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돌아본 리조트는 지난 밤보다 훨씬 멋졌다. 물소리가 들리는 야외에 앉아 특급 요리사에게 서빙받는 아침식사 또한 최고였다. 태국 출신이라는 수석 주방장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했으며 요리 또한 입맛에 잘 맞았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손님이 거의 없어서 쾌적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첫 방송 촬영이라고 고생할 각오 단단히 하고 왔는데, 괜히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즐거움과 안락함을 뒤로하고, 오늘 우리는 푸야카 산에 올라 비박을 할 예정이다. 이 좋은 숙소를 두고 산에가서 텐트치고 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야 싶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서 우리 둘이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출국 전 사전 회의 때, 산에서 하룻밤 야영 해도 괜찮을까 ..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짐을 챙겨 북쪽으로 출발했다. 방비엥에서 북쪽으로 1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프랑스 식민지풍 도시로 잘 알려진 루앙 프라방을 지나게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볼거리도 꽤 있는 곳이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점심식사를 그 곳에서 하고 짧게 한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우돔싸이로 출발할 예정이다. 라오스는 북부 산악지대로 갈수록 도로 상태가 안좋아지고 길이 험해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오늘 하루는 차 안에서 꼼짝없이 보내게 생겼다. 점점 험해지는 산세, 북부로 가는 길 방비엥을 나서기가 무섭게 주변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길도 더 구불구불 해지고 계속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달리던 중간에 풍경이 좋은..
아빌라(Ávila)를 출발한 기차는 다시 고원을 가로질러 살라망까(Salamanca)에 도착했다. 마드리드로부터 약 220km, 기차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와 같은 '대학도시'다. 1218년에 설립된 살라망까 대학은 중세 유럽의 지성을 이끄는 한 축이 되었고, 15세기 말에는 스페인 예술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성의 숨결은 오늘날까지도 도시 구석구석에 깃들어 살라망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살라망까는 스페인 전역에서 까스떼야노(Castellano-스페인 중부 까스띠야지방의 언어, 현대 스페인어의 기원이다.)를 가장 완벽하게 구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스페인을 찾는 사람들에겐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보다 더 친숙한..
따끈한 탕속에 누워 큰 기지개로 아침을 맞았다. 전날의 피로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평소 같으면 느즈막히 일어나 출발했을 우리지만 오늘 만큼은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기로 마음이 통했다. 내가 지난 1년간 Y와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전수해준 몇 가지가 있는데 온천욕도 그중 한가지다. 발을 담가봤을때 몇 초 못견딜 정도로 뜨거운 온도여야만 근육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확실히 수안보 이후 Y는 온천욕 맹신자가 되었다. 친구는 이렇게 닮아가는 것 같다. 아침부터 열심히 씻었더니 배가 고프다. 숙소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는데 식당이 눈에 띄질 않는다. 분명 어젯밤만 해도 보였던것 같은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근처 시장까지 한바퀴 슥 둘러보았지만 김밥집 하나 보이질 않는다. 그냥 짐을 다 챙겨나와..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자락 옥녀봉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한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굽이치며 지나 지리산을 휘감아돌아 마침내 광양만에 이르러 남해바다와 한 몸이 된다. 한국에는 섬진강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참 많다. 산이 많아 동서남북으로 흐르는 강줄기도 참 많은 우리나라지만 섬진강 만큼은 어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 달 전부터 휴가를 미리 써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꼭 4월의 아름다운 어느날에 섬진강을 내달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주말, 하늘이 내려준 축복과도 같은 날씨 속에 꼭 꿈을 꾸는 듯한 이틀간의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고의 자전거길은 무조건 섬진강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섬진강을 달린다는건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섬진..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ón)은 바야돌리드를 중심으로 마드리드 서북쪽 지역을 넓게 아우르는 행정구역이다. 넓고 평탄한 고원지대와 건조한 기후는 스페인 내륙지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덕분에 까스띠야 이 레온은 이러한 환경에 아주 잘 맞는 '하몬(jamón)'과 '와인'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하몬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수 개월 이상 건조시킨 스페인의 전통 음식이다. 상온에서 매달아두고 보관하기 때문에 건조한 날씨는 필수다. 우리나라처럼 습도가 높은 곳에선 수입해오는 것 조차 쉽지가 않은 음식이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 역시 건조한 날씨와 물이 잘 빠지는 마른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야말로 스페인의 정체성과도 같은 하몬과 와인이 바로 이 지역의 자연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
포트와인(Vinho do Porto, Port Wine)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주요 생산지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루 강 계곡이며, 중세 시대 포르투갈 제 2의 항구인 포르투(Porto)에서 영국으로 대량 수출되기 시작하며 '포트(Port, 항구) 와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은 포트와인 수출을 통해 막강한 부와 힘을 축적했다. 그리고 그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늘날에도 전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포트와인의 매력을 찾아 포르투를 방문한다. 와인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은 우리 둘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매력에 흠뻑 매료되고픈 마음이다. 포르투의 아침이 밝았다. 도우루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사람들은 분주하게 저마다의 일상을 시작한다. 모두들 일터를..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도시다. 리스본 다음가는 제 2의 도시지만 어쩐지 한국 웹상에서는 포르투보다 FC포르투가 상위에 검색된다. 실제로 인구는 약 24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밀도와 규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 2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의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는 과거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무역의 중심지이자 포르투갈의 기원이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고있다. 비몽사몽 아픈몸을 이끌고 간밤에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힘겨운 여정이었다. 미리 앱으로 검색해놓은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닫혀있었고 얼떨결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