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방청 페인트’일 줄로만 알았다. 아니, 그 빨간색이 '방청 페인트'가 아닐 거라곤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는 쪽이 더 맞겠다. 흔히 말하는 '철골구조(Steel Structure)', 또는 더 정확한 표현으로 '강구조물'의 각 부분을 이루는 부재 표면에는 소위 '방청 도장'이라는 걸 하게 되어있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금세 녹이 슬어버리니 특수한 도장으로 표면을 덮어 산소와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사용되는 '방청 페인트'는 그 특유의 성분 때문에 붉은 빛깔을 띤다. 머릿속으로 공사 중인 현장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으레 붉으스름한 뭔가가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한창 공사 중이던 그 건축의 빨간색 또한 그런 사연으로만 여겼다. 그 색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줄은 미..
전시영역을 지배하는 건 중앙의 거대한 '아트리움'이다. 아트리움(atrium)은 건물 안쪽으로 여러 층에 걸쳐 형성되는 대규모 홀을 의미하는데 직역하면 ‘중정’ 또는 ‘중앙홀’이다. 그 기원은 고대 로마의 주거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중앙의 안뜰에서 유래했다. 현대 건축에서는 주로 공간의 중심에서 시각적, 공간적 개방감을 제공하며 때로는 채광이나 환기와 같은 환경을 제어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이제는 많은 건물들에서 자주 접할 할 수 있는 종류의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좀 특별하게 느껴진다. 모양 때문이다.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곡면의 노출 콘크리트 난간벽은 아트리움의 형상이 결코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게 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거기엔 전시 관람의 ..
결론적으로 건물은 젖지 않았다.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외벽 재료는 일명 ‘송판 무늬 노출 콘크리트’다. 말 그대로 소나무 판을 덧댄 거푸집으로 콘크리트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그대로 노출시켜 마감했다는 뜻이다. 보통의 노출 콘크리트라고 하면 거푸집 안쪽에 일명 ‘테고(Tego) 합판’이라 불리는 매끈한 코팅면을 붙여 맨질맨질한 표면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사람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건축가 타다오 안도의 방식이다. 반면 소나무판의 표면을 버너로 그을려 특유의 요철을 극대화하게 되면 마치 야생 동물의 피부나 사람의 지문처럼 거친 무늬가 콘크리트 표면에 그대로 아로새겨진다. 게다가 표면에 덧바른 유성 발수제는 그 음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발수제'는 시공을 마친 노출 콘크리트 표면에 발라 빗물의 침투와 ..
전 세계인의 맛집 지도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별 하나부터 셋까지 개수로 레스토랑의 등급을 매긴다. 얼핏 듣기엔 흔히 배달앱에서 보던 ‘별점’ 시스템과 비슷해 보이지만 숨은 속뜻을 알고보면 제법 재미있다. 별 한 개는 ‘여행 중에 근처를 방문하면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뜻, 그다음인 별 두 개는 ‘여행 경로를 바꿔 우회(detour)해서라도 찾아갈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가장 높은 등급인 별 세 개는 ‘오직 이 음식점을 방문할 목적만으로 여행(journey)을 계획해도 후회하지 않을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건축에도 미슐랭 가이드 같은 게 있다면 오늘 내가 찾아가려는 이 건축에는 몇 개의 별을 붙여야 좋을까. 그곳에 도착은커녕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 만큼은 ..
10/1 금요일 저녁 8시 줌(zoom)으로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무료 행사이며 참가신청은 이곳(https://www.semoram.com/book22)에서 가능합니다. 코로나로 몸도 마음도 모두 억압당한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독자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 저자의 인사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를 쓴 건축가 이규빈입니다. 지금까지 약 30여 개국을 일과 여행으로 오고 가며 낯선 도시에서의 생각과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그중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다섯 나라의 이야기를 모아 첫 번째 책 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건축과 도시를 마주하며 매일을 살아갑니다. 는 그런 모든 사람을 위해 쉽게 쓴..
저의 첫 책 가 출간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사전예약 구매가 가능합니다. 건축가의 도시 - YES24 젊은 건축가 이규빈이 전하는세계의 인상적인 건축과 도시 이야기“내가 건축에 매력을 느끼는 건자연과 인간이 서로 밀고 당기며 균형을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혹은 우리 www.yes24.com 원작은 카카오 브런치 화제작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입니다. 출장과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브라질의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와 젊은 건축가로 일하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정성껏 담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그린 사십여 장의 도면도 함께 수록되어 공간의 상상력과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입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
제가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브런치에서 20만 뷰를 기록한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가 샘터사를 통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단행본 ‘건축가의 도시(가제)’로 재구성하며 이탈리아 편을 빼고 중국, 미국 편을 추가했습니다. 기존 일본, 브라질, 프랑스 편도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하여 총 38편의 글을 담았습니다. 젊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보는 솔직 담백한 건축과 도시에 관한 에세이가 될 예정입니다. 아참, 브런치에서는 공개된 적 없는 50여 장의 핸드 드로잉도 함께 수록됩니다. 작년 12월 출판 계약 이후 원고 준비에 바빠 소식이 조금 늦었습니다. 3월에 최종 원고를 넘기고 지금은 조판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6월에는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미리..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습니다. 출품작은 브런치북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브런치북으로 이동합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좋아요 부탁드려요!브런치북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 바로가기이번 출품작은 지난 네 편의 단편 브런치북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것입니다. 총 30편의 글을 1부 이탈리아, 2부 일본, 3부 브라질, 4부 프랑스 순서로 묶었습니다. 단편으로 이미 읽으셨던 분들도 긴 호흡으로 다시 만나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표지 그림은 예전에 마드리드에서 그려두었던 제 방입니다. 여러 나라 이야기가 함께 묶이다 보니 대표 그림을 선정하기까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출장이라는 게 결국 집을 떠나 조그만 호텔방에서 이루어지는 역사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