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 보다 유난히 땀이 많고, 더위를 싫어하는 나. 그런 내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결국 또 7월 마지막주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결제해버렸다! 이상하게도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고 일정을 만들다 보면 어김없이 여름, 그것도 한 여름이 되어버린다. 첫 배낭여행지인 유럽에서도 여름이었고, 인도의 사막 위에서 낙타를 탈때도 그랬고,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도 한국은 겨울이었지만 그곳은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이었다. 고생할걸 알면서도 이번 여름에 다시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떠나려는 나도 참 웃긴 놈인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죽을만큼 고생한 기억이 더 즐겁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여름도, 왠지 나에게는 특별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흔히 마실용이라고 부르는 미니벨로 자전거 스트라이다지만,..
4월에도 서울에 눈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봄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꽃을 찾아, 나무를 찾아 봄나들이 가는 사람들로 연일 꽉 막힌 도로.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한강에만 나가도 봄을 즐길만한 예쁜 볼거리가 꽤나 많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첫번째 대상지다. 이미 반포대교를 수놓는 달빛 무지개분수는 자칭 세계의 명물이 되었고, 플로팅 아일랜드도 벌써 골조가 들어서고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거기에 이런저런 다채로운 행사까지 매일같이 열린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봄의 전령사는 아름다운 꽃들. 반포대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래섬에서 5월의 유채꽃이 만발한다기에 이 좋은 계절이 가기 전, 서둘러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한강은 워낙 큰 강이라 지류도 많고, 섬도 많다...
어제의 짧은 라이딩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조금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한강은 꽤 큰 강이라 흘러들어오는 지류도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는 안양천, 탄천, 양재천, 중랑천 정도가 있겠다. 안양천은 예전에도 포스팅을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계속 따라가면 안양을 통과해 의왕시 백운호수까지 연결되어 있는 제법 큰 천이다. 주변으로 자전거 도로도 꽤 잘 되어있어서 달리는 맛이 꽤 괜찮은 코스라고 할까나. 사실, 안양천으로 흘러들어오는 도림천이나 학익천 같은 지류들까지 이용하면 꽤 많은 곳을 자전거로 갈 수 있게 되는데 오늘의 목적지인 보라매 공원 역시, 안양천에서 도림천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갈 수 있게 되어있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이렇게 길을 찾아내고 따라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
스트라이다와 인연을 맺은지 벌써 일주일 째.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그런 녀석이지만 가장 좋은점을 꼽으라면 바로, 주말이 기다려 진다는 점! 예전같으면 주말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않고 빈둥거렸을테지만 이제는 얘기가 좀 다르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저 멀리까지 함께 달리고 싶지만 우선은 집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한강 하류쪽으로 조금만 가면 방화대교 근처에 '강서 생태 습지 공원'이 있다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원래 풀사진, 꽃사진 찍는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예쁜 꽃이 만발했을 것 같아서 접사 렌즈도 하나 챙겨넣었다. 이럴때 아니면 또 언제 그런 사진을 찍어보겠어. 오늘의 라이딩 코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거리도 가깝고 특별히 오르막이 있지도 않다...
아마 네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주신 내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던 세발 자전거를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자전거와 인연을 맺게되어 참 많이도 타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관리를 딱히 소홀히 했던 것도 아니지만 십 몇년 동안 거의 매년 한번씩 자전거를 도난당했던 쓰린 아픔도 있다. 마지막 자전거를 샀던게 2006년. 하지만 고이 잘 묶어두었던 자전거는 다음날 아침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 버렸고, 그 이후 꽤 오랜 시간동안 자전거 없이 살았다. 하지만 요새 봄볕이 왜 그리도 좋은지. 자꾸만 몸이 근질근질 거려서 결국 다시 또 한대를 질러버렸다. 이번엔 정말 잘 간수해서 평생 함께 할꺼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말이다...
대한민국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듯이 전 국토의 8할이 산지일 뿐 아니라, 멀리 찾아보지 않아도 서울 근교에 이름난 산들이 많다.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인왕산... 이름만 들어도 그 위용이 느껴지는 참으로 명산들이다. 이른 아침 두물머리에 들렀다가 양평해장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바로 근처의 운길산에 올랐다. 중앙선을 타면 '운길산역'이 있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마도 내가 산을 그리 자주 찾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산 중턱에 걸쳐있는 수종사까지만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가볍에 발걸음을 옮겨본다. 산을 오르며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어가며 너무 여유를 부렸나. 아무리 걸어도 수..
두물머리. 참 정감있고 따뜻한 우리말 지명이다. 지난 주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바로 그 곳 -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다녀왔다. 희미한 물안개 사이로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의 두물머리 사진들을 볼 때 마다 꼭 한번 가봐야 겠다고 버릇처럼 다짐했었다. 내 또래 젊은이들은 보통 차에 관심이 많아진다고는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땅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는 물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배가 더 좋았다. 두물머리를 찍은 사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그만 나룻배 때문일까. 너무나 가고싶은, 내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어디선가 얼핏 들은 얘기로, 차 없이 두물머리를 가는건 힘들다고 했다. 나중에 차가 생기면 꼭 가봐야겠다며 늘 아쉬워만 했는데... 얼마전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올해 초 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