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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포스팅을 올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마드리드에 온지 한달도 더 지나버렸다. 지금 사는 집을 구하기 전, 임시 숙소에서 머물던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주일도 한달 전 이야기다. 이제와서 다시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 참 즐거웠던것 같다. 늦었지만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첫 일주일동안 같이 만들어 먹었던 즐거운 요리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우린이랑 형윤이, 나중에 합류한 진원이까지. 마드리드에서의 처음 일주일간은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자연스럽게 우리집이 모임 장소처럼 되어버렸다. 덕분에 같이 요리해서 저녁을 만들어먹은 기억도 많다. 마드리드의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지만 외식비는 한국보다 조금 비싸다. 때문에 한번 밖에서 외식하고나니 좀처럼 사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신 까르푸나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 식재료를 사는건 한국보다 훨씬 싸다. 요리를 자주 해먹을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이렇게 큰 시장이 집 바로 옆에!


 지금 살고있는 집인 Cuatro caminos역 근처에 있는 큰 재래시장(Mercado Maravillas)이다. 마드리드의 재래시장들은 한국처럼 노상에서 골목을 점유하고있는 형태가 아니라 큰 아케이드 실내에 들어가있는 형태가 많다. 여긴 마드리드에서는 나름 손꼽히는 큰 시장이라고 한다. 이날 여기서 과일이랑 치즈, 계란을 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맘에드는 시장이다. 게다가 '서울식품'이라고 간판을 크게 내건 한국 식료품점도 있다. 아직 아무것도 사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건 어느정도 다 있어 뵌다.










까르푸. 싸고 편하지만 시장보다는 어째 별로 안땡긴다.


 이번엔 까르푸. 일주일간 머물던 숙소에서는 Quevedo역 근처의 까르푸가 하나 있었고, 지금 내가 사는 Cuatro caminos역에는 사거리 중심에 이층 규모로 하나가 더 있다. 당연히 재래시장보다 물건사기도 편하고,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덕분에 급할때 장보기도 편하다. 식품종류는 특가 판매로 묶여있는걸 사면 훨씬 싸게 구할 수 있고 술종류도 마찬가지다. Amstel이라는 병맥주(285ml)를 12개 들이로 묶어서 팔길래 사봤는데 한국돈으로 계산하니 한병에 400~500원 정도였다는 놀라운 사실! 덕분에 마드리드에 와서 맥주를 몇병이나 마셨는지 헤아리기가 불가능할 정도...






술과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근사한 저녁시간!


 마드리드에서의 첫날 저녁엔 마르따와 같이 식당에서 tapas와 tinto de verano로 근사한 식사를 했었다. 그리고 둘째날 저녁. 처음으로 마드리드에서 우리끼리 만들어먹는 저녁 식사다. 시장과 마트를 둘러보다가 싱싱한 홍합을 발견하고는 칼국수(?)로 메뉴를 결정했다. 사실 이름만 칼국수지 국물은 우린이가 가져온 라면 스프, 면은 까르푸에서 구입한 파스타용 넓쩍한 면이었지만 맛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물론 스페인에서의 식사엔 늘 술이 함께한다. sidra라는 일종의 샴페인을 사와서 뻥! 소리나게 떠뜨리고 나름 마드리드에서의 멋진 교환학생 생활을 자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날 저녁에도 맥주와 함께했다.


 다음날 저녁엔 삼겹살을 먹었다. 까르푸에서 대충 둘러보고 삼겹살이랑 제일 비슷해보이는 고기를 샀는데 예상이 적중! 마늘 듬뿍 넣고 내친김에 가져온 햇반까지 뜯었다. 스페인에 갈때 햇반을 다섯개 가져갔는데 처음 일주일만에 다 먹어버렸다. 물론 지금이야 마트에서 쌀 사다가 직접 해 먹는다. 외국이라 쌀이 다를까봐 걱정을 조금 했었는데 경기도 이천쌀 못지 않은 괜찮은 쌀들이 여기도 많이 있다. 게다가 한 3인분 정도 크기로 작게 살수 있으니 별 불편함은 없다.


고기를 자르는건 내 담당~

 

 잘라진 고기가 없어서 열심히 가위로 잘랐다. 원래는 혼자 머리 깎을때 쓰려고 가져온 꽤 좋은 가위였는데 마드리드에 오자마자 주방용 가위로 전락해버렸다. 그나마도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올때 두고오는 바람에 지금은 없다.




마드리드에서 총 섭취한 김치의 양은 달랑 60g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나온 김치를 한봉지 가지고 왔는데 덕분에 꽤 그럴싸한 식사였다. 그러고보니 스페인에 올때 김치를 안가져오는 바람에 한달째 김치를 못먹고 있다. 한국에 있을때는 막 김치없이 못살고 그런게 아니라 별 신경 안썼는데 은근히 그립다 요즘.

 



맛있게 파스타를 먹고 후식으로는 과일과 치즈를~


 다음날 저녁엔 첫날 먹은 파스타 면이 남아서 간단하게 알리오 올리오를 해먹었다. 사실 이때는 올리브유가 없어서 해바라기씨유로 만들었지만 뭐 그거나 그거나. 요리에는 자취고수 박우린씨가 수고해주셨다.
 







고기, 고기, 또 고기!


 이때만 해도 임시 숙소라 특별히 요리 재료도 없고 그래서 고기를 많이 구워먹었던것 같다. 이날 저녁엔 삼겹살에 이어 목살을 구워먹었다. 뭐 마늘까고 마늘넣고 굽고 자르고 먹고. 우린이가 한국에서 싸온 깻잎과 마늘종, 무짠지 덕분에 나름 그럴싸한 저녁!



모든 요리는 마늘을 까는것부터 시작된다.


 일주일간 지냈던 임시 숙소에서 마지막 저녁. 이날 아침엔 졸업전 때문에 조금 늦게 출국한 진원이까지 합류해서 총 네명이 되었다. 진원이가 우리집에 오자마자 제일먼저 한 일은 마늘까기! 일주일동안 마늘도 참 많이 깠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스텔이나 호텔과 다르게 내 집처럼 편하게 살았던 곳이라 그새 정도 많이 들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만찬이니 만큼 이날 저녁 메뉴는 백숙!




머나먼 마드리드에서 이렇게 맛있는 백숙을 먹게 될 줄이야!


 마트에서 산 닭이 얼마나 크던지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에 넣고도 뚜껑이 안닫힐 정도. 억지로 꽉꽉 눌러서 겨우 뚜겅을 덮었다. 한마리 해서 넷이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 불러서 닭죽이 많이 남았을 정도. 맛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술이 정말 술술 넘어간다. 그렇게 Calle de Barco 40번지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갔다. 다시 생각하면 참 그리운 그 곳. 집이 그리운 만큼이나 같이 모여서 요리하고 웃고 떠들던 그 시간이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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