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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파리, 쥐, 거미, 바퀴벌레, 도마뱀!

 이게 다 뭐냐구? 잠들기 전 침대 머리맡으로 찾아와 잘자라고 인사해주던 인도의 친구들 이름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도 못한 곳에서 저런 녀석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그래서 인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게 '잠자리'인가보다.

 그리 깔끔떠는 성격이 아닌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원래 뭐든지 맨 처음 시도하는게 항상 어렵듯,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의 잠자리에 대한 걱정은 여행을 망설이게 만들기까지 한다. 설마 도마뱀 까지 보게 될 줄이야 미처 몰랐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은 숙소에서 조차 쥐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나니 이 여행을 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잠깐 고민도 했었다.


 제일 싼 항공권을 구입한 덕분에 한국에서 인도까지는 경유에 경유를 거듭하며 무려 14시간이 걸렸다.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열한시. 우여곡절 끝에 델리 시내에 들어와서는 무작정 아무 곳이나 문을 두들겨 가며 흥정부터 했다. 복잡하고 시간 오래 걸리기로 유명한 인도의 숙소 체크인을 모두 마치고 침대맡에 배낭을 털썩 내려놓았을때 이미 시계 바늘은 새벽 두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긴 비행을 마친 후여서 더했는지는 모르지만, 공항에 내려서 방에 들어오기까지 갑작스럽게 내 눈앞에 펼쳐진 인도의 모습들은 내 혼을 쏙 빼놓아 버렸다. 깜깜한 새벽, 나는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려가듯 그렇게 첫 숙소의 내 방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침대에 누워 방금 전 몇시간 동안의 인도의 첫 느낌을 찬찬히 다시 생각해본다. 내일 아침에 해가 뜨고 밖에 나갔을때, 오늘 밤과는 또 어떻게 다를까. 내가 인도에 와 있는게 정말 맞는걸까. 별별 생각이 다 머리를 스친다.

 그렇게 조금 멍하니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펜을 들었다. 지금 이 느낌 그대로를 기록해 두고 싶었지만 글을 쓰기에는 몸이 너무 힘들더라. 그림을 한장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종이에 그려나갔다.


 그림을 그리고 나니, 보기와는 다르게 너무 깔끔하게 그려진것 같아서 머쓱했다.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사진속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숙소는 더러웠다.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는 시트와 베개피. 정신없이 계속 돌아가고는 있지만 바람은 전혀 시원하지 않았던 천장의 선풍기. 그리고 제멋대로 내려놓은 짐과 옷가지들이 한데 어우러져 방안을 가득 메웠다.

 비행기에서 만난 친구들과 한 방을 쓰게 됬는데, 그림을 그리고 앉아있는 나를 보며 넌 피곤하지도 않냐고 물어본다. 불을 꺼야 잔다며 그렇게 잔소리를 하던 친구들이지만... 결국 그날밤은 들뜬 마음에 다같이 수다를 떨다가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물론 인도의 모든 숙소들이 다 그런건 아니었다. 돈만 있으면 우리나라 뺨치는 고급 호텔에서 묵을 수도 있고, 꼭 비싼 숙소가 아니어도 운이 좋으면 이렇게 꽤 괜찮은 숙소에서 묵을 수도 있다. 라자스탄 풍의 화려한 무늬와 나름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참 잘어울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해가지고나니 약올리기라도 하듯 도마뱀이 유유히 천장을 기어다닌다. 이거참...
 아무리 창문을 틀어막고 문을 잠궈도 소용이 없다. 침대위로 기어다니지 않기만을 바랄뿐.
 그나마 여행을 하다가 들은바로는,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는 곳 보다야 도마뱀이 훨씬 낫단다. 어떤 인도사람 말로는 도마뱀이 나오는 숙소는 오히려 깨끗하다는 뜻이라는데... 글쎄..


 몸도 마음도 모든게 낯설기만 한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여행은 쉽게 지치고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밤에 숙소에 돌아와 누웠을때의 그 편안함은 한국에 있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거다.
 물론 숙소가 깨끗하면 더욱 좋겠지만, 인도에서 적당한 금액으로 그런 숙소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처음에는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혹시나 벌레가 기어올라올까, 더러운게 몸에 묻지는 않을까 괜히 더 깔끔한 척을 떨었던것 같다. 하지만 인도에서 보낸 시간이 점점 지나갈 수록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이내 눈녹듯 사라져 버리는걸 느낀다. 오히려 너무 깔끔한 숙소는 어딘가 어색했다고나 할까..^^;

 인도의 매력은 예상치 못한 순간 순간에 마주치는 풍경들 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쯤 감긴 눈으로 부시시한 머리를 털며 일어나 아침에 밖으로 나왔을때, 숙소 마당에서 보이는 멀리 사원의 모습. 어쩌면 인도여행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배움에 가까웠던것 같기도 하다. 작은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 이랄까.

 아무리 숙소가 더럽고 벌레가 나온대도 좋다.
 이런 낭만적인 숙소에서의 하룻밤 정도라면 도마뱀과 함께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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