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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느껴졌던 제주도 일주가 어느새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운 날씨와 바쁜 일정 때문에 잠시 자전거 출퇴근을 안했었는데, 그새 몸이 찌뿌둥해진게 느껴져서 큰일이다. 주말을 맞아 마지막 점검도 할겸 가벼운 라이딩에 나섰다. 평상시에는 티티카카 스피더스를 타고 다니지만 제주도 일주는 스트라이다와 함께할 예정이기 때문에, 안장도 다시 조정해야 하고 이런저런 체크할 사항들이 꽤 많다.
오늘의 목적지는 행주산성 국수집. 일명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번에는 차를 타고 한 번 갔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는 국수맛에 먼저 놀라고,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자전거들에 또 한번 놀랐었다. 함께 제주도를 여행할 친구와 함께 한강대교에서 만나 국수집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라이딩을 나서기 전, 한강대교 아래서 한장 찰칵
제주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모의주행. 오늘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할 사항은 함께 여행할 친구와의 호흡이다. 서로 속도는 얼마나 나는지, 라이딩 스타일은 어떤지, 휴식 타이밍은 비슷할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가기로 했다.
짐가방을 어떻게 고정할지 아직도 고민하는 중이다
우리 둘 다 전용 가방이 없기 때문에, 짐가방을 자전거에 앉히는게 생각보다 골치가 아프다. 오늘은 그래도 짐이 적어서 적당히 묶을 수 있었지만 떠나기 전에 확실히 대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짐이 불안정하게 고정되면 그만큼 자전거를 타는 내내 신경이 쓰이게 되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일단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곧 먹게될 국수 생각만 하기로 했다.
라이딩의 임하는 진지한 표정!
한강대교에서 출발해 여의도를 거쳐 당산역까지 왔다. 순정 안장이 엉덩이랑 잘 맞지 않는지 계속해서 욱신거리는게 느껴진다. 잠깐 한강 둔치에 앉아서 쉬어가기로 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한 제주도 여행인데, 막상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오늘같이 흐린 날에는 차라리 바람이 선선해서 라이딩 하기가 한결 수월한데, 제주도의 날씨가 어떨지도 궁금하다. 여기서부터는 가양대교-방화대교-행주대교까지 쉬지않고 한번에 달리기로 했다. 함께가는 친구가 여자라 걱정했는데, 막상 달려보니 나 못지 않게 튼튼한 엔진을 가진것 같다! 좋다!
행주대교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행주대교에 도착했다. 전에 헤이리 갈때는 다리 위로 올라가는 길이 비포장이었던것 같은데 어느새 매끈한 포장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리를 건너는 라이더들이 여럿 보인다. 행주대교 위에서는 자전거 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맞은편에서 다른 자전거가 오면 서로 길을 비켜주는게 예의다. 조금만 넓었어도 좋았을텐데...
국수집으로 가는 길이 어렵다면, 다른 라이더를 따라가면 된다!
행주대교를 건너면 인터체인지 아래로 내려와 굴다리로 이어지는 이면도로가 있다. 이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면 행주산성 입구로 이어지는데, 그 전에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하나 둘씩 음식점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국수집 하나밖에 없었는데 사람들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업종도 다양하고 메뉴도 참 여러가지다.
행주산성으로 들어가는 길을 타고 가다보면, 머리위로 지나가는 고가도로에 '성지 행주산성'이라고 써있는데, 성지라는 말이 왠지 자전거인들이 모이는 성지(메카) 같이 들려서 한참을 속으로 웃었다.
이미 가게에는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원조 국수집으로 알려진 가게를 찾아 갔는데, 본관은 줄이 너무 길어서 별관으로 안내를 받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어 보이는데, 라이딩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눈에 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조금 신기한 풍경일수도 있겠다. 메뉴는 비빔국수, 장국국수, 콩국수 세가지가 있는데 콩국수만 사천원이고 나머지는 삼천원이다. 선불로 계산하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1분이 채 안되어 바로 국수가 나온다.
비빔국수도 맛있고, 장국국수도 참 맛있다
국수 맛이 아주 일품이다.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한그릇을 비워버렸다. 사실 특별히 들어가는 재료가 있는것도, 조리 비법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연일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뭘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 알게모르게 퍼진 소문 때문이지 않을까. 국수집이 위치한 행주대교 북단은,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파주나 일산같은 라이딩 코스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서울에서도 서쪽 끝이기 때문에 어디서 출발하든 대충 이쯤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지는 점심때라는 계산이 된다. 사실 열심히 페달을 밟고 난 후에 먹으면 그 어떤 음식인들 맛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삼천원으로 맛보는 만족감과 행복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다.
안녕, 제주도에서 만나자!
국수를 먹고 나와 근처 가게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를 또 해치워버렸다. 해가 나지는 않아도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시원한게 계속 땡긴다. 여행을 앞두고 너무 무리하는건 좋지 않을것 같아서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안양천 합수부에서 헤어졌다.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행주산성 국수도 맛있었지만, 이제는 제주도다!
오늘의 라이딩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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