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퀘테레의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에서의 행복했던 만찬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기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몬테로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일정이 조금 빠듯해져 버렸다. 다섯 마을 사이를 오가는 기차는 그리 자주있는 편이 아니라 시간표를 잘못 조합했다가는 다섯 마을을 다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시 우리가 향한 곳은 세번째 마을인 '코르닐리아(Corniglia)'였다. 코르닐리아는 다섯 마을중 유일하게 바다에 직접 면하지 않은 마을이다. 하지만 기차역이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마을까지는 걸어서 십오분 정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야만 한다. 높은 바위 언덕위에 있는 마을이기때문에 이번 여름 쓰나미 피해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마을이기도 하다. 코르닐리아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 코르넬리우..
친퀘떼레(Cinque terre). 이탈리아어로 '다섯(Cinque)개의 땅(Terre)'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몬테로소 이렇게 다섯 마을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이 다섯 마을들은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을 바라보고 가파른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인 관광지들과 차마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들이지만 유럽 여행자들에게는 의외로 꽤 알려져있는 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도 등록되어있단다. 흔히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럽에서 제일 아름다운 마을'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1, 2위를 다투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해안가의 조그만 다섯 마을이 이토록 유명해지게 된건 자연적, 지형적인 특성 때문이다. 지중해의 세찬 바람을 제..
옅은 오렌지빛 암모나이트가 곳곳에 남아있는 도시. 단테와 바이런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따라 찾아왔고, 베르디의 오페라를 고대의 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곳.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로마, 피렌치, 베네치아 다음으로 많이 찾는 도시.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본다는 가이드북에서 인용해온 베로나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만 보면 정말이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꼭 들러야 할 도시처럼 되어있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그저 처음 들어보는 도시일 뿐이었다. 사실 베로나에 들르게 된건 순전히 긴 여정을 잘라 가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딱히 보고 싶은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원래 알던 도시도 아니었다. 그저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베네이차에서 친퀘떼레(Cinque Terre)로 가는 길 한 가운..
자, 교환학생 생활을 정리하는 글도 올렸으니 이제 여행기는 다시 1월 초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세계일주를 하던 현재를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만나고 함께하는 여행의 첫 목적지로 정한 곳은 '베네치아'였다. 사실 베르가모에서 하룻밤을 굳이 머물지 않았어도 기차로 세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베네치아지만(그땐 막연히 멀다고 생각했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루 더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베네치아는 2007년 유럽 배낭여행 당시 갔었던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대학생인 내가 유럽에서 한 번 갔던 도시를 다시 찾을 만큼 여유로운 여행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만에 다시 이곳을 찾게 만든 건 다름아닌 바로 이 한장의 사진이다. 때는 2007년 내가 스무살이던 그 해 여름, 난생 처..
내 생애 가장 짜릿했던 6개월. 마드리드에서 한 판 잘 놀다왔습니다. 6개월 간의스페인 생활은 모두 끝이 났다. 짧았지만 너무나 즐거웠던 마드리드의 일상, 학교, 요리, 친구들. 익숙해져있었던 그 곳에서의 생활들은 이제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딱히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거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건 아니었다. 6개월이 결코 스페인 문화에 젖어들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공부도, 운동도, 노는 것도 원없이 즐기다 왔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다만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 밤, 술집을 나와 어두운 가로등 아래 친구들과 작별하며 펑펑 울었던건 조금 부끄럽지만. 집 한국에 도착한게 지난 달 23일이니 벌써 귀국한지도 오늘로 18일째다. 어느새 보름도 더 되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5년 전 유럽으로 첫 배낭여행을 떠났던 때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유럽은 생각보다 꽤 많이 달라져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있어서 특히 와닿는건 바로 '저가항공'의 대중화. 그 때만 해도 유레일패스로 기차를 타는 것 이외에는 딱히 더 저렴한 방법도, 더 편한 방법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경을 넘어 멀리 다닐 때조차 기차 보다는 비행기가 더 싸게 먹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베르가모(Bergamo)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시간 조금 못되게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다. 한국사람들에겐 그리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지만 밀라노에서 라이언에어(Ryanair)를 이용해본 사람들에게는 꽤나 익숙할 법한 도시다. 바로 밀라노행(이름만 밀라노행이다) 라이언에어 비행기가 오고가는 공항이 베르가모 공..
딱 이틀간의 짧았던 베를린과의 만남. 그 마지막은 파울, 우린이, 제시,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게될 새해 맞이다. 처음엔 우리가 머무는 토비의 아파트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할 계획이었지만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많아져 장소를 바꿨다.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 우리에게 열쇠를 전해주었던 윗집 제시도 파티에 함께 가기로 했다. 2011년 독일에서의 마지막 기록. 지금부터 새해 맞이 세 시간전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보자. 세 시간 전 집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파티장소로 가려는데 벌써부터 거리에는 폭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참 급하기도 하지. 사실 폭죽소리는 해질 무렵부터 베를린 전체에 서서히 울려퍼지기 시작했었다,. 심지어 지하철 역 안에서 마구 쏘아대는 철없는 젊은이들도 간혹..
크리스마스, 스키장, 쾰른여행 그리고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빈 맥주병들. 뒤셀도르프에서의 꿈같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12월 29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교통비가 아닐까.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또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기차 탑승은 늘 예상치 못한 초과 지출을 불러온다. 더군다나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지라 걱정을 좀 했었다. 다행히 파울이 찾아낸 기가막힌(?) 대안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기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갈 수 있었다. 오전 11 54분, 우린 뒤셀도르프 Hbf에서 완행열차에 올랐다. 베를린 도착 예정 시간은 무려 오후 8시. Düsseldorf Hbf -> Minden(Westf) -> H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