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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줌렌즈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건 작년 2월,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할 즈음이었다. 오래도록 필름바디와 붙박이 표준단렌즈라는 컴팩트한 조합에 길들여져 있던 터라, 상대적으로 무거운 DSLR을 들고 떠나는 배낭여행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급한대로 아는 형님 한분께 슈퍼줌렌즈를 하나만 추천해주십사 부탁드렸더니 대뜸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슈퍼줌렌즈 쓸거면 차라리 DSLR을 쓰지 말아라'

 무슨소린지 몰라 한참을 멍-하고 있었더니 형님께서 알아듣게 찬찬히 설명을해주시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무거운 바디를 들고 다니고, 불편해도 렌즈를 바꿔가며 DSLR로 사진을 찍는건 다 화질 때문인데 조금 편하겠답시고 슈퍼줌렌즈를 쓰면서 화질을 포기할 바에야 똑딱이나 하나 들고가라는 거였다. 결국 슈퍼줌렌즈를 구입하려던 계획은 취소되었고, 아프리카 여행길에는 번들렌즈와 밝은 단렌즈, 그리고 반사망원 렌즈까지 바리바리 싸들고서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탐론 18-270 PZD을 처음 본 사람들은 상당히 컴팩트한 외형에 우선 놀라게 된다.


 탐론에서는 두 종류의 슈퍼줌렌즈를 발매하고 있다. 하나는 18-270, 또 하나는 28-300 화각이다. 흔히들 슈퍼줌렌즈라고 하면 '여행용렌즈'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고 아무래도 여행에서는 풍경을 찍는 일이 많다보니 28-300보다는 18-270쪽이 더 '목적'에 잘 부합하는 슈퍼줌렌즈가 아닐까 싶다. 오늘 간략하게 개봉기를 통해 소개할 렌즈는 탐론의 구형 18-270 슈퍼줌렌즈에 PZD라는 초음파모터 유닛이 탑재된 신형 렌즈다. 단순히 작동 메커니즘만 바뀐게 아니라 외형도 많이 달라졌다. 현재 탐론의 최신 모델이기도한 이 렌즈는 '60주년 기념모델'이라는 꽤 거창한 이름을 달고 판매중이다. 사진좀 찍는다 하는 분들은 되려 거들떠보지도 않을법한 슈퍼줌렌즈를 '60주년 기념모델'로 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만큼 이번 신형 18-270 PZD 렌즈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반적인 탐론 렌즈 포장이지만 상단에 적힌 PZD 마크가 눈에 띈다.


 위에서 언급했던 에피소드는, 어쩌면 슈퍼줌렌즈에 대한 사람들이 일반적인 통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툭까놓고 얘기해서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중에 사진을 대형인화를 해서 볼 사람들이 몇이나 되며, 원본의 해상력이 그토록 중요한 사람들은 또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력이 나쁘다라는 이유로 대단한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슈퍼줌렌즈들은 초보자들이 한번쯤 써보고 지나가는 그정도의 렌즈로만 인식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진짜 슈퍼줌렌즈들의 화질은 '못봐줄' 정도로 나쁜 편인가? 적어도 탐론 18-270 렌즈들은 구형이나 신형 모두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슈퍼줌렌즈를 쓸거면 이정도 코나오는건 감수해야...하지만 볼품없는건 사실이다.


 구형 18-270과 비교할때 외형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구경의 축소다. 신형 렌즈에 탑재된 PZD(피에조드라이브)라는 탐론의 신형 초음파 모듈은 '소형-경량화'라는 말로 그 특징을 일축할 수 있겠다. 필터구경은 72mm에서 62mm로 크게 줄었고 무게역시 100g이 줄어든 450g이다. 구형 18-270을 옆에 놓고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실감이 난다. 이정도면 고급 단렌즈정도의 화질까지는 포기하더라도 휴대성에서 압도적인 우세이지 않을까. 거짓말 살짝보태서 정말 번들렌즈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물론 슈퍼줌렌즈의 특성상 경통이 앞으로 많이 튀어나오고, 조리개가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 등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비율이나 디자인이 참 깔끔하게 잘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구형 렌즈가 13군 18매였던 반면 신형 18-270은 13군 16매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달라지고 PZD 모듈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렌즈가 두 장 줄어든 만큼 구형과 광학적인 성능에서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뜻한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오히려 화질이 구형보다 못해졌다는 말도 있고, 또 별차이 안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개봉기에선 화질에대한 더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기로 하겠다. 

탐론 18-270 PZD는 현존하는 가장 작은 슈퍼줌렌즈다.


 탐론의 VC야 워낙에 정평이 나있기로 유명하지만, PZD는 아직 익숙치 않은 용어다.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진행파대신 정상파를 이용하는 방식이라고는 하는데, 유저들이 원리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뒤에서 사진과 함께 실제 사용해본 주관적인 견해를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도록 하겠다.

(위) 18mm / (아래) 270mm


 우선 슈퍼줌렌즈에 익숙치 않은 분들을 위하여, 당최 18-270이라는 무시무시한 화각이 어느정도의 위력인지 짚고 넘어가보자. 크롭바디 기준으로 위 사진이 18mm 최대광각, 아래가 270mm 최대망원이다. 줄곧 이야기한 '편의성'이라는 부분이 온몸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렌즈를 갈아끼우고, 발로 뛰어다닐 필요 없이 머릿속으로 그린 구도를 그자리에서 바로 담으면 그걸로 끝이다. 일단 한번 편의성을 맛보고 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단다.

찰나를 놓친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화각을 빠르게 바꿔 촬영한다는건 그만큼 찰나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위 사진은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담고파 순간적으로 망원을 당겨 찍은 사진이다. 만약 슈퍼줌렌즈가 아니었다면 셔터를 눌러보기도 전에 놓쳐버렸을 순간이다. 이처럼 편의성이라는 부분에서 워낙 큰 메리트가 있기에 18-270 같은 슈퍼줌렌즈는 계륵이라는 말을 하는게 아닐까.

최대망원으로 당기면 크롭에서 무려 405mm라는 무시무시한 화각이 된다!


 적어도 내가 사용해본 18-270 PZD는 결코 화질에서도 뒤쳐지는 그런 렌즈가 아니었다. 광각에서 망원에 이르는 화각 전구간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운 수준의 해상력을 보여준다. 사실 슈퍼줌렌즈는 써볼기회가 거의 없었던 렌즈라 막연히 화질이 많이 떨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직접써보니 '어라?'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개봉기라 구체적인 비교자료는 없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만 최대망원에 가까워질수록 주변부에서 살짝 비네팅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정확히 어느 구간부터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18mm가 있어서 풍경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


추운날씨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단초점거리가 조금만 짧았어도 완벽했을텐데...조금 아쉽다.


슈퍼줌렌즈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는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는게 장점이다.


 이번에 처음 탑재된 탐론의 신형 초음파 AF 모듈인 '피에조드라이브(PZD)'는 상당히 정숙하면서도 빠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물론 주목할만한 속도까지는 아니지만 포커싱하는데에 전혀 답답함 없는 시원시원한 수준이었다. 슈퍼줌렌즈에서 이정도의 초음파 AF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분좋은 일이다. PZD의 탑재는 AF 퍼포먼스 자체의 향상을 꾀했다기 보다는, 그로인한 렌즈의 경량화나 소형화 같은 부분에서의 혁신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인물용 렌즈로도 손색이 없어보이는 탐론 18-270 PZD.


 탐론의 VC(손떨림방지)의 경우, 작동소음이나 방식에 있어서 불만이 있는 유저들이 간혹 있는 편이다. 신형 18-270 역시 VC 기술은 예전것이 그대로 탑재된 만큼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작동 소음과 진동이 꽤 큰편인데 구형 18-270에 비해서 상당히 심해졌다. 하지만 격하게 작동하는 만큼이나 성능 또한 뛰어나다. 특히나 270mm 망원까지 지원하는 렌즈인 만큼 손떨림방지 기능의 역할이 클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반셔터를 누르는 순간 '착-' 하면서 순간 정지가되는 느낌이 아주 짜릿하다. 조리개가 어두운 편에 속하는 렌즈지만 VC 기능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셔터스피드 확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여행용으로 쓰게되는 경우,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이정도 성능이면 사진이 흔들려서 못쓰게 될 걱정은 조금 접어두어도 괜찮을 듯하다.

의외로 플레어 억제에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외로 놀랬던 부분이 플레어 억제 성능인데, 역광이 강한 상황에서 각도를 바꿔가며 여러번 테스트했지만 플레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본으로 꽃무늬 후드가 제공되기는 하나, 후드 없이 사용해도 큰 문제 없을듯 보인다. 워낙 여러가지 편의성을 한번에 만족해야하는 렌즈다보니 플레어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니 그저 기특할 뿐이다.

일단 오늘은 개봉기니 여기까지만...^^


 아직 개봉기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탐론 18-270 PZD의 첫인상은 '슈퍼줌렌즈 종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엇다. 고배율 줌렌즈 답지 않은 화질과 뛰어난 손떨림방지 성능, 거기에 PZD 신형 초음파모터까지 탑재하고 크기랑 무게는 놀라울 정도로 컴팩트하게 변신했다. 물론 단점이 아주 없는건 아니다. 구형 18-270의 줌링이 조금 타이트했던 반면, 신형의 줌링은 상당히 부드럽게 돌아간다. 때문에 조작감은 좋아졌지만 경통흘러내림이 발생하기도 한다. 18mm 줌락버튼이 존재하기는 하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또한 최단초점거리가 49cm 인것도 의외로 꽤 불편한 구석이 있다. 가격또한 구형보다 조금 비싸졌다.

 너무 한쪽만 바라보다보면 다른걸 잃기 마련이다. 한번쯤은 어깨의 힘을 조금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탐론 18-270 PZD를 마운트해보자.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만큼 사진 찍는 일도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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