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동, 통인동, 효자동, 필운동, 체부동.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익숙한 동네 이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산자락을 따라 걸으며 마주치는 '서촌'의 지명들이다. '북촌'은 들어봤어도 '서촌'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지만 어쩌면 북촌보다 더 생생한, '진짜 한옥'들이 이곳 서촌에는 가득하다. 얼마 전, 종로구에서는 걷기좋은 고샅길 20선을 발표했다. 그중 마지막 스무번째 고샅길이 이곳 서촌이다. 통의동 백송 및 창의궁터 → 효자로 → 효자·옥인동 한옥길 → 박노수 가옥 → 옥인 시민아파트 청계천 발원지 → 이중섭 가옥 → 필운동 골목길 → 배화학교 및 필운대 터로 이어지는 코스는 2010년까지 정비사업 및 기타 조성사업을 통해서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평범..
야한 포즈의 조각상들인 '미투나'로 유명한 카주라호. 델리나 바라나시 같은 대 도시들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작고 한적한 곳이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일까. 한국인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도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큼직한 눈에 까무잡잡한 피부, 우리와 조금은 다른 모습의 외국사람들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는걸 듣고 있다보면 참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평소와는 달리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자가 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딜가도 나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예정보다 조금 오랫동안 카주라호에 머물렀는데 어느새 나는 마을의 스타(?)가 되어있었다. 마을 어귀의 ..
2년전 유럽을 여행할때만 해도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을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 굳이 더 비싼 돈을 줘가면서 까지 한국음식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의 강한 향신료와 어딜가도 하나같이 짜고, 느끼하고, 맵고... 너무 강렬한 인도음식들만으로 여행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는 매일같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진짜 인도식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마냥 신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모양이다.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샌가 한국음식, 김치, 라면 ..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처음 인도에 도착하고 길거리로 나왔을때 그 느낌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포장이 안되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골목길에는 소똥이며 쓰레기가 나뒹굴고, 쉬지않고 빵빵거리는 릭샤들이 빠르게 달리는 사이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건너는 사람들. 무질서를 넘어서 거의 혼돈에 가까운 인도의 길거리 풍경이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귀가 찢어질 듯한 경적소리와 매캐한 매연의 냄새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인도여행 가이드북에선 '인도에서 운전하는건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해놓았는데 정말 사실이다. 인도사람들이야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습관이고 생활이 되었겠지만 아마도 외국 여행자가 인도의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는 신경과민으로 쓰러져 ..
여행을 준비하며 제일 고민되는 일은 아마도 항공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 특히 인도와 같이 물가가 싼 나라는 적장 여행지에서는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항공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행 전체경비가 굉장히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도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도 있지만, 왕복 1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비싼 가격과 애매한 현지도착시간으로 인해 배낭여행객들은 거의 타는 일이 없다. 대신 홍콩이나 방콕등을 경유해서 다니는 외국 항공사들 비행기가 성수기에는 60만~70만원 정도로 비교적 싼 편이다. 게다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탑오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여행을 준비하며 우선 항공편부터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는데 순간 내눈을..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어림잡아 300여개. 어마어마한 크기와 인구 만큼 문화도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하며 지나치는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 그 다양한 문화들이 모두 '인도'라는 하나의 나라로 묶여 있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면 무슨 국경을 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다음 도시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덜컹거리는 버스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창밖으로는 계속 같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잠시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재빠르게 창문 밑으로 와 생수와 주전부리를 파는 아이들을 구경하는게 나름 심심하지 않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 말고 진짜 인도 사람들이 인도를 여행한다면 어디를 갈까?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