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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라이다와 인연을 맺은지 벌써 일주일 째.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그런 녀석이지만 가장 좋은점을 꼽으라면 바로, 주말이 기다려 진다는 점! 예전같으면 주말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않고 빈둥거렸을테지만 이제는 얘기가 좀 다르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저 멀리까지 함께 달리고 싶지만 우선은 집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한강 하류쪽으로 조금만 가면 방화대교 근처에 '강서 생태 습지 공원'이 있다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원래 풀사진, 꽃사진 찍는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예쁜 꽃이 만발했을 것 같아서 접사 렌즈도 하나 챙겨넣었다. 이럴때 아니면 또 언제 그런 사진을 찍어보겠어.

오늘의 라이딩 코스, 이정도면 초초초초급!


 오늘의 라이딩 코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거리도 가깝고 특별히 오르막이 있지도 않다. 스트라이다와 함께 가볍게 다녀오기에는 안성맞춤. 가양대교 밑으로는 몇 년 전 헤이리에 다녀올때 한번 지나가본게 전부다. 참, 한강과 이렇게 가까이 살고있으면서도 한 번 달려본게 전부라니.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달려야겠다.

왠지 카메라 가방이 떨어질것 처럼 불안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단하게 묶였다


 출발하기 전, 나들목에 잠깐 멈춰서서 간단하게 이상이 없는지 둘러봤다. 근데 이놈의 카메라 가방이 말썽이다. 배낭형 카메라 가방이 없어서 늘 메고 다니는 돔케  F-3X를 가지고 나왔는데 숄더백이라 마땅히 짐받이에 달아 놓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어깨애 맨 채로 타자니 조금 위험할 것 같고. 궁여지책으로 어깨끈과 운반끈을 돌돌 감아서 짐받이와 안장에 묶어버렸다. 거기에 번호 자물쇠로 한번 더 묶어서 조여주니 그럭저럭 떨어질 일은 없어 보인다. 다만, 가방이 원래 내부 쿠션이 없는지라 덜컹거릴 때 마다 속에 들어있는 카메라가 여기저기 부딛히는 소리가 들리다. 으으으. 오늘은 천천히 조심해서 달려야겠다.


라이딩의 시작은 언제나 가양대교 부터!


 구암 나들목을 건너서 한강 자전거 도로에 진입했다. 한강에 나올 때 마다 제일 먼저 마주치는 가양대교지만, 오늘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간다.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출발하는데 왠지 눈앞의 풍경이 생경하다. 오늘의 목적지 방화대교 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라이딩이라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가깝긴 하다. 출발하기도 전부터 목적지가 선명하게 보이니...



한가로이 토요일 오후의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쉬엄쉬엄 달리며, 잠깐씩 도로 옆에 걸터 앉아 사진기를 꺼내본다. 그냥 자전거 도로의 풍경을 찍으려는 의도였지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씽긋 웃어주기도 했다.


처음 보는 다리가 생겨서 어리둥절...


 처음 보는 다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가양대교와 방화대교 사이에 새로 생긴 이 다리는 아직 이름이 붙여지기 전 인것 같았다. 지금은 김포공항 까지만 연결되어 있는 공항철도의 2단계 개통을 위한 다리로, 김포공항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티를 거쳐 서울역까지 달릴 공항철도가 지나가게 된다. 전에 인천 국제공항을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몇 번 타본 적이 있었는데, 내부도 꽤 안락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손님이 부족해 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데, 2단계 개통 이후에는 이용객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새내기 철교 아래를 통과, 방화대교가 가까워 지기 시작한다.



갈대(억새일지도)와 참 잘어울리는 방화대교의 모습


 아직 한강변에는 갈대가 조금 남아있었다. 왠지 가을에 오면 푸른 하늘, 빨간 방화대교와 어우러져 더욱 예쁠 것만 같다. 강서 생태 습지 공원은 방화대교 남단,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그리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아보이는 곳이다.

자전거는 들어갈 수 없답니다~


 습지 공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스트라이다를 세웠다. 나무 데크로 되어있는 탐방로 내부는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고 들어갈 수 없다. 옆에 세워진 자전거는 일반 MTB지만 스트라이다 옆에 있으니 왠지 매우 커 보인다. 혹시 다른 자전거를 세울 때 방해될까봐 핸들은 살포시 접어주는 센스. 덜컹거리며 짐받이에 매달려 여기까지 온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탐방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미 철새들은 떠나버린 쓸쓸한 습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이 꽤 괜찮다. 아래로 작은 웅덩이와 습지 위로 탐방로가 이어지고, 그 끝에는 멀리 강변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 데크가 있다. 쌍안경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긴 하지만, 이미 철새들이 다 떠난 후라 그런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이게 왠걸. 푸르른 잎사귀들이 탐방로 근처에 가득 하지만 정작 꽃이 없다! 그 무거운 접사 렌즈까지 들고 왔건만 찍을 꽃이 없다니. 행여 삼각대까지 가져왔으면 괜히 고생만 더 할 뻔 했다. 그나마 중간중간 피어있는 꽃들을 억지로(?) 찾아내어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꽃은 다 어디 간걸까.




꽃 사진은 아무래도 내 체질이 아닌가보다


 이건 뭐 제대로 된 접사도 아니고, 아쉬운 대로 다시 탐방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날씨가 좋긴 했지만 서울의 너무 외진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가족끼리 나오면 딱 좋을 만한 그런 곳이다.




진득한 고동색 나무 데크가 제법 주변과 잘 어우러진다


 이리저리 계속해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처음 출발했던 광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시기를 잘못 맞춰서 온건지 뭔가 자연의 살아 숨쉬는 소리, 꿈틀거림이 가득할거라고 생각했던 습지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잠깐 스트라이다를 안쪽으로 옮겨서 사진만 한장 찰캌~


 집으로 돌아가기 전, 주위를 멀리 한바퀴 둘러보니 행주대교도 보이고 행주산성도 보인다. 왠지 한적한 분위기가 서울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북적거리는 도심보다는 이런 한적한 느낌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진짜 방화대교가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를 닮긴 닮은것 같다. 모양만 닮은게 아니다. 바다 위에서 시드니의 관문 역할을 하는게 하버 브릿지라면 방화대교는 한강, 서울의 관문일테니.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늠름하게 서 있는 두 다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된다.


오늘도 무사히 라이딩을 마쳤습니다~


 순식간에 다시 왔던길을 달려 구암 나들목에 도착. 오늘의 교훈은 스트라이다 전용 가방이나 배낭형 카메라 가방을 하나 구비해야겠다는 점. 다음에 더 멀리 갈때는 좀 더 야무지게 채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조금씩, 조금씩 스트라이다와 친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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