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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첫 자출 이후[링크: 나의 첫 자전거 출근기!(한강-안양천-도림천-서울대)] 통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일단 출근을 하려면 퇴근을 해야하고, 퇴근할 때도 자전거를 가져가야 다시 타고 올 수가 있는데, 저녁시간에 약속 한번, 과외 한번 이렇게 되어버리니 이틀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기필코 자전거를 타겠노라고 아침 나절부터 그 생각 뿐이었다.

 저녁 6시. 접혀있던 스트라이다를 펴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늘 역시 완벽한 라이딩은 하지 못했다. 구로 디지털 단지 역에서 볼일이 있어서 그곳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나머지 구간만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조금 아쉽긴 해도 내일이 또 있으니 오늘은 가볍게 몸을 푼 셈 치자.


 오늘의 라이딩 코스. 헌데 길이 중간에 조금 꼬여있다. 안양천을 타고 한강 합수지점에 들어서면 이미 집 방향으로는 가양대교 말고는 지나칠 한강 다리가 없다. 그래도 처음 하는 야간 라이딩인데 예쁘다는 한강 다리의 야경을 두 개는 보고 가야할 것 같아서 일부러 성산대교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기로 했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조금 망설였다. 내 스트라이다에는 아직 전조등도 없고 후미등도 없다. 깜깜한 밤에 믿을 거라곤 바디에 원래부터 붙어있는 길쭉한 반사 스티커와, 등에 둘러멘 메신저 백의 반사 스티커. 그나마도 가로등이 없는 곳을 달리게 되면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그런 일은 없었다. 도림천도, 안양천도, 한강도. 참 밝더라!

하마터면 오늘도 사진찍는걸 잊고 그냥 달릴 뻔 했다


 야간에 라이딩을 할때는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꼭 부착하는게 자전거 예절이지만, 오늘은 미처 준비를 못해서 대신 천천히, 그리고 더욱 조심하며 달렸다. 혹여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말이다. 상대적으로 길이 좁고 어두운 도림천을 지나 안양천이 한강과 만날 무렵이 되어서야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낼 여유가 생겼다.

양화교 아래서 잠시 쉬어가며


 안양천 하류의 마지막 다리인 '양화교'의 모습. 버스 타고 다닐때는 매일 셀 수 없이 지나다니던 다리인데, 이렇게 밑에서 바라보니 전혀 처음 보는 듯한 어색함 마저 든다. 지금은 밤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이제 이 다리 밑을 지나면 바로 한강이다.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 집으로 가기 전, 오른쪽으로 돌아서 성산대교를 향해 더 힘차게 페달을 밟아본다. 왜냐면... 이미 저녁시간이 한참 지나서 배가 고팠기 때문에... 미리 그럴 줄 알고 가방에 초코바를 두어개 챙겨왔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깜빡 잊고 있었다.


검푸른 하늘과 노오란 나트륨 불빛은 참 잘 어울리는 묘한 조합이다


 성산대교가 참 예쁘다. 가끔은 촌스럽다고 느껴지던 성산대교의 트레이드마크! 아치 윗쪽의 뽕뽕 뚤려있는 구멍들 말이다. 하지만 밤이 되어 실루엣만 남으니 시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강의 밤, 잔잔한 수면 위로 반사되는 불빛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수 놓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성산대교를 꼽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불빛도, 그렇다고 독특한 구조를 가진것도 아니지만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빛, 화려함 보다는 수수함에 가까운 아름다움. 그게 바로 성산대교의 표정이다.


너무 화려해서 나를 더욱 배고프게 만들었던 가양대교!


 그렇게 성산대교에서 괜히 혼자 감상에 젖어보고는, 다시 핸들을 돌려 집 쪽으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가양대교는 그야말로 빛과 색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낮과 밤의 모습이 가장 다른 다리, 가양대교. 낮에는 별볼일 없는 지극히 평범한 다리지만, 밤이 되면 저렇게 변신을 해 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는 가양대교를 꼽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순수하게 '야경'만을 따져볼 때의 이야기다. 
 물에 비친 가양대교의 모습은 과일맛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야경을 보다가 왠 아이스크림 생각이 난건지... 이제 밥 먹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벌써 시계는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오늘도 무사히 라이딩 완료!


 오늘은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지도 못했고, 야간 라이딩을 대비한 준비도 못했지만 다음엔 나도 당당히 달려야겠다. 그나저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하나 둘 씩 악세서리를 구입하다가 통장에 또 구멍나는건 아닐까 걱정이다.

 오늘은 야경 촬영을 목적으로 나간게 아니라 삼각대를 미처 준비 못했다. 덕분에 바닥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스트랩을 둘둘 말아서 높이를 맞춰가며 야경을 찍었는데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다. 가양대교에 도착해서 산책로 한켠 바닥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셔터를 누른 후 옆에 서서 노출시간 15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한테 말씀하시길,

'학생, 카메라 떨어졌어!'

 떨어진게 아닌데... 친절하게도 주워 주려 하시길래 손사래를 치며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지금은 사진 찍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덕분에 마지막 사진은 무사히 촬영 완료! 오늘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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