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차에서의 둘째날 아침은 조금 특별했다. 오늘 아침도 문을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짜이?' 하고 외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똑똑똑... 나가기도 전에 먼저 문을 먼저 두드리는 주인장. 무슨 일일까? 내가 짜이를 좋아하는걸 알고 일부러 가져다 준걸까?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짜이 한잔을 들고 환하게 웃는 주인장이 떡하니 서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했다. 누굴까? 이역만리 인도땅 한가운데서 낯선 여행자를 찾아온 손님이라니... 그 손님의 이름은 '가네쉬'. 인도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을 가진 눈이 크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반갑게 한국어로 인사를 먼저 건네는 가네쉬. 인상은 ..
인도 우타르 프레타쉬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르차.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기차역이 마을 어귀에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객은 근처 잔시에서 릭샤를 타고 들어와야 할 만큼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적인 배낭여행 코스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는 마을이다. 처음 오르차에 가기로 마음먹은건 델리나 우데뿌르, 아그라 같은 대도시에 질려서였다. 사람들은 득실거리고 릭샤 한번 타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흥정을 해야하는 탓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것 같다. 반면 제썰메르나 푸쉬카르같은 작은 도시들의 여유로움은 같은 길을 몇 번씩 다시 걸어도 좋을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인도 여행기를 계속 이어가고자 어젯밤 열심히 사진을 고르고 편집해 준비해두었다.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타지마할과 아그라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어쩐지 자꾸만 데자뷰 같은게 느껴진다. 어째 글 내용이 익숙하고 사진도 어디서 본건만 같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예전 글목록을 다시 살펴보니 이미 타지마할 이야기는 썼던게 아닌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다른 사진을 가져올수도 없고 이래저래 오늘은 공치게 생겼다. 다시 인도의 향수속으로 푹 빠져보려고 굳게 마음먹었건만 하필이면 오늘 이런 실수를 하다니. 비록 여행기는 아니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여행기를 시작하며 간단한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사실 그동안 여행기는 잠시 멈추어 있었지만 내 마음속 인도에 대한 향수는 오히려 더 깊어..
지난 주, 만 24년간 나고자란 동네를 떠나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봐야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살짝 움직인게 전부다. 완전히 새로운 동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무려 6동안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길이 바뀐것만으로도 아직 적응이 좀 필요해 보인다. 특히나 자전거로 학교가는길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말을 통해 간단히 탐색을 해본 후에 어제 첫 자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2km 정도만 공도를 따라 한강으로 나가면 한강-안양천-도림천을 따라 거의 완벽하게 자전거도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 이사온 집에서는 안양천까지 나가는게 일단 큰 부담이다. 특히나 집을 출발하자마자 서부트럭터미널, 양천공영차고지, 남부순환도로를 차례로 건너야 하는지라 커다란 버스나 트럭 옆으로..
점점 떠나는 배시간이 가까워진다. 홍합밥으로 배를 두둑히 채우고 나와 간단하게 오징어나 이것저것 쇼핑을 좀 했다. 여행하면서 물건을 잘 사는 편은 아지만 울릉도에 온 이상 그래도 오징어 정도는 사주어야지! 남은 시간 동안 도동항에서 멀리 가기는 좀 그렇고... 다시 한번 해안 산책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대신 첫날 걸었던 행남 산책로가 아닌 그 반대쪽 길이다. 계속 걸으면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행남 산책로와 달리 반대편 길은 지도에도 제대로 나와있질 않았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일까...? 막 짐을 챙기고 출발하려는데 눈앞에 딱 들어온게 바로 이 '울릉도 더덕 요구르트'였다. 써있기로는 '배멀미'와 '숙취'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데 마침 목도 마르고 해서 한잔씩 마시고 출발하기로 했다. 요구르트에 더덕..
울릉도 여행의 마지막 날. 지난 이틀간 그토록 비가내리더니만 오늘 아침엔 도동항 뒷쪽으로 무지개가 걸렸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무지개를 보는건 처음이다. 이것도 울릉도의 유별난 날씨가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일까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기분이 좋다. 하늘도 유난히 더 파랗게 느껴진다.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독도로 향하는 배에 탔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독도를 꼭 한번 두 발로 밟아보고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욱 기다려졌었다. 하지만... 결국 독도로 향하는 배는 뜨지 못했다. 먼 바다의 날씨라는게 육지에서 보는거랑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 여기서 보기엔 하늘도 개었고 비도 그친데다가 바람까지 잠잠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독도 경비대 쪽에서는 출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삼대가 덕을 쌓..
하늘이 맑갛게 개인 울릉도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이제 나리분지에서 내려와 내수전 전망대로 향했다. 울릉도가 작은 섬이긴 하지만 제대로된 일주도로가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도 미개통된 구간이 남아있어서 동쪽 내수전 전망대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저동항까지 가야하는... 덜컹거리는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울릉도의 해변에는 백사장이 없다. 몽돌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각양각색의 돌들로 채워진 해안선은 육지에서 보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저동항으로 돌아가던 중 잠시 차에서 내려 울릉도 특산물인 호박엿과 이것저것을 좀 샀다. 으레 패키지 여행에 꼭 끼게되는 '기념품 구입' 코스지만, 호박으로 만든 각종 간식거..
감성, 클래식, RF스타일, 손맛, 그리고 필름라이크.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사진찍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 모든 수식어들은 후지필름 X100에 붙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표현들을 제쳐 놓고서라도 역사상 이토록 하나의 카메라를 놓고 뜨거운 관심과 논쟁이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후지필름 X100은 말 그대로 사진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 필자는 정식 발매를 앞두고 후지필름 X100 프리뷰를 올린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베타바디를 들고 있었고, 원본 사진을 웹상에 업로드하지 말아달라는(기능적으로 미완성인 바디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놓고도 온갖 의혹과 논쟁이 끊이지 않았었다) 제한이 있어서 사진 없이 기능에 대한 소개와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