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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 열차를 놓치는 사고 때문에 너무 놀라서 였는지, 아니면 두번이나 열차를 갈아타고 체코 국경을 지날 때 자꾸만 여권과 기차표를 검사해서인지 몰라도, K군이나 J군 둘다 잠이 부족한 얼굴들이다.

그에 비해 난 의외로 너무나 잘 잤다.

기차를 언제 갈아타고 어디서 내렸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신기하게 잘 잤다.


 


 '프라하' 하면 누구든지 아름답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낭만적인 유럽의 도시를 상상하겠지만, 하루동안 프라하에 머물면서 내가 느낀 이곳은 생각보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물론 나도 '프라하'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같은 상상을 한 채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겠다.

 프라하는 말 그대로 '체코의 한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낭만적인 '프라하'의 이미지는 이미지로 존재할 뿐, 이곳은 그저 동유럽에 가까운 체코의 한 도시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아름답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도시의 골목길을 거닐면서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다. 우리가 감수성이 부족해서 프라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더군다나, 이날도 역시 어김없이 큰 비가 내렸다. 자꾸만 비를 맞으며 여행하다보니 프라하에 와서는 체력도 많이 써버리고 지쳤기에 내 느낌이 안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프라하에 대한 나의 기록은 좋은 말이 거의 써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사진으로 다시보는 프라하는 아름다웠다




 일단 날씨부터가 또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구름이 잔뜩 낀 잿빛 하늘은 우중충하고 불안한 체코의 분위기와 맞물려서 피곤한 우리들에게 짜증만 더 유발시킬 뿐이다. 물론 우리가 프라하 성에 올라갈때 쯤 어김없이 또 비가 왔다.









 바츌라프광장도 보고, 시청사와 틴 성당도 가봤지만 계속 내 마음은 어딘가 불편해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프라하를 들렀던 날이 마침 비오는 날이었기에, 나는 다른 여행객들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른다. 하루밖에 머무를 수 없었기에 잠시 스쳐지나가듯 그렇게 프라하를 보내야 했지만, 몇일 더 둘러볼 수 있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만약 프라하에서 성 비타성당을 보지 못했더라면, 체코는 정말 다시는 가기 싫은 나라 1순위로 뽑혔을지도 모른다. 프라하 성 안에 있는 성 비타 성당은 체코 스테인드글라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추운 날씨에 비를 맞아가며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였지만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에 잠시 피곤함도 잊고 그자리에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는 처음이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아름다움...

 우스갯소리로 그런말이 있다.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 성당, 박물관, 미술관 밖에 볼게 없다고.
 반쯤은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만큼 유럽에는 중세 성당이 정말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역시 여행을 하면서 많은 성당을 둘러보았지만, 그중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프라하의 '성 비타성당'을 뽑고싶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그런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를 또 볼수 있을까...^^




 트램을 타고 다시 구시가지 광장으로 돌아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체코는 물가가 싸니깐 레스토랑에 꼭 가보라고 하도 가이드북에서 권하길래(여기서 한번 의심을 했었어야 한다) 망설임 없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앉아서 요리들을 주문하고서는 서서히 다시 이성을 되찾아갔다. 사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보면 그다지 싼편도 아닌데다가 양도 좀 부족했다. 내가 먹은 체코 전통 꼬치요리는 맛은 훌륭했으나 결국 모든 문제는 너무 많은 돈을 써버린데에서 시작되었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돈을 써버린 우리는 터덜 터덜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다시는 이렇게 돈을 쓰지 않으리 하고 결심했다.

 최대한 아껴가며 여행하고 있었던 우리들은, 한끼 식사에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보고는 기분이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이 유럽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정식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곳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가격은 우리나라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했지만 그땐 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었다.



 

 체코의 전통 인형극도 보고, 까를교에서 아름다운 프라하의 야경도 봤지만 왠지 프라하에서의 하루는 계속 어딘가 불안했다. 유럽여행을 모두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 프라하에 대해 다시 한번 글을 써봐야겠다.

일단 나의 여행지에서의 기록은 여기까지로 끝을 맺는다.
 그때만해도 프라하는 다시오고싶지 않은 여행지였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기분과 날씨때문에 오해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어진다.

이제부터는 프라하의 야경을 감상해보자^^










 궂은 날씨에 비를 맞으며 기분 상했던 프라하에서의 기억은, 너무나 멋진 야경을 바라보면서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프라하의 거의 모든 건물은 자체적으로 야경을 위해서 불을 밝힌다. 조금은 인공적인 느낌도 들지만 고풍스러운 건물의 모습과 아름다운 장식들, 표면의 돌재질이 불빛과 어우러지면서 평생 잊지못할 야경을 만들어낸다.

 마지막 사진은 프라하성에 올라서 찍은 사진인데, 이 한장을 찍기위해서 정말 단 10분만에 산꼭대기에 뛰어 올라갔다. 늦으면 트램을 탈 수 없기 때문에 얼른 찍고 내려와야만 했다. 생각했던것보다는 멋있는 시내 야경이 안보여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면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짧다면 정말 짧은 하루였지만, '프라하'라는 도시가 가진 두가지 색다른 매력, 낮과 밤의 모습을 즐길 수 있어서 그래도 행복했다^^


오늘의 지출

일일 교통권 80 kc
아침 맥도날드 99 kc
에스프레소 커피 40 kc
황금소로 입장료 125 kc
점심 128 kc
인형극 400 kc
시청사 입장료 60 kc
저녁 레스토랑 363 kc
기념품 200 kc
트램 1회권 14 kc
                                                                                                                              total 1146 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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