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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아무 스케쥴 없는 주말이 돌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리뷰 촬영이니 출사니 해서 정신없었을 테지만 추석 연휴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마저 홀가분한 그런 주말이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던 서울의 하늘은 그야말로 우울 그 자체였다.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간게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몸이 근질거리는건 당연지사! 모처럼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얼마전에 과외를 잘려서 주말 스케쥴이 텅 비어버렸다는 한 녀석과, 야구 시즌이 거의 끝나 심심하다는 또 한 놈, 그리고 내가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간만에 여유로운 페달질 좀 해보자꾸나!


오랜만에 일광욕좀 해보자꾸나!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이 사는 양화대교 북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져 버렸다. 결국 약속장소는 우리집 근처인 가양대교 북단으로 변경되었다. 자전거가 한 달 가까이 햇빛을 못봐서 그런지 하얀 프레임이 창백하게마저 보인다. 지난번에는 답답한 마음에 우중 라이딩을 했다가 체인에 눈꼽만큼 녹이 슬어버려서 그 후로는 절대로 비를 맞출 엄두도 못냈다. 오늘은 뽀송뽀송하게 일광욕좀 시켜줄 수 있으려나.


이렇게 하늘이 예쁘면 정말 자전거 타는 맛이 난다!


 오랜만에 나들이 가는걸 알아채기라도 한건지, 하늘이 유난히 맑고 예쁘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민끝에 지난번 가본 행주산성 국수집으로 정했다. 거리도 가까워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데다가 벌써 시간이 점심때가 가까워져 그리 정했다. 대신 늘 다니던 한강 남단 자전거 도로가 아니라 이번엔 북단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과연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은 되지만서도...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게 느껴진다


 집이 강 아래쪽이다 보니, 북단 자전거 도로는 거의 4년만에 처음 와보는 것 같다. 그때만 해도 가양대교 넘어서는 제대로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이곳은 아름다운 꽃길로 변해있었다. 분명 서울이지만 서울같지 않은 정겨운 풍경이 구불구불한 자전거 도로 옆으로 계속 펼쳐진다. 늘 보아오던 일직선으로 뻥 뚫린 고속도로 같은 자전거 도로와는 또 다른 나름의 매력이 아닐까.



울긋불긋 아름다운 코스모스 사이로...


 자전거 도로 가에는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건지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었다. 울긋불긋한 꽃밭 사이로 자전거들이 달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방화대교 근처에서는 창릉천을 넘어야 행주산성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잘 달리던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뚝 끊겨버렸다. 방화대교 북단에 막 도착했을 무렵이다. 포장 도로는 온데간데 없고 돌자갈이 가득한 비포장 도로가 어디론가 이어진다. 알고보니 이곳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창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서 부터는 창릉천을 따라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고, 행주산성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창릉천을 건너야 한다. 천을 건너는 다리 같은게 따로 없어서, 자그마한 보 위로 아슬아슬하게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언제먹어도 맛있는 3000원의 행복, 행주산성 비빔국수!


 창릉천을 건너자마자 조그만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행주산성 쪽으로 100여 미터만 더 가면 손쉽게 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오늘도 역시나 국수집은 사람들과 자전거들로 북적거린다. 이곳에 처음 와본다는 친구 녀석들과 함께 국수 한그릇씩을 뚝딱 비워버렸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국수지만 이토록 맛이 좋은건, 아마도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배가 고파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번엔 창릉천을 따라서 북으로, 북으로!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한 녀석은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겼다며 먼저 일어났다. 남은 우리 둘은 아까 왔던길과는 다른 길로 집에 돌아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날도 좋으니 급할것도 없다. 방화대교 북단에서 삼송역 너머로 이어지는 창릉천 변으로는 나름 잘 닦인 자전거 도로가 나 있었다. 이 길을 타고 계속 올라가다가 상암동 쪽으로 빠지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창 가을을 즐기고 있었는데...



젠장!!!! 타이어가 펑크나버렸다!!!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혼자 기분에 취해서 열심히 페달을 밟던중 그만 앞을 보지 못하고 사진 속 턱을 전속력(?)으로 넘어버린것이다. 고압 로드타이어가 장착된 티티카카의 특성상 저렇게 요철이 있는 구간을 감속하지 않고 지나면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림이 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턱을 넘자마자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뒷바퀴가 펑크나버렸다. 티티카카를 구매하고 누적거리 700km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따로 가지고 있는 펑크 패치도 펌프도 없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눈물을 머금고 끌차로 화전역까지 찾아왔다


 다행히 바로 앞으로 열차가 지나가는게 보여서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가까운 역까지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어서 결국 '화전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가는것도 큰일이다. 이왕 자전거를 끌고 나왔으니 가까운 수리점에서 수리하고 집까지 다시 타고 가는게 좋을것 같은데...


에구... 어쩌다 이렇게 된거니 ㅠ_ㅜ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전철을 타게된 두 자전거. 결국 6호선 광흥창역 근처 바이키 마포점까지 찾아가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튜브만 교체하면 된다고 해서 만 천원에 해결할 수 있었다. 친구따라 가볍게 나들이 나왔다가 봉변(?)을 치룬 친구 녀석은 수리하는걸 다 지켜 보고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엉망이 되어버린 라이딩, 하지만 그 덕분에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시계바늘은 6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왠지 나의 부주의로 인해 간만의 라이딩이 엉망이 된것 같아서 어째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광흥창 역에서 부터 다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려는데, 진이 다 빠져서 그것 또한 의욕이 잘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이렇게 귀가가 늦어진 덕분에 서강대교에서 가양대교까지 한강을 따라 가는동안 기막힌 노을을 마주칠 수 있었다. 갑작스런 펑크 사고 덕분에 하마터면 보지 못했을뻔했던 노을을 만난 셈이다! 올레!! (계속, 다음편 보기)

실선은 자전거를 탄 구간, 점선은 펑크 이후 전철로 돌아온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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