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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빡빡했던 일정을 뒤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게획대로라면 오늘은 나폴리와 폼페이 두곳을 모두 돌아보아야 하지만, 아침에 10시가 넘어서야 주인 아저씨의 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나는 바람에 폼페이를 우선 돌아보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나폴리에 가기로 했다.

 폼페이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나폴리에 도착한 뒤 지방철도를 타고 다시 폼페이까지 가야만 한다.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여행 11일 만에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제 너무 강한 햇빛을 오랫동안 쬐어서 그런지 J군이 결국 앓아 눕고 만것이다. 어제 잠들기 전에도 '혹시 내가 내일 못일어 나면 그냥 너희 둘이서 갔다와'라고 유언까지 남기더니만 결국 앓아 눕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J군은 민박집 아저시의 간호와 함께 하루 쉬기로 하고 우리 둘만 나폴리로 향했다.


 간밤에 잠을 잘 못자서 그런지, 나폴리로 가는 내내 약먹은 사람처럼 잠이 들어 있었다.

 나폴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점심때를 훌쩍 넘긴 시간. 점심을 거르자는 생각에 아침에 나올 때 밥을 두공기나 먹고 나왔기 때문에 곧바로 지방철도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J군의 빈자리 때문이었을까, 우리 둘다 어디서 열차를 타야 하는지도 못찾고서 한참을 헤메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우리 옆을 스쳐가는 낮익은 얼굴이 있었나니 그건 바로 고등학교 동창들 4명. 다들 폼페이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가기 위해서 뛰고 있던 것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이틀 연속으로 친구들을 만나니깐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어차피 폼페이로 향하는 길이었기에 하루를 같이 다니기로 했다. 든든한 힘이 되어줄 친구들을 만나서 더욱 기운이 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기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곳 중에 하나였던 폼페이.
 화산재에 묻혀서 몇천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바로 그곳.

 생생한 역사의 무대의 다시 선다는 생각만으로도 두근두근 거린다.


 폼페이로 가는 지방철도를 타고 30분정도 가자, 드디어 폼페이를 화산재로 묻어버렸던 베수비오 화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화산을 눈앞에서 보는건 처음이었다. 한그루의 나무도 없이 붉은 흙으로 덮혀 높이 솟은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은 2천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섬뜩하게 느껴진다.


 포로 로마노와 비슷하게 보이는 폼페이의 유적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곳은 로마에서 처럼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고,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황량한 사막같은 곳.
 조용한 폼페이는 그렇게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긴 세월을 버티고 있었다.


 폼페이의 유적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세밀하며, 아름다웠다.
 지금은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황량할 정도지만,
내 눈앞에는 번성했던 그때의 폼페이의 찬란한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을 정도로 발달했던 폼페이의 가로에는, 그때의 마차 바퀴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록 대부분의 집들은 지붕이 없어진 폐허로 존재했지만 남겨진 집들의 수를 헤아려 보더라도 이곳이 얼마나 화려한 도시였는지 짐작케 해준다.

 폼페이의 거리를 걷고있으면 정말 묘한 기분이 든다.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느낄 수 없다.
 길가에서 발견한 마차 바퀴자국은, 2000년이라는 긴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내 마음을 울린다. 여행지를 사진으로만 봐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좀더 큰 집에 들어가면, 로마인들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밀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들이 벽과 바닥을 수놓듯 장식하고 있다. 벽부분에 아직 떨어져 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장식들의 색이나 모양들은 지금에 비교해 보아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상태 그대로였다.


 

 폼페이는 타락의 도시였기에 오히려 이렇게 지금까지 이런 흔적들이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화산이 터져서 사람들은 모두 벌을 받게 되고, 후대에 다시 발견되게 하셔서 후손들에게 두루두루 교훈으로 삼게 하려는 하늘의 뜻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면에서 폼페이는 마음이 경건해지는, 다른 여행지와는 다른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폼페이가 분명 환락과 사치, 유흥의 도시였다는걸 잘 보여주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으로 치면 사창가에 해당하는 곳이다.

 좁디좁은 방들이 여러개가 붙어있고 각 방에는 돌로만든 침대 하나씩만 달랑 놓여져 있었다.
 직접 누워보니 발을 채 다 필수도 없다. 당시 사람들은 키가 굉장히 작았던 걸까.

 벽면에는 사진에 보이는 것같은 성행위를 묘사한 적나라한 그림들이 즐비하다.
 고대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는게 참, 묘한 기분이 든다.

 겨우 폼페이 한군데 다녀왔을 뿐인데 몸은 천근 만근이다.
 내일은 바티칸 투어를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일찍 자라고 주인 아저씨가 말씀 하셨지만 왠지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 세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얕은 잠이 들었다.

오늘의 지출

점심 맥도날드 5.5 €
지방철도 편도권 3.6 €
폼페이 유적 입장료 11 €
젤라또 1.5 €

                                                                                                                    total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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