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 Valls, 1951~)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건축가다. 학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나 이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로 진학하여 토목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건축학과 공학을 모두 섭렵한 독특한 커리어 덕분인지 그의 작품들은 자연물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독특한 구조미로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현대자동차 광고를 이 곳 발렌시아의 칼라트라바 건축물을 배경으로 촬영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바르셀로나(Barcelona)가 가우디의 도시라면 발렌시아(València)는 단연 칼라트라바의 도시다. 이 곳에서 나고자란 그는 건축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뒤 돌아와 많은 건축물들을 고향에 남겼다. 하지만 꼭 칼라트라바가 아니더라도 발렌..
다시 11월이다. 살다 보면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자주 잊곤 한다. 올해도 그랬다. 이른 아침 출근길 코 끝 스치는 한기에서야 새삼 겨울이 문턱까지 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스페인의 작은 도시 꾸엔까에서 나의 코 끝을 스쳤던 그 때의 바람이 생각났다. 이제는 거의 3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된 여행기다. 이야기는 지난 글,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와의 기막힌 동거(http://ramzy.tistory.com/349 )'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 전까지 신나게 여행할 일만 남아있던 무렵이었다. 세계일주 중인 후배 신현재와 마드리드 내 집에서 잠시 동거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페인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다. 겨우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 스페인, 포르..
달콤한 휴가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날의 해가 솟았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눈 뜨자마자 아침 먹을 고민부터 시작한다. 맛있는건 완주하고 부산에서 먹기로 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웠다. 자전거 국토종주의 마지막 목적지는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다. 일정이 하루 늘어난 덕분에 오늘 타야할 거리는 70km 남짓. 부담은 확실히 덜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겨우 70km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다. 어떤 여행에서든 사진은 늘 내 담당이었다. 이번 자전거 국토종주도 마찬가지. 친구 Y와 일정 거리를 두고 뒤따르며 도촬하듯 사진을 찍었다. 정작 찍히는 사람은 내가 뒤에서 찍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비슷비슷한 주행 사진들이 많다보니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저마다 이유와 사연이 있다. 예를 ..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수평선상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두 점을 잇는 선분 위에서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달릴 것인지만 결정하면 두 바퀴가 알아서 나를 이끌게 된다. 길을 찾거나 방향을 잡기위해 그리 많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밥을 먹을 곳도, 잠을 잘 곳도 모두 그 길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은 잡념을 떨쳐버리기에 참 좋다. Rider's high는 꼭 심장이 터질듯한 흥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자전거 국토종주 대장정의 다섯번째 아침이 밝았다. 갑작스럽게 휴가를 쓰고 떠나온 여정이었다. 사무실에서 한창 일하고 있었을 시간에 좋은 경치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벌써 토요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달려야할 거리보다 달린 거리거 더 ..
방안에는 어젯밤 펑크패치를 붙여보려 안간힘을 쓰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타이어를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주인아주머니는 침대보 더럽힐 생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다. 샤워기로 깨끗이 씻어가면서까지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번번히 흐물해지는 타이어와 씨름하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상주 시내에 나가 튜브를 교체해올 계획이었기에 눈꼽만 대충 떼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모텔 바로 앞으로 어제 사건의 무대였던 낙단보가 보인다. 하마터면 빗속에서 조난까지 당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일정까지 바꿔가며 허둥지둥댔지만 그 이유가 고작 펑크라니 조금은 꼴이 우스웠다. 아침이 되어보니 이제서야 마을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 생각치도 않았던 숙박지가 된 이 곳은 ..
수안보에서의 하룻밤과 온천욕의 효과는 대단했다. 간밤에 산 길을 헤메느라 잔뜩 긴장했던 몸이었다. 하지만 온천욕 후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고나니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온천물이 좋아서인지 기분만 그런건지는 논외였지만 말이다. 숙소 앞 올갱이 해장국집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난 괜찮다고 생각했건만 Y는 살면서 먹어본 해장국중에 최악이라며 이내 숟가락을 놓아버린다. 입맛도 버렸으니 행동식이라도 다양하게 사볼 생각에서 급히 근처 슈퍼를 찾았다. 이틀 내내 양갱만 먹다보니 질리는 감이 있어 다양하게 구입했다. 여담이지만 사진 속 '7곡' 영양갱은 오늘 달리게될 '예정' 이었던 경북 '칠곡'군을 지날때 먹으려 구입했으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다 좋은데 날씨가 영 ..
바글바글. 시원한 해장 라면 끓는 소리와 함께 국토종주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삼겹살과 맥주에 이어 아침으로 라면까지 끓이고 있으니 대학생이 되어 엠티에 온 것 마냥 설렌다. 직장인 신분이 되어 다시 맛보는 엠티라면은 그야말로 꿀 맛. 할머니댁 김치냉장고에서 신김치까지 꺼내어 쭉 찢어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한 그릇 씩 뚝딱 비우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늘상 회사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안장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 1박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하면 겪게 되는 '아침의 공포'랄까.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지지만 처음엔 살짝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강줄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옆으로 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된다. 하지..
꽃샘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월, 나는 소장님 앞에 당당히 휴가 신청서를 내밀었다. 휴가일수 4일, 휴가사유는 무려 자전거 국토종주! 지난 아라뱃길 테스트 라이딩 이후 본격적인 여행 준비에 착수했다. 직장에 발이 묶인 몸이다보니 무엇보다도 전체 일정을 정하고 휴가부터 확정 짓는 것이 급선무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 코스는 약 600km 정도. 하루에 100~120km씩 무난하게 탄다고 치면 4박 5일이 적절해 보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2박 3일, 심지어 1박 2일만에 완주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의 주행력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4박 5일 일정에 여분의 하루를 더하니 총 6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말을 끼고도 최소 4일의 휴가가 필요했다. 이제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