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느덧 한국을 떠나온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떠나기 전날 아침에 깎고 나온 수염은 벌써 제멋대로 자라버렸고, 짧게 자른다고 잘라온 머리도 슬슬 길어진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사실 너무 바쁘고 고된 일정탓에 집에 전화할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었지만 직접 전화까지 하신걸 보면 많이 걱정하셨을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제부터 시간 나면 한번씩은 꼭 전화를 드려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도 수없이 남은 일정표를 한번 훑어보고 나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빈에 도착했을때는 슬슬 해가 지려하고 있었다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늦잠을 자다가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아침 열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1시 30분에 출발을 하는 열차를 타고 가야만 했기에, 오늘 우리의 빈에서의 일정은 짧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열차에 컴파트먼트칸이 비어있길래, 편하게 누워서 부족했던 잠을 조금 보충하면서 올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맥도날드 간판까지도 건물에 맞춰져 있었다, 빨간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빈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저 오스트리아의 조그만 도시중 하나일꺼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역에 도착해서 내려보니 생각보다 너무 큰 도시라서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실망스럽기도 했었다.

 늦게 출발한 탓에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호스텔에 짐을 맡긴 뒤 곧바로 한여름밤에 시청사앞에서 펼쳐지는 필름 페스티벌을 보기위해 나왔다. 도시의 다른곳은 너무나 한적한데에 비해 시청사 앞 광장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점점더 모인다


 생각보다 해는 순식간에 져버렸다. 여행을 시작한지 일주일, 그동안 빡빡한 일정때문에 힘들었던 우리는 암묵적으로 오늘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빈이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고, 이틀이나 머무를 계획이었기에 오늘 하루만큼은 편안하게 쉬고싶었다.
 마침 여름철에만 진행되는 '필름 페스티벌'이 시청사 앞에서 한창 이어서 남은 시간을 모두 그곳에서 보내다가 호스텔로 돌아오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필름 페스티벌은 영화만 있는게 아니다~ 맥주와 각국 요리가 함께해서 더욱 즐겁다


 '빈은 음악의 도시야'
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광장에 모여 큰 스크린으로 음악회를 보고있는 시민들에게서는 다른 도시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또 음식을 빼놓는다면 재미없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곳에서, 우리도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를 한접시 사와서 맥주와 함께 즐기며 잠시 빈의 축제 속에서 함께 마음껏 즐겨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도나우 타워에 올라 바라본 빈의 야경, 서울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도 든다

 

 참 아름다운 도시다...
 사람들이 무언가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함께 모일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말이다...

오늘의 지출

기차 쿠셋 예약비 25 €
트램 1일권 5.7 €
저녁 피자 2.5 €
맥주 두잔 4.8 €
도나우 타워 입장권 4.4 €
                                                                                                                         total 17.4 €


-

 7월 12일 오후 8시 34분,
오스트리아 빈을 출발해서 12시간동안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달려가는 유로나이트 806번 열차 41번 침대.
 덜컹거리는 소리와, 이따금씩 흔들리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를 또 정리한다.

 빈에서의 두번째날의 기록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야간열차에 침대에 누워 글을 적으려 했지만, 이내 몸은 잠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사진과 함께 떠올리며 지금 다시 적어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트램과 함께하는 빈의 여행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관광객들에게 '트램'은 빈에서도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목적지에 확실하게 데려다주는건 아무래도 지하철이 더 든든할지도 모르지만, 이동하는 내내 도시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트램은 참 괜찮다.

 단,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언어의 정류장 안내방송은 가끔 나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쉔브룬 궁전

 

 여행에 마지막즈음, 파리에서 베르사유를 보기전까진
빈에서 들렀던 이 쉔브룬 궁이 유럽에서 본 가장 큰 궁전이었다.

 유럽의 궁전은 그 건물 자체가 멋진게 아니더라. 궁전을 중심으로 상상도 못할 규모로 펼쳐져 있는 '정원'
 그 정원이야말로 얼마나 서양에서 국가의 권력이 막강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쉔브룬 궁의 정원만 해도 머리가 아플정도로 컸던 기억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소호(Soho) 마을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곳이 바로 이곳 소호마을.
 가이드 북에서는 직접 만든 수제 와인을 소단위로 파는 예술인 마을이라고 하길래, 트램을 종점까지 오래오래 타고서 힘들게 도착했다.

 그러나 왠걸...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이건 뭐 그냥 사람사는 마을이라는 느낌외에는 들지 않더라.
 물론 우리가 너무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왠지 얼핏 보이는 상점의 메뉴판들은 우리가 가기엔 너무도 멀어 보였기에 그냥 헛발걸음을 하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빈은 그렇게 우리에게 있어서 쉬어가는 정거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문화가 살아숨쉬는 도시를 거닐면서 쉴 수 있는 경험 역시 여행의 한가지 방법은 아닐까.

 여행을 했었거나, 혹은 하고있거나, 혹은 하려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싶다.

'당신은 왜 여행을 하시나요?'

 나는 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빈에서 숨을 고르며 잠깐 했던것 같다.
 아직은 나도 그 답을 모르는 초보 여행자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고있는지 생각을 하는 것도 여행을 하는 중간중간이라면, 그 답을 얻기 위해 하는것이 결국 여행이 아닐까.

오늘의 지출

점심 5.6 €
쉔브룬 궁전 8.5 €
저녁 피자 1.2 €
맥주 2.2 €
우유 1.2 €
                                                                                                                       total 19.7 €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