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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산 하프코스(21km) 공식 코스맵(출처: 자전거연맹 홈페이지)


가평 연인산은 매년 5월에 열리는 MTB 대회로 유명한 곳이다. 올해 역시 열릴 줄로 굳게 믿고 연초부터 참가신청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돌연 개최가 취소되었다. 사유는 가평군의 예산 부족이라는데 참가를 기다리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지난 주말에 가평을 찾았다. 불과 한 시간 정도면 서울에서 경춘선 혹은 iTX 청춘을 타고 도착할 수 있다. 수도 서울의 대단한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산들을 대중교통만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원래 계획은 연인산 대회 본코스(43km)를 타는 것이었지만 나의 부족한 준비성과 정비실력의 부족으로 당일 오전시간을 상당히 까먹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어 변경이 불가피했다. 가평역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5시가 가까운 시간이었고 산에는 해가 빨리 지는걸 감안하면 본코스에 진입하는건 위험해 보였다. 대신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하프코스(21km)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대한자전거연맹의 소개글에 따르면 길이는 짧지만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코스라고 했다.

라이딩을 마친 소감은 ‘XC 라이더를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라는 느낌이다. 난이도도 적당하고 작은 재미들이 다양하게 숨어있어 다시 찾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코스였다. 25km의 코스(공식 21km)는 제각기 성격이 명확한 7개의 구간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분류에 따라 각 구간별 특징과 라이딩 소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1구간(0km~3km): 가평역부터 승안삼거리까지 군내를 가로지르는 도심구간

경춘선 전철 혹은 iTX 청춘을 타고 가평역에 도착했다면 역사를 빠져나오면서부터 곧바로 라이딩이 시작된다. 북한강을 오른편에 두고 자라섬과 이화원 입구, 가평군청을 지나 계량교를 건너면 첫번째 갈림길인 승안삼거리에 도착한다. 군내 도심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이라 특별한 사항은 없고 지형도 비교적 평탄하다. 다양한 이유로 가평역에 자주 왔었지만, 군내에 들어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딩을 했던 일요일 늦은 오후는 문 닫은 가게들도 많고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이라 초보자가 도로 위로 라이딩 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2구간(3km~8.5km): 2차선 도로를 따라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는 길

승안 삼거리는 연인산 본코스와 하프코스가 갈라지는 지점이다이곳에서 그대로 직진해서 연인산 방향으로 가면 본코스이고좌회전해서 칼봉산 자락으로 틀면 하프코스의 시작이다군내를 벗어나자마자 꽤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초반부는 전형적인 2차선 시골도로의 우측으로 군부대를 끼고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업힐이다군데군데 팬션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놀러 오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용추로 171번길이라는 새주소 표지판이 보이면 좌측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 계곡을 빠져나간다여기서부터는 다시 남쪽으로 작은 마을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가 아래 계곡을 만날 때까지 달린다.

사실 이 구간은 엄밀히 말해서 하프코스라는 이름을 위해 km를 맞추기 위한 구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특별히 MTB를 위한 임도나 싱글 구간도 아니고그렇다고 대단히 특색이 있는 길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어중간하다본격적으로 산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면 딱 좋다.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달리는 마을길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마을길이 끝난다




3구간(8.5km~12km): 경반리 계곡으로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업힐 공도구간

경반안로 116번길을 따라 마을 안길을 빠져나오면 계곡으로 올라가는 2차선 공도와 접속한다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되는데 경사도가 그리 급하지 않고주변으로 시원스런 산과 옥수수밭의 풍경이 펼쳐져 딱히 힘들지는 않다계곡이 가까워져 그런지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옆으로는 경반계곡 물줄기까지 함께하니 비로소 라이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구간과도 같다별다른 갈림길 없이 계속해서 칼봉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까지 직진하면 된다.


도로상태도 좋고, 차도 많지 않다

길 옆으로 드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진다

앞에 보이는 산이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이다!




4구간(12km~14.5km): 거친 자갈길과 네 번의 도하가 있는 진짜 트레일!

관리사무소 왼편으로 작은 내리막 샛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경반천을 건너는 도하구간을 마주하게 된다본격적인 오프로드 트레일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다여기서부터 약 2.5km 구간은 거친 조약돌과 자갈로 된 업힐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목적지인 12일에 나와 유명해진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강을 총 네 번 건너야 하는데 그야말로 짜릿하다자전거를 타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주파하는 쾌감이 대단하기 때문이다이 구간을 즐기기 위해 가평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자전거로 올라가기에도 만만찮은 코스지만 캠핑장으로 향하는 차들도 여럿 마주쳤다길이 험하다 보니 왠만한 사륜구동 차동차도 조심히 서행해야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그러다 보니 자전거와 속도가 비슷해 겹치는 일도 있는데우리가 만난 매너 좋은 운전자는 먼저 가라며 차를 비켜 세워주시기도 했다그렇게 경반분교 오토 캠핑장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새소리물소리만 가득한 천국이 펼쳐진다왜 이 험한 길을 굳이 차를 끌고 올라와 캠핑 하는지 주변을 둘러보고 단번에 이해가 됐다.


관리사무소 앞에 보이는 첫번째 시냇물을 건너면 트레일이 시작된다

거친 자갈길을 달리는 로망!

보기만 해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녹음

클릿슈즈 다 적셔가며 온몸으로 강을 건넜다





5구간(14.5km~17.5km):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오토캠핑장을 뒤로하고 100여 미터를 더 전진하면 왼편으로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여기서부터 임도가 시작된다군데군데 시멘트로 포장된 곳도 있고모래와 자갈로 된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4구간 만큼 험하지는 않다두 번의 업힐과한번에 짧은 다운힐을 거치고 나면 2km 짜리 하이라이트 다운힐 시작점에 다다르게 된다.

연인산 하프코스는 본코스와는 달리 능선을 넘는 구간이 없고단순히 계곡 하나를 들어갔다가 나오는 정도의 수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제목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짧은 코스 안에 다양한 풍경들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5구간은 비교적 고도가 높아지고 계곡 깊은 곳에 이르다 보니 주변으로 민가나 도시적 풍경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그리 오래 라이딩을 하지 않았음에도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이 다리를 건너고 나면 5구간 임도가 시작된다

군데군데 시멘트로 포장된 곳도 있다



6구간(17.5km~19.5km): 다운힐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하이라이트 구간!

평균 경사도 -9%, 최대 경사도 -18.4%에 달하는 약 2km의 다운힐이 펼쳐지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바닥은 5구간과 같은 시멘트 혹은 모래와 자갈로 된 비포장 도로이다. 중간에 평구간이나 업힐이 거의 섞여 있지 않고, 좌우로 굽이치는 구간이 많지 않아 그야말로 적당한 재미로 즐겁게 탈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어디까지 XC를 타는 MTB 초보자 기준으로 작성된 글이므로, 정말 본격적인 다운힐을 즐기는 라이더들에겐 다소 밋밋한 코스일 수 있다는 점을 참고 바란다. 어쨌거나 여기까지 올라오며 잠시 피로했던 근육이 한번에 다 풀리는 듯한 짜릿함이 있는 코스였다.


다운힐 중간에 친구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





7구간(19.5km~25km): 올라왔던 도로를 따라 가평군청까지 시원스런 내리막

6구간이 끝나는 19,5km 지점에서, 3구간에서 올라왔던 업힐의 공도와 접속한다. 이 접속하는 부분의 시멘트 경사로가 상당한 내리막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공도를 타고부터는 지나온 길을 따라 힘 빼고 편안하게 내리막을 즐기면 된다. 이쪽에도 작은 펜션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뒤로 보이는 연인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마을의 풍경이 흡사 일본 규슈의 유후인 온천마을을 닮아있었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라 언젠가 차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놀러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땀에 흠뻑 젖은 몸도 식히고 라이딩도 마무리할 겸 계곡에 잠시 들러 물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21.5km 지점 쯤에서 도로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 있어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냅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자전거 바지를 입은 상태로 웃옷을 벗고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공도와 접속하는 구간, 내리막에 주의하자

라이딩을 마친 후 즐기는 물놀이

물 보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 없잖아요?

공도 내리막에서 얻은 마음에 드는 사진!




잘먹었습니다! 오늘도 함께해준 고마운 친구에게 고기와 영광을


물놀이를 마치고 가평군내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로컬스러운 식당을 찾아 술과 고기로 주린 배를 채우고 오늘의 라이딩이 무사히 끝난 것을 자축했다. 다음 라이딩은 언제 어디로 떠날지 즐거운 계획을 해보는 사이, 숯불 위의 돼지갈비가 노릇노릇 익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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