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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한강은 언제나 분주하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라는 거창한 이름하에 자전거 도로, 공원, 섬, 다리까지 강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새 단장을 하고 변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한강에는 연일 사람들로 붐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하면 청계천이 제일 먼저 생각나듯, 오세훈 현 시장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청계천에서 한강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으니 스케일에서는 물론 오세훈의 압승이다. 더 커진 스케일 만큼 얻는 것도 많겠지만, 그와 동시에 잃는 것도 많다. 그저 예쁘고 편리해 보이는 한강의 풍경도 자세히 뜯어보면 문제점이 자꾸만 발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아무리 보기 싫은 풍경도 일단 만들어 지면 늘 보아야 한다는 점이 건축과 다른 예술의 가장 큰 차이다. 때문에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 역시 꾸준한 관심과 비판의식을 역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여의도 수변공간 '물빛 광장'의 조감도


 여의도에 새 물길이 열렸다, 그런데 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강 시민공원 여의도 지구에는 커다란 수변공간이 들어서 있다. 야트막한 물이 채워진 웅덩이에는 늘 그래왔듯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아이들이 옷을 다 적셔가며 뛰어노는 흔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물빛 광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두번째 타깃이다.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과 둘레길 조성, 그리고 수변공간의 확충을 통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데... 어쩐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든다. 왜일까.

물빛광장의 피아노 물길은, 마치 작은 청계천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한강을 옆에두고 인공 개울이라니...

 청계천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서울에 흐르는 '물'만 보면 제일먼저 의심부터 해보게 된다. '이 물은 어디서 오는걸까'하고 말이다. 청계천을 다시 생각해보자. 도심을 그늘지게 만들던 커다란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녹지를 도입한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했다. 그 의도는 좋았으나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전기료를 들여 펌프로 물을 끌어와 상류에서 뿌려주는 다소 구닥다리 사고방식 때문에 결국 비판의 목소리를 비켜갈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보행 레벨에 개울을 놓지 못하고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해결해 버렸으며(물론 하천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곳을 걷는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 우리에 갇힌 사슴마냥 따가운 눈길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행히 여의도 수변공간의 물은 여의나루역 지하철 공사를 하며 발견한 지하수를 한강쪽으로 흐르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로 옆으로 흐르는 한강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하고 반듯한 돌바닥 개울위에서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답답한 어항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만 같다. 물고기는 강에서 뛰놀아야 하는게 맞는 건데.

이 풍경 속에 수변공간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르네상스의 참 뜻을 찾아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유난히 강조하는 오세훈 시장이지만, 한강 뒤에다가 르네상스라는 외국어를 굳이 붙여서 프로젝트 네이밍을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르네상스의 뜻 정도는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 하는게 아닐런지. 르네상스는 결코 새로운 것,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억지로 가져다 붙이고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고전, 옛것을 탐구하여 새로운 진리를 찾아내고 재 해석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참된 의미다.
 한강도 마찬가지다. 수변공간,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너무나도 훌륭하다. 먼발치서 한강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박수치며 반겨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어울리지 않게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어설프게 구현된다면 언젠가는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릴게 분명하다. 
 최근 세계의 하천 복원 트렌드는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청계천이나 여의도 수변공간처럼 잘 닦여진, 반짝거리는 돌로 각잡아 공원과 광장을 만드는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 습지와 수풀이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원형을 찾아가는 '복원'을 하는 것이란다. 여의도 한강공원 반대편에 조성된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은 그래도 자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노력이 보이지만, '물빛 광장'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 흉내만 내는 '물빛'광장이 아닌, 진짜 '물'이 있는 광장으로

 수 십년 전만해도 한강 변에 앉아 발도 담그고 멱도 감으며 아이들은 그렇게 자랐다. 무조건적인 발전을 최우선으로 치는 경제 논리속에서 비록 한강의 모래사장과 뻘은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발을 담그고 뛰놀고 싶다. 가짜 돌바닥 위가 아닌 진짜 강변에서...
 장마철이면 급격하게 불어나는 유량과 거대한 스케일. 한강은 마치 한마리의 야생마 처럼 다루기 힘든 그야말로 도심속의 대자연이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억지로 지하수를 뿌려주지 않아도 진짜 한강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한강을 바로 앞에 두고 그 옆에 놓인 가짜 물에서 발장구치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물 흉내만 내는 가짜 물이 가득한 '물빛' 광장이 아닌, 진짜 '물'이 있는 광장. 그 깨끗한 자연의 '물'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물빛 광장'을, 이제는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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