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에서의 하룻밤과 온천욕의 효과는 대단했다. 간밤에 산 길을 헤메느라 잔뜩 긴장했던 몸이었다. 하지만 온천욕 후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고나니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온천물이 좋아서인지 기분만 그런건지는 논외였지만 말이다. 숙소 앞 올갱이 해장국집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난 괜찮다고 생각했건만 Y는 살면서 먹어본 해장국중에 최악이라며 이내 숟가락을 놓아버린다. 입맛도 버렸으니 행동식이라도 다양하게 사볼 생각에서 급히 근처 슈퍼를 찾았다. 이틀 내내 양갱만 먹다보니 질리는 감이 있어 다양하게 구입했다. 여담이지만 사진 속 '7곡' 영양갱은 오늘 달리게될 '예정' 이었던 경북 '칠곡'군을 지날때 먹으려 구입했으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다 좋은데 날씨가 영 ..
바글바글. 시원한 해장 라면 끓는 소리와 함께 국토종주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삼겹살과 맥주에 이어 아침으로 라면까지 끓이고 있으니 대학생이 되어 엠티에 온 것 마냥 설렌다. 직장인 신분이 되어 다시 맛보는 엠티라면은 그야말로 꿀 맛. 할머니댁 김치냉장고에서 신김치까지 꺼내어 쭉 찢어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한 그릇 씩 뚝딱 비우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늘상 회사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안장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 1박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하면 겪게 되는 '아침의 공포'랄까.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지지만 처음엔 살짝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강줄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옆으로 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된다. 하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되었다. 기숙사 한방에서 같이 먹고자며 학창시절을 함께한 친구들도 이제는 '십년지기'가 되었다. '10'이라는 숫자의 자릿수가 주는 부담감 때문일까. 친구를 만나면 술집부터 찾던 버릇도 조금씩 변해가는것 같다. 그러다 문득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것도 이왕이면 남들이 쉽게 못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한강을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제'가 있다는 걸 알게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말 나온김에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한창 바쁜 근무시간, 잠시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와 고등학교 친구 Y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달이 가기전에 한 4박 5일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할 계획인데 혹시 함께할 수 있겠느냐. Y의 대답은 흔쾌히 오케이였다..
지난 주, 만 24년간 나고자란 동네를 떠나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봐야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살짝 움직인게 전부다. 완전히 새로운 동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무려 6동안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길이 바뀐것만으로도 아직 적응이 좀 필요해 보인다. 특히나 자전거로 학교가는길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말을 통해 간단히 탐색을 해본 후에 어제 첫 자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2km 정도만 공도를 따라 한강으로 나가면 한강-안양천-도림천을 따라 거의 완벽하게 자전거도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 이사온 집에서는 안양천까지 나가는게 일단 큰 부담이다. 특히나 집을 출발하자마자 서부트럭터미널, 양천공영차고지, 남부순환도로를 차례로 건너야 하는지라 커다란 버스나 트럭 옆으로..
(전편에 이어) 그렇게 행주산성에서 광흥창역 까지 전철을 타고 돌아와,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펑크 수리를 받고나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버렸다. 이제 자전거도 고쳐졌겠다 다시 타고 가야 할텐데, 오늘은 라이딩한 거리도 얼마 안되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페달을 밟아 보기로 했다. 이곳 서강대교 북단에서 부터 가양대교 북단 까지 달린 후에, 가양대교를 타고 한강을 넘어 집에갈 계획이었다. 북단 자전거도로는 평소에는 거의 달릴 일이 없기에 조금 설레는 마음은 있었지만 페달을 돌리는 발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니, 멀리 뉘엿뉘엿 지는 태양이 오렌지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요 근래 몇일동안 하늘은 정말..
모처럼 아무 스케쥴 없는 주말이 돌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리뷰 촬영이니 출사니 해서 정신없었을 테지만 추석 연휴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마저 홀가분한 그런 주말이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던 서울의 하늘은 그야말로 우울 그 자체였다.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간게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몸이 근질거리는건 당연지사! 모처럼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얼마전에 과외를 잘려서 주말 스케쥴이 텅 비어버렸다는 한 녀석과, 야구 시즌이 거의 끝나 심심하다는 또 한 놈, 그리고 내가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간만에 여유로운 페달질 좀 해보자꾸나!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이 사는 양화대교 북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전거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발끝에 힘을 주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앞으로 굴러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바퀴도 덩달아 느리게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끼리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엔진에 비유하곤 한다. 즉, 아무리 비싼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건 결국 페달을 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자전거와 사람은 단순히 주인과 탈것의 관계가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힘을 합하여 달리는 한 몸과 같은 존재라는 말처럼 들린다.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기에 먼 출퇴근길을 혼자 달려도 심심하지가 않다. 나는 이제 막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어쩐지 다리에 쥐가 나도록 페달을 ..
휴일이면 한강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는 가족, 연인, 친구들로 북적인다. 전국 지방선거일이었던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보다 배는 되어보이는 사람들로, 자전거가 나아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미 한강 자전거 도로는 포화상태다. 대부분의 구간이 2차선 정도의 폭으로 되어있지만, 초보 라이더들은 두 차선을 차지하고 휘청거리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고 갑자기 유턴을 하거나 튀어나오는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늘 똑같은 풍경, 복잡한 도로 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당신을 위한 새로운 코스! 바로 수도권 자전거 하트 코스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하트 코스를 알게 되었고, 어제가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특별한 라이딩을 떠나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