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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도 서울에 눈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봄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꽃을 찾아, 나무를 찾아 봄나들이 가는 사람들로 연일 꽉 막힌 도로.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한강에만 나가도 봄을 즐길만한 예쁜 볼거리가 꽤나 많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첫번째 대상지다. 이미 반포대교를 수놓는 달빛 무지개분수는 자칭 세계의 명물이 되었고, 플로팅 아일랜드도 벌써 골조가 들어서고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거기에 이런저런 다채로운 행사까지 매일같이 열린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봄의 전령사는 아름다운 꽃들. 반포대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래섬에서 5월의 유채꽃이 만발한다기에 이 좋은 계절이 가기 전, 서둘러 찾아가 보기로 했다.
멀리 남산을 뒤로하고 서래섬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면 서래섬까지 걸어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구반포 역에서 내려 2번출구로 나와 쭉 걸어오면 올림픽 대로를 건널 수 있는 나들목이 나온다. 이름부터 서래섬 나들목이다. 나들목을 나오면 멀리 노랗게 유채꽃으로 수놓은 듯한 서래섬이 보인다. 5월이면 서래섬 가득 유채꽃이 만발하는데 올해는 주말을 이용해 나비 축제를 비롯하여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행사가 많이 열렸다.
서래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조금만 더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좋으련만...
서래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총 세 개. 선유도로 들어가는 다리가 '선유교'라는 예쁜 이름과 아름다운 아치형 외모를 뽐내는데 비해 이곳의 다리는 '서래1교', '서래2교', '서래3교'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이다. 모양도 별 특별할 것 없는 평교. 가볍고 규모가 작은 보행교는 차량이 다니는 교량보다는 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을 텐데 너무 기본에만 충실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조금은 아쉽다. 언젠간 더 예쁜 모양으로 바뀌길 바라며 다리를 건너 서래섬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강을 바라보며 봄바람을 즐기는 한가로운 오후
서래섬에는 그야말로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하늘이 조금 뿌옇긴 해도 샛노란 유채꽃과 실록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흙으로 된 산책로를 따라 유채꽃 사이를 걷다보면 벌과 나비도 참 많이 마주치게 된다. 멀리 강 너머로 보이는 답답한 풍경들을 뒤로하고 길을 걷는 동안 만큼은 꼭 멀리 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오솔길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유채꽃과 잘 어우러진다
지중해 연안이 그 원산지인 유채는, 유독 푸른 빛과 잘 어울리는 예쁜 꽃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노란 빛이 일색이니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느냐고 정신이 없다. 조금만 더 하늘이 파랗게 물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꽃이 있는 곳에는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게 당연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가도 꽃봉오리마다 정말이지 벌이 참 많다. 꼬마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려 꽃 가까이 다가갔다가 윙윙거리는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엄마를 찾는다.
더 가까이 접사를 하고 싶었으나 오늘은 렌즈가 없는걸...
지난주에 결국 한 장도 제대로 찍지 못했던 꽃 사진을, 오늘은 원없이 마음껏 찍을 수 있겠다. 접사 렌즈를 안챙겨오긴 했지만 아쉬운대로 카메라를 바짝 들이밀어 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아름다운 봄의 풍경
아름다운 꽃들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가족, 연인, 친구들의 즐거운 이야기. 사람들의 카메라에는 어떤 사진이 담기고,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서래섬의 5월은 그렇게 노란 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작은 섬이라 그런지 가득 심어진 유채꽃과 간간히 보이는 벤치 말고는 특별한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축제 기간동안은 서울시 자원 봉사자들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어서 카메라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서래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푸른 하늘은 봄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더욱 설레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하늘이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파란 하늘 아래서 노란 유채꽃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서래 나들목을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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