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행을 하면서 매일 글을 쓴다는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또한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것 같다. 시간 날때마다 기차에서 글을 조금씩 쓰려 생각했지만, 여행에 지쳐버린 몸은 이내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벌써 7월 11일.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광장의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한잔과 함께하는 시간, 아름다운 강가 잔디밭에 앉아서 있는 시간,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그림같은 풍경에 취해있는 시간, 어디에 있더라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사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힘들더라도 하루에 꼭 한번씩 내 기억과 생각의 일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기차안에서 이렇게 또 펜을 든다.


 한국에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남들이 다 가는 시시한 대도시들 보다는 무언가 남들이 보지못하고 쉽게 지나치는 조그만 마을들을 거닐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가는 로텐부르크가 바로 그 첫번째 마을인 셈이다. 로텐부르크는 워낙 작은 마을이기에 가는 방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나와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였을까. 사실상 로텐부르크도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안에서도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가이드북에도 작게나마 소개되어있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보다는 독일 사람들이 들러보는 그런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우리는 일단 아침에 뮌헨을 떠나, 조금더 북쪽에 있는 뉘른베르크로 이동해서 역내의 코인락커에 짐을 맡겼다.


Nuernberg -> Ansbach -> Steinach -> Rothenburg


 로텐부르크에 가기 위해서는 무려 열차를 3번이나 갈아타서 가야하는 힘든 여정을 거쳐야 한다.


 
 중간중간에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우리가 거쳐간 두 역은 정말 조그만 간이역들이었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역내에는 화장실이 없고 기차가 오면 기차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Ansbach 같은 역들은 역사도 작은 건물 한개뿐이고 플랫폼 역시 몇개 없어도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장장 세시간에 걸쳐 드디어 도착한 로텐부르크. 인터넷 사진속에서 본 집들은 하나같이 앙증맞고 동화속에 나오는 집들 같아서 이 마을을 택했는데 역앞의 모습은 하나도 그렇지가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알고보니 중세에 만들어진 성벽 내부의 조그만 시가지가 바로 사진속에서 봤던 그 마을이었다.


 조그만 성문을 지나 돌길을 따라서 조금씩 성 내부로 들어가면서 부터 동화책속에 들어온것만 같은 너무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이 펼쳐졌다. 기념품 가게들도 마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많이 팔고있길래 하나씩 들어가서 꼼꼼히 살펴보다가, 고민끝에 여자친구에게 줄 예쁜 머리핀 두개를 골랐다^^






 

 어려서부터 유럽이나 서양의 동화에 많이 길들여진 우리나라 아이들은, 집을 그리라고하면 으레 이렇게 생긴 집들을 그리곤 한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릴적의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가슴속 깊은곳으로 사라져가고 만다. 하지만 로텐부르크에 발을 들이고 난 후, 가슴속에서 잊고있었던 아련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걸 느낄 수 있었다. 어릴적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의 주인공이 다시 된듯한 느낌.




 

 로텐부르크의 명물하면 바로 '슈니발렌'이라는 빵(과자?)이다. 사진으로 본 슈니발렌은 그냥 조그만 빵에 크림을 잔뜩 발라놓은 케잌같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가게에 들어가서 진열된 것들을 보니 크기도 주먹보다 더 크고 딱딱해 보였다. 난 초코렛이 잔뜩 묻은 것을 고르고, K군은 하얀 초코렛, J군은 사과맛 슈니발렌을 골랐다. 여행의 묘미라면 바로 이런 각 나라의 고유 음식을 맛보는 시간일꺼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음...  사실 생각보다는 맛이 없었다. 물 없이 먹으니 좀 목이 메이기도 하고.
 그래도 초코크림이 들어있는 부분은 달콤하고 맛있길래, 반쯤 먹다가 결국 버리고 말았다.



 

 어느 도시를 가든지 꼭 해봐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바로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한번 올라가 보는 것.
 로텐부르크도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성 중앙에 있는 시청사 꼭대기에 올라가면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인다. 마을을 한눈에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가끔씩 괜히 감상적으로 사람이 변하기도 한다.


 

 시청사에서 내려와 골목 어귀에 있는 조그만 레스토랑에 앉았다. 아름다운 마을과 사람구경도 하면서 또다시 맥주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킨다.
 유럽에는 참 맥주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여유가 넘쳐 흐른다. 한낮에도 친구끼리 또는 부부나 연인끼리 거리에 앉아 여유롭게 맥주 한잔씩 하는 모습을 보며 또한번 내가 정말 유럽에 와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너무나 아름답고 마음에 들었기에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을이지만 어느덧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어서 마지막으로 성벽에 올라 천천히 산책을 하며 로텐부르크에서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기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서 뉘른베르크에 다시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저녁 8시가 다 되어 있었다. 어렵게 찾은 관광안내소도 이미 문을 닫았고, 가지고 있던 지도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무작정 시내를 걸어 보기로 했다.


 

 뉘른베르크 역시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다. 특별히 가이드북이나 안내 책자에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고 대부분 로텐베르크로 가기위한 경유지 혹은, 독일에서 프라하로 가는 야간열차의 출발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가버린다. 우리들도 역시 그 두가지 이유때문에 이곳을 찾았지만, 생각보다 열차시간까지 많이 남아서 천천히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특별히 안내 책자가 없어도, 시내 곳곳에 관광객을 위한 안내 표지판과 약도가 잘 되어있어서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뉘른베르크는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시내 번화가에도 거의 사람들이 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시내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성에 올라갔다가 슬슬 기차역으로 돌아가려는데 또 한바탕 먹구름이 몰려와서는 비를 뿌려댄다.

 

 여행하는 내내, 우리는 그날그날 일정이 끝날쯤 되면 비가 온다면서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하루에 한번씩 비가오니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설마설마하면서 우산도 없이 그냥 나섰기에 결국 오들오들 떨면서 비를 쫄딱 맞고서야 뉘른베르크 hbf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타려는 프라하행 야간열차는 12시 30분에 있기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역 한켠의 가방보관실에서 화투를 치며 즐겁게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앞으로 우리앞에 벌어질 초유의 사태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계속)

오늘의 지출

아침 우유 2개 2 €
슈니발렌 2.8 €
시청사 탑 입장료 1 €
맥주 6.5 €
기념품 11.95 €

                                                                                                     total 24.25 €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