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생 일주일, 그 남자가 살아가는 방법

Planta 5 Izquierda, Calle de Maudes, 16, 28003, Madrid, Spain

 스페인 마드리드로 교환학생을 온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간 사진은 정확히 952장을 찍었고 돈은 생각보다 꽤 많이 썼다. 지금은 그동안 임시로 지내던 집을 떠나 처음으로 혼자 방에서 맞이하는 밤이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첫번째 밤이기도 하다.

 전에 유럽여행을 했어서인지 인천공항을 떠날때까지도 그다지 설레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감각했다. 비행기가 스페인 국경을 지나고 멀리 마드리드 공항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는 떨릴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하루하루 참 많은 걸 보고, 먹고, 마시며, 즐겼지만 아직 타국에 멀리 나와 살고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적응이 빠른건지 아니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런말을 하기엔 너무 짧았던건진 아직 모르겠다. 내일 아침 처음으로 혼자 방에서 눈을 뜨면 뭔가 달라져 있으려나.

 앞으로 6개월간 지내게 될 새 집에 이사온 기념으로 오늘 저녁엔 친구들과 간단히 집들이를 했다. 그래봐야 와인 한병 놓고 짜파게티를 세개 끓여먹은게 다라서 집들이랄것도 없지만 나름 선물이라고 예쁜 화분도 세개나 받았다. 창가에 놓아두고 보는데 볼수록 마음에 든다. 구름없는 파란 하늘아래 햇빛이 잘 드는 큰 창가에 화분을 두고 사는 소박한 꿈. 늘 마음속에 품고있던 그 꿈이 너무 순식간에 현실이 되어서 설레일 틈조차 없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마드리드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신난다. 설레는 것과 신이나는건 분명 전혀 다른 감정이기에 내 감정은 제법 확실한것 같다.

 마드리드에 온 이후로 총 여섯가지의 기록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혼자만의 소소한 감정을 담는 일기장, 마음 내키는 대로 그려대는 크로키북, 손에 들려있지 않으면 어색한 카메라, 영수증 하나 버리지 않고 꼼꼼히 쓰는 가계부, 간략하게 하루 있었던 일과 먹은 음식을 적는 캘린더,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블로그까지. 기억은 기록에 의존한다지만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가끔한다. 그렇지만 단 하루, 한 시간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스페인의 늘 활기찬 기운에 힘입어 아직까지는 하루도 빼놓치 않고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의 이 모든 기록들, 6개월이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는 그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쏟아지는 졸음을 맥주 한병으로 버텨가며 블로그에 첫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