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기분좋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호텔에서 맞은 아침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늘 유스호스텔의 빵쪼가리 아침식사에 지쳐있었던 터라, 간만에 호텔에서 자게된 오늘은 푸짐한 뷔페식 아침식사부터 떠올렸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이건 호스텔보다 더하다. 버터도 없이 크로아상 하나, 바게뜨 하나에 달랑 커피와 우유. 유럽에선 원래 이렇게 아침을 먹는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이걸 먹고 어떻게 돌아다니라는건지... 한국에서 먹던 국 한대접에 밥 한공기가 그리워진다. 지난 밤에는 밀린 옷가지들을 왕창 빨아서 빨랫줄이 모자랄 정도로 방안에 걸어놓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나도 말라 있지 않았다. 급한대로 해가드는 창가에 옷을 다시 옮겨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린다. 오늘은 계획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옷이 ..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딜 가더라도 참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다는걸 느낀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면, 이름모를 외국인들 속에서 홀로 방황하게 될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국사람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렇게 많은 한국 관광객들 속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여행이 다른사람들도 다 하는 똑같은 형식적인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다들 가는 여행지 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위해, 우리는 특별한 여행지들을 몇군데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른 '생폴 드 방스'가 그 중 한곳이었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11km정도 떨어진 전형적인 중세 요새도시이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남짓 달리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예술인 마을..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는 낭만적인 이국의 해변가로 떠나는 휴가. 요즘처럼 푹푹찌는 일명 '살인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그 어느때보다 간절해진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나는 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꿈에 불과하다, 나역시 마찬가지. 한달간의 배낭여행이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때 쯤, 우리는 프랑스 남부 해안 '니스'에 들렀다. 지중해에서 즐기는 바캉스, 여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다려왔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바캉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우린 잠깐 들러가는 관광객에 불과했고, 한나절 쉬어가는 해변은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아침 일찍 니스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바다에 나가있기엔 조금 그래서, 우리는 먼저 가까운 '생폴'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지만 너무..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나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제의 역작 '롱샹성당' 안에서 수많은 촛불들을 뒤로하고 고요한 정적속에 홀로 앉아있다. 오늘 이 경험, 이 느낌, 이 기억은 앞으로 내가 건축가가 되어 활동하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속에서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참으로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방문할 여행지를 선택하던 그 때부터, 이곳 롱샹성당은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마을인 이곳 '롱샹'에는 롱샹성당을 제외하곤 특별한 볼거리도 없거니와 워낙 작고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하루를 통째로 투자해야만 들를 수 있는 곳이어서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은 특별한 계획도..
튠(Thun)호수에서의 유람선 여행 알프스의 봉우리들로 올라가는 출발지인 인터라켄. 인터라켄은 동쪽으로는 브리엔쯔 호수, 서쪽으로는 튠 호수를 끼고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이다. 스위스의 호수들은 에메랄드빛 푸른색이 감돌고, 주변으로는 만년설이 덮힌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둘러서 있어서 전세계의 그 어느 호수보다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유레일 패스'로 기차를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 유레일 패스에는 각 나라별로 여행과 관련한 여러가지 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이곳 스위스에서는, 튠호수와 브리엔쯔 호수에서의 페리 탑승권을 제공한다. 이렇게 멋진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달콤한 휴식, 게다가 요금도 공짜라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유레..
몇일전 서울에도 갑작스럽게 우박이 내린 일이 있었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6월임에도 우박이 내리자, 사람들은 정부의 잘못된 태도에 하늘이 벌을 내리는 거라며 수군수군 했었다. 그날 마침 우산도 없이 밖에있었던 나는, 채 피할 겨를도 없이 내리는 우박을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온몸이 따갑고 아프면서도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으니... 아마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그런 우박을 볼 수 없을것만 같다. 바로 유럽배낭여행중 만났던 스위스의 우박. 말이 좋아서 우박이지, 거의 폭격 세례였다. 먼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있는 우박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우박 (기상학) [雨雹, hail]지름이 5㎜~10cm인 공 모양의 얼음 조각으로 된 강수. 작은 우박(또는 진눈깨비·싸락우박이라고 함)..
지금시각 아침 8시 35분, 7월 20일. 나는 인터라켄 서역에서 바젤로 가는 intercity 기차에 앉아 창밖의 튠 호수를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있다. 그날의 기록은 자기전에 꼭 하고 싶었지만, 피곤에 지친 내 몸은 이내 잠들고 만다. 중간중간 기차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밀린 일기를 쓰듯 어제 하루를 되돌아 보곤 한다. 내가 계획한 유럽 배낭여행 전체 일정에서, 스위스는 꼭 가볼만한, 봐야할만한 관광지도 없는것 같았고 날짜상으로도 중간쯤 위치해 있었기에 그저 마음 편안하게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스위스에 온 후로 가장 큰 일(?)을 해야하는 날이다. 바로 융프라우요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2744m의 백두산을 훌쩍 넘는 해발고도 3271m의 알프스의 정상. ..
누구나 마음속에 동경하는 나라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나라에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고, 보고 싶고... 나에겐 '스위스'가 바로 그 나라였다. 알프스 산악지대에 자릴 잡은 작은 나라지만, 4개의 언어를 쓰는 민족이 26개의 칸톤을 이루어 살고있는 그곳. 한번도 가본적은 없었지만 늘 마음속에 품고있던 그런 나라였다. 드디어 오늘이다. 20년간 동경해온 바로 그곳 스위스를 찾아가는 날이다. 스위스의 일정은 3일을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첫번째 날로 스위스의 정겨운 사람냄새를 맡으러 간다. 생태도시 피렌체에서 야간열차로 밤새 달려와 가장먼저 만난 스위스의 관문은 '취리히'였다. 스위스의 자연 환경은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커다란 취리히 호수가 도심과 바로 접해있고, 커다란 배들이 호수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