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되었다. 기숙사 한방에서 같이 먹고자며 학창시절을 함께한 친구들도 이제는 '십년지기'가 되었다. '10'이라는 숫자의 자릿수가 주는 부담감 때문일까. 친구를 만나면 술집부터 찾던 버릇도 조금씩 변해가는것 같다. 그러다 문득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것도 이왕이면 남들이 쉽게 못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한강을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제'가 있다는 걸 알게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말 나온김에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한창 바쁜 근무시간, 잠시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와 고등학교 친구 Y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달이 가기전에 한 4박 5일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할 계획인데 혹시 함께할 수 있겠느냐. Y의 대답은 흔쾌히 오케이였다..
요즘은 카메라 가방을 잘 안들고 다니게 되더라. 새로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작고, 가벼워지고 있다. 까맣고 커다란 DSLR을 쥐었던 갸날픈 여성들의 손목에는 이제 하얀색, 핑크색의 예쁜 미러리스들이 들려 있다. 비록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미러리스도 출시되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작은 카메라들 전성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가에게 가방은 카메라 만큼이나 중요한 장비다. 크기는 작아져도 카메라는 여전히 비싸다.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을 하나만 딱 고르고 싶었다. 이왕이면 투박하지 않고 카메라 가방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차분한 검정과 깊이있는 빨강의 디자인은 A&A의 오랜 철학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렇기에 COV-7000 카키색의 발매..
불편한 카메라에 대한 불편하지 않은 감상 보통 라이카의 주력 기종이라고 하면 필름 바디에서부터 이어진 유전자의 M 시리즈를 떠올리곤 한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과거의 명성에 조금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아직 M 시리즈는 분명 건재하다. 캐논, 니콘의 웬만한 플래그쉽 DSLR 가격은 우습게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얼핏 보면 고풍스러운 미러리스에 불과해 보이는 소소한 외관이다. 라이카 M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진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기를 극히 꺼리면서도 최고의 바디와 렌즈로 원하는 사진을 허락하는 카메라. 불편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뭇 취미사진가들에게 로망인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필름바디 여러 대, DSLR 서너 브랜드를 거쳐 오면서..
라이카는 비싸다. 그렇지만 라이카는 늘 고민하게 만든다. 미니멀리즘한 디자인과 그놈의 빨간 딱지에 끌리다가도 가격표를 보고는 잠시 마음이 떠나기도 하고, 다시 샘플 사진을 보면 또 심장이 쿵쾅대는. 그러기를 여러 차례 .어느새 내 손에는 라이카가 들려 있게 된다. 그게 바로 라이카의 매력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작년 여름 경주 여행에 함께했던 D-lux 5가 바로 그런 카메라였다. 빨간딱지에 현혹되지 않으리 굳게 마음먹고 손에 쥐었던 D-lux 5. 그래봐야 컴팩트 카메라인데 라이카라고 별 수 있겠어? 하고 의심했던 내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의 나의 마드리드 교환학생 생활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시즌 1은 처음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한 학기를 열심히 다니며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시기, 시즌 2는 학기가 끝나고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와 마드리드에서 한 방에 한 달 넘도록 함께 살았던 시기, 그리고 마지막 시즌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하던 시기. 그동안 여행기만 주구장창 써왔으니 오늘은 잠깐 사이드로 빠져서 교환학생 생활의 시즌 2를 가볍게 정리해볼까 한다. 위에서 언급한것 처럼 시즌 2는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가 마드리드 내 방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신현재라는 친구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http://ramzy.tistory.com/341..
북부 이탈리아 여행 7일째. 밀라노에서(정확히는 바로 옆도시 베르가모에서) 시작한 여정은 동서로 지중해를 한번씩 찍고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 있었다. 돌이켜보면 세계일주중인 현재와 마드리드에서 교환학생 생활로 바쁘던 내가 일정을 맞추고 여행 계획을 잡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결국 밀라노 인-아웃으로 루트가 굳어진건 마드리드-밀라노간 항공권이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중 제일 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베네치아와 친퀘테레 때문에 다시 찾은 이탈리아에서 밀라노까지 여행하게 되었다. 친퀘테레로 가는 밤샘 여정 후 오랜만에 발을 쭉 뻗고 잔것 같다. 밤 늦게 밀라노에 입성해서 미리 알아본 시 외곽의 허름한 호스텔에서 그렇게 하룻밤을 묵었다. 아껴두었던 한국..
친퀘테레의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에서의 행복했던 만찬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기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몬테로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일정이 조금 빠듯해져 버렸다. 다섯 마을 사이를 오가는 기차는 그리 자주있는 편이 아니라 시간표를 잘못 조합했다가는 다섯 마을을 다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시 우리가 향한 곳은 세번째 마을인 '코르닐리아(Corniglia)'였다. 코르닐리아는 다섯 마을중 유일하게 바다에 직접 면하지 않은 마을이다. 하지만 기차역이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마을까지는 걸어서 십오분 정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야만 한다. 높은 바위 언덕위에 있는 마을이기때문에 이번 여름 쓰나미 피해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마을이기도 하다. 코르닐리아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 코르넬리우..
친퀘떼레(Cinque terre). 이탈리아어로 '다섯(Cinque)개의 땅(Terre)'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몬테로소 이렇게 다섯 마을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이 다섯 마을들은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을 바라보고 가파른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인 관광지들과 차마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들이지만 유럽 여행자들에게는 의외로 꽤 알려져있는 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도 등록되어있단다. 흔히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럽에서 제일 아름다운 마을'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1, 2위를 다투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해안가의 조그만 다섯 마을이 이토록 유명해지게 된건 자연적, 지형적인 특성 때문이다. 지중해의 세찬 바람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