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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민러브(안태영)님을 처음 알게 된건 모 인터넷 사진 커뮤니티에서 펜탁스 서포터즈로 선정되면서 부터였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굴은 한 두번 뵌게 전부였지만,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려주시는 사진 덕분에 어느정도 닉네임이 귀에 익어가는 차였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라는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전해오셨다. 아직 통성명 조차 제대로 못한 사이라 개인적으로 축하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바야흐로 카메라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마음만 먹으면 고급 DSLR을 사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정민러브님은 여전히 컴팩트 카메라를 고집하신다. 소위 똑딱이라고 불리는 작고 볼품없는 카메라. 왠만한 고급 DSLR용 렌즈 하나 가격에도 한참 못미치는 그런 카메라로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신 정민러브님의 사진은, 그래서 한 장 한 장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카메라는 도구일 뿐, 좋은 사진은 결국 사람이라는 쉽고도 간단한 진리를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똑딱이로 찍은 멋드러진 사진 한 장, 그 사진들이 모여 만들어진 책,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장비나 자랑하고, 카메라가 사진의 전부인양 으시대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어주고, 사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려운 곳을 시원스레 긁어줄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다.




#1

 읽기 시작한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만큼 술술 편안하게 잘 읽히는 책이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화하듯 이야기하는 에세이와, 정민러브님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가 번갈아 가며 짧막하게 반복되는 구성이 참 산뜻하고 괜찮다. 덕분에 다 읽고 나면, 마치 정민러브님과 바로 앞에서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고 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절대로 사진을 잘 아는 척, 유명한 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쉽고 간단한 내용들이라 '이사람 정말 유명한 작가 맞어?'하고 반문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 혹 어쩌면 내 자신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불필요한 수식어들과 있는 척하는 말들은 생략해도 충분하다.
 진짜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하면 되니깐. 그 뿐이다.




#2
 
 국립중앙박물관, 우음도.
 그의 사진과 책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다. 사진 깨나 찍는 다는 사람들은 자기가 어디어디를 다녀와 봤느니, 이제는 더 가 볼곳이 없다느니 하고 떠벌리듯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정민러브님은 같은 장소에서도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게 진짜 실력이다.

 우연치고는 참 기막힌 우연이다. 나 역시 카메라를 들고 참 많은 곳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자주 찾는 다는 두 곳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책 속에 담긴 사진을 보고나니 지금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찾아 가고파졌다.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는 정민러브님의 사진, 그리고 같은 장소에 처음 가보는 나의 사진.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를지 괜시리 궁금해진다.




#3

 좋은 책은 많은 생각들을 말해주는 책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내 사진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진을 찍는걸까.
 스스로 고백하건데, 지금껏 수 많은 여행지와 명소들을 다녔었지만 단 한번도 사진을 목적으로 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더욱 부럽고, 책 속에 담긴 말 한마디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저녁에는 북촌 골목길에 가볼 생각이다. 물론 주머니에는 똑딱이 하나만 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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