장 쉽게 피로해지는 감각이다. 조금 앉아있으니 이것도 금방 잊혀진다.
조금더 익스트림한 비행을 원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평범했던 에어인디아.
그렇다면 기내식은 어떨까.
사진의 기내식은 치킨커리 메뉴다. 달짝지근한 스프 비슷한것과 밥을 비벼먹을 수 있는 치킨커리. 그리고 커드(요거트)와 빵이 함께 나온다. 인도커리는 향신료가 워낙 강해서 한국사람들도 쉽게 먹기힘들다지만 기내식이라 그런지 나름 매콤한게 맛있다. 혹시나 처음먹는 음식에 속이 안좋을까봐 그때는 조금 남겼었는데, 한달간의 인도여행후 한국으로 돌아올때는 없어서 못먹을 정도였다는 전설이...^^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또 기내식이 한창 나오는 중이다.
생각보다 입에 잘 맞는 인도커리가 좋아서 이번에도 커리를 달라고 했다. 승무원이 이번 커리는 아까와는 달리 많이 매울거라면서 다른걸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는데 아무래도 나를 일본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한국인이라 괜찮다며 제일 스파이시(spicy)한커리로 주문했다.
한입 먹었는데 정말 맵다. 입이 얼얼해지는데 왠지모르게 자꾸만 손이가는 묘한 중독이 있다.
사프란을 넣어 색이 노란 밥은 커리와 함께 먹지않아도 매콤한게 한국사람 입맛에 제격이다.
하지만 사진속에 보이는 저 고추를 한입 베어물었던건 아무래도 실수였던것 같다. 매운기가 입에서 가시지 않아서 연신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 기억이 난다.
커리가 종류도 참 많다.
이번엔 야채와 함께 만든 커리라는데 달작지근한게 꽤 괜찮다.
혹시 인도에 도착하기전에 짜이를 한잔 마시고 싶다면 기내에서도 만들어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식사후에 주는 홍차를 한잔 받고, 크림과 설탕을 한봉지씩 듬뿍 넣어준다. 이때 중요한게 설탕을 아끼지말고 한포를 그대로 다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잘 저어주기만 하면 짜이 완성.
옆자리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인도 아저씨께서 알려주신 방법이다.
인도에 도착하면 제일먼저 짜이부터 마셔보고 싶다고 했더니 순식간에 만들어주신다. 맛은 꽤 좋았지만 숟가락도 안쓰시고 새끼손가락으로 짜이를 휘휘 저어서 주시던 그 미소가 참 인상깊었다. 뜨거우셨을텐데...
마지막으로 에어인디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메뉴, 베지테리안을 위한 기내식이다.
인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꽤 많기때문에 식당도 베지테리안과 논베지로 구분이 되어 영업할 정도다. 역시나 인도의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 답게 기내식도 두가지를 구분해서 주문할 수 있다.
베지테리안은 커리가 아닌 야채 볶음 비슷한게 나오는데 그리 맛있지는 않다. 향신료도 거의 안들어 있고 밋밋한 맛이라고 할까나. 한국인 입맛에는 조금 매워도 향신료가 강한 음식이 더 잘 맞는듯하다.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다.
모니터가 제대로 안나와서 당최 도착까지 몇시간이나 남았는지 알수가 없어서 답답한게 흠이랄까.
모든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비싼 비행기에 좋은 항공사만 이용하던 사람들은 에어인디아가 정말 최악으로 보이겠지만, 또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좋은 추억일거다. 어차피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쥐가 돌아다니는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이틀동안 세수한번 못하고 사막에서 침낭을 돌돌말아 자야하기도 하고 별 일이 다있다. 그런 여행을 각오한 여행자라면 에어인디아 정도는 가볍에 탑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배낭여행자의 주머니를 가볍에 해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으니.
무슨 비행기를 타든 여행은 늘 즐겁다. 새로움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인도의 푸른 하늘은 그 어느때보다 더 아름답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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