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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인도 여행기를 계속 이어가고자 어젯밤 열심히 사진을 고르고 편집해 준비해두었다.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타지마할과 아그라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어쩐지 자꾸만 데자뷰 같은게 느껴진다. 어째 글 내용이 익숙하고 사진도 어디서 본건만 같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예전 글목록을 다시 살펴보니 이미 타지마할 이야기는 썼던게 아닌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다른 사진을 가져올수도 없고 이래저래 오늘은 공치게 생겼다. 다시 인도의 향수속으로 푹 빠져보려고 굳게 마음먹었건만 하필이면 오늘 이런 실수를 하다니. 비록 여행기는 아니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여행기를 시작하며 간단한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아그라 칸트역에서 만난 인도의 꼬마.


 사실 그동안 여행기는 잠시 멈추어 있었지만 내 마음속 인도에 대한 향수는 오히려 더 깊어만갔다. 인도 사진을 이따금씩 꺼내어 볼 때면 어찌나 시간이 빨리도 잘 가던지... 마치 다시 그 사진속에서 여행을 계속 하고있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때가 많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도병'이라는게 이런걸까. 나고 자란 연이 있는 곳도 아니고, 그저 잠깐 스쳐 지나듯 걸어본게 전부이지만 마치 마음의 고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인도는 그렇게 편안함과 아련한 그리움을 나에게 주는 곳이다. 스스로 감성적이거나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살면서 한번도 없었지만 가끔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에게도 있는가보다.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열차를 기다렸던 곳, 아그라 칸트역


 사실 아그라에서 다시 여행기를 시작하려고 했던건, 인도 여행 전체를 놓고 봤을때 아그라가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아그라에서의 씁쓸한 기억을 뒤로하고 찾은 오르차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기에 아그라 칸트역에서 잔시(오르차)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던건 나의 여행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물론 그당시만 해도 오르차가 그저 작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인줄만 알았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그라에서 힘들어서 였을까... 유난히 발이 더 피곤해 보인다.


 어느새 인도여행의 추억은 먼 옛날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발이 시커매지고 얼굴에서 땟물이 흘러나오도록 온 몸으로 부딪힌 여행이었기에 그 기억도 더 오래도록 베어있는 걸까. 얼마전 친한 후배가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기에 이것저것 많은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가이드북을 다시 본적도 없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어느새 빈 종이 위에는 인도 지도가 그려져 있고 내 입에서는 끝도 없이 인도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참 그러고보면 나도 인도를 많이 그리워하고 또 마음에 품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아그라에서 잔시로 가는 기차 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행의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서둘러 남은 여정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아그라에서 잔시로 가는 기차 위에서 찍힌 사진 한장.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추억은 잊혀져도 사진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그때의 생각, 느낌, 나의 이야기들은 어떻게든 펜으로든 키보드로든 남겨놓아야만 한다. 여행을 다니며 늘 일기를 남기던 나지만 인도 여행에서는 단 한페이지도 글을 쓰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마음은 이토록 조급한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그런 실수를 하다니...

 내일부터는 다시 인도의 향긋한 추억속으로 빠져볼 수 있기를 기약해보며, 다시 시작하는 여정은 잔시에 도착한 아그라발 기차에서부터 계속될 것이다.



여행의 터닝포인트, 나의 추억의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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