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렌즈의 기계적인 성능이나 수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필름 카메라를 쓸때만 해도 싸구려 필터에 기름 범벅을 해놓고도 신이 나서 셔터를 눌렀던 것 같고, 최근에 디지털 바디로 넘어와서도 색수차니 선예도니 하는 말들은 나와는 상관 없는 말이라도 치부해버렸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눈으로 찍는거라는 믿음이 강해서 였을까. 그런데 최근들어 렌즈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수치들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성이 생겼다. 나야 상관없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될, 일명 '샘플샷'을 찍어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결정적으로 77리밋을 일주일 정도 대여해서 써보는 사이에 처음으로 '색수차'라는 것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망쳐..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보는 렌즈 리뷰다. 렌즈 리뷰는 다른 사람이 쓴거 읽는건줄로만 알았지 내가 쓰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첫 스타트가 아주 기분좋다. 국민 표준 줌렌즈라고 불리는 TAMRON SP AF 17-50mm F/2.8 펜탁스 마운트로 리뷰를 진행했다. 사실 VC 버젼이 리뉴얼되면서 구형은 점점 잊혀져가는 추세인게 아쉬웠지만, 펜탁스는 바디에 손떨림방지 모듈이 들어있으니 딱히 리뉴얼이 필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어쨌거나 참 좋은 렌즈 덕에 리뷰를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시 돌려주려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어느새 장마철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온게 지난 2월이었으니, 어느새 반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시간은 야속할정도로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야심차게 여행기를 블로그와 각종 사이트를 통해서 자유롭게 연재했었고 17부작이라는 나름 스펙터클한(?) 스케일로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작년 인도 여행기가 아직도 파테푸르시크리에서 멈춰 지지부진 하고 있는걸 생각하면 이번 아프리카 여행기는 밀도있게 끝맺음을 잘 한것 같다. 여행의 기억이 서서히 흐려져 갈 즈음, M25 에디터로부터 메일에 답장이 왔다. 본래 카타르 항공권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여행기를 연재하기로 했었는데, 그 일정과 분량이 확정된 것이다. 세렝게티 한 편, 잔지바르 한 편 해서 총 두 편으로 연재되고 각각 2페이지 정도 ..
헤링본 더 초콜렛 시덕션 리미티드 에디션 2010. 이름 한번 정말 길다. 하지만 사용기를 작성하기 위해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이름이 괜히 긴게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리미티드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준 높은 구성은 물론이고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와 꼼꼼한 정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물론 도브테일 플레이트 실링의 문제같은 치명적인 결함도 발견되었지만 그마저도 애교로(?) 넘길 수 있을 만큼 확실히 '괜찮은' 제품이다. 11만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방에 핸드 스트랩과 넥스트랩, 거기에 컴팩트 카메라 스트랩까지 세트로 맞춰버릴 수 있다는 강점에 아마도 많은 유저들이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느즈막히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한여름 날씨다. 그나마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다고 하지만, 아직 6월초인데 벌써부터 30도를 웃돌 정도니 이러다가 8월에는 40도가 넘어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날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6월 달에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도, 해질 무렵에 그렇게 푹푹 찌는지도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운동한답시고 땡볕에서 고생하다간 오히려 몸이 축나기 딱 좋은 계절. 그래서인지 한강 자전거 도로는 오히려 이른 아침,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야경 예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강의 다리들. 시간이 늦은 김에, 야경도 구경하고 시원한 강바람도 쐬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야경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름을 쓸때만 해도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내 실력을 믿을 수 없어서 야경 사진은 잘 찍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디지털 카메라로 야경 사진을 조금씩 찍다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사진놀이도 또 없지 싶다. 셔터를 누른 뒤의 기다림과 설렘, 결과물을 보며 다시 한번 느끼는 즐거움은 야경을 찍으며 누리는 특권이 아닐까. 오늘도 퇴근길에 잠시 한강쪽에 들러 몇 장 찍어보고 왔다. 삼각대가 없어도 난간이나 돌 위에 카메라를 올리면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바닥에 놓으면 그만이다. 야경 사진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대체 뭘까. 하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 '감도를 최저로..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지 채 한달도 안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속도도 붙지를 않고 한 시간을 달려서 출근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몇 일 타고 다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더 건강해질리도, 몸의 변화가 생길리도 만무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변화는 출퇴근길이 즐거워 졌다는 사실. 매일 아침마다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며, 혹 버스라도 놓칠까 지하철 문이 닫힐까 노심초사하는 전쟁 아닌 전쟁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너무나 홀가분하다. 진작부터 이렇게 다닐껄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해서 책 한장 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던걸 생각하면, 아침 공기도 마시고 풀냄새도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출퇴근 ..
달그락, 달그락. 한 걸음씩 내 딛을 때 마다 발 끝에 자갈이 채인다. 싱그러운 6월의 녹음이 가득한 벌판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그렇게 혼자서 걸어보는 나만의 시간, 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반나절이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그야말로 초고속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이지만, 유난히 '기차'라는 두 글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늘 낭만과 추억으로 먼저 다가온다. 궤도를 따라서 정해진 길로만 다닐 수 있는 기차. 하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기만 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떠났던 여행의 설레임, 대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MT를 떠나던 기억, 사랑하는 연인과 오붓하게 앉아 덜컹거리는 차장에 기대어 사랑을 속삭였던 추억. 이 모든 이야기들은 철로 위에 쌓이고 또 쌓여만 간다.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