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카메라 가방을 잘 안들고 다니게 되더라. 새로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작고, 가벼워지고 있다. 까맣고 커다란 DSLR을 쥐었던 갸날픈 여성들의 손목에는 이제 하얀색, 핑크색의 예쁜 미러리스들이 들려 있다. 비록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미러리스도 출시되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작은 카메라들 전성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가에게 가방은 카메라 만큼이나 중요한 장비다. 크기는 작아져도 카메라는 여전히 비싸다.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을 하나만 딱 고르고 싶었다. 이왕이면 투박하지 않고 카메라 가방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차분한 검정과 깊이있는 빨강의 디자인은 A&A의 오랜 철학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렇기에 COV-7000 카키색의 발매는 상당히 인상깊었다. 카키색 캔버스천과 브라운 계열의 가죽 소재는 헤링본 같은 타사 제품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낌에 가깝다. 다소 무거운 느낌의 블랙에서 탈피해 대중적인 컬러의 제품을 새로 내 놓았다는건 그만큼 COV-7000이 인기가 많았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전에 COV-7000 블랙을 사용했을때에도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다. 카메라 가방처럼 보이지 않는 단정한 외관, 책은 물론 노트북이나 타블렛까지 수납 가능한 공간 활용 등. 이제 디테일들을 한번 살펴보자.
로고
가방의 전면부 가죽위에 음각으로 A&A 로고가 새겨져 있다. 기존의 블랙 모델 역시 똑같은 로고가 새겨져있었다. 하지만 밝은 브라운으로 색상이 바뀌면서 더욱 시안성이 좋아졌다. 프린트가 아니라 음각이기 때문에 나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버클
어깨끈을 매는 부분의 버클과 연결고리들은 전부 주물 금속으로 되어있어서 튼튼한 인상을 준다. 끈 길이를 조정한 뒤 남는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가죽고리가 달려있는데, 한 쪽은 빨간색으로 되어있어 A&A의 디자인 정체성을 남겨두려는 디자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어깨끈
어깨끈의 패드부분은 미끄럼 방지 재질로 덧대어져 있다. 사실 어깨패드의 쿠션이 따로 없어서 가방 크기에 비해 장시간 이용 시 불편함이 조금 있을수 있다. 하지만 COV-7000의 디자인 의도자체가 ‘카메라 가방같지 않은 카메라 가방’이기 때문에 오히려 심플하게 안쪽으로 미끄럼 방지 패드만 붙인 지금의 모습또한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미끄럼 방지 성능은 꽤 좋은 편이라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운반손잡이
카메라 가방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의외로 운반 손잡이가 따로 없는 가방들이 있는데 실제 촬영시에 꽤 불편하다. COV-7000의 운반 손잡이는 그립 부분이 가죽으로 되어있어 외관 상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잡는 느낌도 편안하다. 손잡이 가죽의 깔끔한 재봉이나 마감 상태를 보면 A&A 제품의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바닥
바닥면의 재질 역시 일반 캔버스 천이다. 하지만 높이가 꽤 되는 철제 징이 박혀 있어서 쉽게 쓸리거나 오염되지는 않는다. A&A 제품들의 캔버스 재질이 꽤 튼튼하고 두께감 있는 편이긴 하지만 오래 쓰는 가방이다보니 바닥면에서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한다. 실제로 모서리 부분 같은 곳은 오래 쓰다보면 닳을 수 도 있으니 이점을 염두하고 구입하는게 좋겠다. 재질상의 특성이니 그러려니 하시는 분은 패스.
지퍼
가방을 여닫는 지퍼가 끝까지 열리지 않도록 잠그는 버클이 달려있다. 역시 가죽재질로 고급스럽게 마감되어 있다. 금빛이 도는 철제 지퍼 자체가 디자인과는 상당히 잘 어울리지만 재질 특성상 꽤 날카로운 편이라 추운 겨울철에 손등이 스치거나 하면 좀 아프다. 카메라를 넣었다 뺐다 할 때에도 스크래치가 발생할 위험이 조금 있다는 점이 아쉽다.
빗물덮개
윗부분 덮개 스타일 자체가 양 옆으로 빈틈이 생기긴 하지만 나름 빗물덮개도 달려있다. 지퍼가 조금 열려 있어도 빨간색으로 덧대어진 가죽이 보여 기능 보다는 디자인 적인 측면이 강하다.
보조주머니
COV-7000은 양 옆으로 보조주머니가 딱 두개 있다. 전면부에 튀어난 주머니가 없으니 일반 토트백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수납성이 아쉽긴 하다. 그나마 있는 보조 주머니도 공간이 거의 없는 납작한 스타일이라 물건을 넣기엔 좀 부족하다. 공연 티켓이나 입장권, 팜플렛 정도 넣을 만한 공간.
수납
보조 주머니가 없는 대신 주 수납공간의 수납성이 상당하다. 가방에 넣어볼 물건들은 DSLR(후지 오프로) + 표준줌, 여분의 줌 렌즈, 미러리스(라이카 X2), 노트북(VAIO 14인치), 에세이집 한권. 가방의 모양새가 일반 토트백과 비슷하다 보니 저렇게 생긴 노트북도 들어간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다. 원한다면 내부의 쿠션과 파티션을 제거하고 본격적인 등하교(혹은 출퇴근)용 가방 또는 노트북 가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DSLR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일반 카메라 가방과 가로세로 공간의 폭은 비슷해 보인다. 다만 깊이가 조금더 깊은 편이다. 오른쪽에는 여분의 줌 렌즈를 수납한 모습.
라이카 X2도 쑥쑥 잘 들어간다. 외장 뷰 파인더를 장착한 상태라 키가 좀 커졌지만 옆으로 넣어도 부드럽게 잘 들어간다.
파티션은 완전 탈부착이 가능하다. 통째로 드러내고 일반 가방처럼 쓸 수도 있다. 또한 파티션과 옆면 사이의 공간 역시 책이나 타블렛 등의 물건을 넣기 적당하다. 실제로 작은 보조주머니도 달려 있어서 처음부터 활용하도록 디자인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책을 넣고 다니기도 좋고,
14인치 노트북도 쑥쑥 들어간다.
정말 카메라 가방 같은 느낌이 별로 안든다. 그냥 책가방으로 쓰면서 학교 다녀도 될 듯. 물론 회사원들 정장에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전천후 디자인이다.
몸집이 작은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 다소 정신산만한 착용샷들을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