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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도시다. 리스본 다음가는 제 2의 도시지만 어쩐지 한국 웹상에서는 포르투보다 FC포르투가 상위에 검색된다. 실제로 인구는 약 24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밀도와 규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 2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의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는 과거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무역의 중심지이자 포르투갈의 기원이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고있다.






 비몽사몽 아픈몸을 이끌고 간밤에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힘겨운 여정이었다. 미리 앱으로 검색해놓은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닫혀있었고 얼떨결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우리는 인터넷에서 본 호스텔로 이동시켜줄것을 요구했다. 호텔방에는 조리기구가 없고, 추가금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손님은 우리 둘 뿐이었다. 닫혀 있던 이유가 다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가격이 제일 싼 곳만 찾아다니다 보니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풍경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엔 마치 전세라도 낸 것처럼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다. 게다가 규모는 작아도 가구나 소품까지 제법 신경 쓴 기색이 역력했다. 난방이 조금 약한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약한 난방 말고도 또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10유로 미만의 호스텔들은 아침식사가 불포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당당히 '아침식사 제공'이라고 써 놓았어도 막상 가보면 싱거운 우유와 퍽퍽한 빵이 전부, 싸구려 커피라도 있으면 감지덕지다.

 포르투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기에 아무래도 하루종일 걷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근처에 슈퍼가 보이지 않아 가방에 있던 비상 식량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사진 속의 라면은 마드리드에서 교환학생 하던 시절부터 즐겨 먹던 중국산 라면이다. 한국 라면에 비해 가격이 1/3 정도이지만 맛이 꽤 비슷해서 애용했다. 후식으로는 어제 신트라에서 사온 트라베세이루를 반 쪽씩 나누어 먹었다.




 내가 포르투에 오고 싶었던건 절대적으로 까사 다 무지카(Casa da Música)를 보기 위해서였다. 번역하면 말 그대로 '음악의 집'이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대표작이다. 이 건물을 보는 것이 포르투를 방문한 주 목적이었기에 숙소도 근처에 잡았다. 포르투하면 떠오르는 건축가는 사실 렘 보다는 알바로 시자가 맞겠지만 이 당시에는 시자 작품에 큰 흥미가 없었던 관계로 생략하겠다. 다시 포르투를 찾게 된다면 당연히 시자 건축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골목을 따라 일직선으로 조금 걷다보니 보아비스타 광장(Jardim da Boavista)이 나왔다. 까사 다 무지카는 바로 이 광장을 면하고 있다.






 잠시 론니 플래닛을 인용하자면, 타임지에는 '제 정신이 아닌' 그러나 '뛰어난'으로, 가디언지에는 '가차 없이 창조적인'으로 언급된 건물이라고 한다. 일단 겉모습이 독특하게 생기긴 생겼다. 잡지에서 보던 것 보다 실제로는 더 규모가 있는 건물이었다. 

 외장 재료로 (폼타이자국이 없는)노출콘크리트와 (멀리언을 최소화한)유리를 사용해 말 그대로 하나의 '덩어리' 혹은 '물체'처럼 보이려 한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더 가까지 다가가보자.






 '포르투에 불시착한 우주선'이라는 표현이 참 상투적이고 비건축적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대로 이 건물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차분하고, 평범한 포르투의 거리가 펼쳐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대문운동장을 부수고 역시 '불시착한 우주선' 처럼 짠 하고 내려앉은 DDP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아야 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지만 건축물이 한 자리에 들어서는 과정이라는 것은 대단히 다층적이고 복잡해서, 비단 건축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도시 한가운데에 이런 건축이 들어서게 된 과정까지는(물론 건축가의 의도를 포함해서)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 너무나 많을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의도(주변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치 조각 작품처럼 우뚝 서 있겠다는)를 확실하게, 강하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나 한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이도저도 아닌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까사 다 무지카는 참 '하고 싶은 대로' 있는 힘껏 '잘 만든' 건물(혹은 물건) 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건물이 서울 구도심 한복판에 하나 더 들어선다고 하면 결사 반대. DDP 하나로도 충분하고 과하다.







 직접 가본 렘 콜하스의 건물은 네 개가 있다. 첫번째는 입학과 동시에 교정에 들어섰던 'SNU MOA(서울대학교 미술관)', 두번째는 이 글의 주제인 '까사 다 무지카', 세번째는 이태원에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그리고 마지막은 작년 출장길에 들렀던 '베이징 CCTV 사옥'이다. 그러고보니 방문했을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 곳에서 찍은 사진들의 대부분이 건물 외관 일색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직 미천한 꼬마 건축가의 눈에는 조형미나 외관을 압도할 만한 강렬한 인상이 별로 없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건물은 대지 위에 콕 하고 박혀있지만, 주변을 이루고 있는 광장은 나름 꿀렁대며 주변 맥락과 소통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학창시절 이 건물에 대한 첫번째 인상은 바로 저 곡선형의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 '이 건물이 주위 풍경과(혹은 사람들과) 이렇게나 잘 소통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놀랍게도(?) 직접 찾았던 당시에도 근처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었다. 오... 일단 사진은 조작이 아니었구만.








 실내에 들어오니 확실히 바깥에서보다는 감흥이 떨어져버렸다. 날것 그대로의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조형적인 디자인 언어를 건물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사용하려다 보니 집중력이 흐려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수직, 수평이 아닌 요소들이 꽤 있는 편이라 디테일(특히나 계단 부분)에서 허술하게 처리된 것들이 제법 보였다. 설계하느라 고생했을 직원들의 노고는 물론 온몸으로 느껴지지만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건 건물 전반에 걸쳐 사용된 바로 저 '타이포그래피'다. 짐작컨데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건축의 어휘를 따라 타이포의 닫힌 도형들을 모두 채워버린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결과물이 안예뻐서 별로다. 저건 초등학교때 수업 듣다가 지루하면 교과서에다가 하던 장난인데... 내 안목이 짧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봐도 정말 별로다.








 너무 주제 넘는 악평만 늘어놓았나보다. 잠시 숨을 좀 고르고 구시가로 눈을 돌려보자. 까사 다 무지카는 기능적으로 '음악당'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연을 예약하고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왕 건축을 보러온 김에 '주 용도'로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포르투에 머무는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공연이 없었다. 대신 매일 오후 4시에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기로 했다. 아직 오전이라 남은 시간동안 구시가를 좀 둘러봤다.







 구시가지가 시작되는 곳에는 제법 높이가 되는 성당 종탑이 하나 서 있었다. 얼씨구나 하고 열심히 나선계단을 올라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멀리 도우루 강도 보인다.

 마지막 사진의 실루엣은 가고일이나 첨탑의 일부를 장식한 천사상 따위가 아니다. 다름아닌 전기 공사를 하고 계시던 인부 아저씨. 그 높은 곳에서 안전줄 하나에 의지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사진으로 한 장 남겼다. 








 걷다보니 제법 규모가 있는 시장이 있어 저녁거리도 살 겸 들어가봤다. 하지만 꽃, 과일 등이 주요 품목인 곳이라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다. 시장은 구경만 하고 나와서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까르푸에 들러 저녁메뉴를 구입했다. 무엇을 샀는지는 글 마지막에서 공개하기로 하겠다.



 정각 4시에 맞춰 까사 다 무지카로 다시 돌아왔다. 가이드 투어는 무료로 하루 한 번씩 진행된다고 했다. 오늘 우리의 가이드를 맡아줄 친구는 독일에서 온 건축학도였다. 물론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당찬 외모처럼 또박또박 설명도 아주 진지했다. 투어가 끝나고 나 역시 건축을 전공했다고 하자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가이드 투어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축을 전공했을 것 같다.




 가이드 투어의 최고의 장점은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건물의 중심부에 놓여진 대공연장을 둘러봤다. 흔히 생각하는 어둡고 닫혀있는 공연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무대가 중앙에 놓여있고 사방으로 객석이 둘러진, 앞뒤로 커다란 전면창이 있어 해가 잘 드는 그런 공연장이었다. 이런 곳에서 보는 공연은 어떨까 상상해보게 된다.







 너무 심하게 절제해서 밋밋해 보이기까지 하는 외관에 비해 내부는 제법 아기자기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청화타일(?) 같은건 스페인에서도 볼 수 있는 '아쑬레호(Azulejo)'라는 건데 포르투갈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까사 다 무지카 주변의 구시가에도 외벽을 이것으로 장식한 건물들이 종종 보인다. 까사 다 무지카의 방 한켠 또한 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데 바로 옆 전창으로 보이는 구시가 풍경과 함께 보면 재미있다.



 투어의 마지막에 들렀던 보라색 방. 일종의 장외 관람석(?) 같은 곳인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곡면 유리창을 통해서 대공연장의 실황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방이 몇 개 더 있었던것 같다.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지는 노을의 붉은 빛이 건물 위로 드리운다. 요철도, 질감도, 장식도 없는 백색의 외벽은 그대로 하늘 빛으로 물들어버렸다. 꿀렁거리는 광장판에는 곡률에 맞게 몸을 뉘이고 노을지는 하늘을 이불삼아 누워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보고 싶었던 건물 잘 봤으니 마지막으로 작별인사 해주고 숙소로 방향을 돌렸다.





 호스텔로 돌아와보니 손님이 한 명 늘어있었다. 우린 아까 시장 근처 까르푸에서 사온 저녁거리를 주섬주섬 차려 먹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피자와 싸구려 맥주(일반 맥주의 반 값도 안하는, 그래서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던)가 오늘 식사의 전부다. 예상대로 식사를 마치고도 배가 덜 부른 관계로 비상식량인 오렌지와 과자를 추가로 흡입했다. 근사한 식사는 포르투를 떠나기 전, 내일 점심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계속)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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