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바디에 뒤늦게 입문한 늦둥이. 여러 렌즈를 써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매일 찍는 담백한 스냅사진에 쉽게 만족해버리는 성격 때문에 다른 렌즈에는 별로 욕심이 없는 편이다. 어차피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눈으로 찍는 것. 어디까지나 장비는 도구일 뿐이라고 믿는 신념때문에 그런것도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렌즈가 생겼으니... 다름아닌 어안렌즈. 펜탁스 크롭바디에서는 어안렌즈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게 PENTAX DA 10-17 Fisheye.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덜컥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자주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감상하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드디어 맥스넷에서 대여받을 기회가 생..
지난번 첫 자출 이후[링크: 나의 첫 자전거 출근기!(한강-안양천-도림천-서울대)] 통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일단 출근을 하려면 퇴근을 해야하고, 퇴근할 때도 자전거를 가져가야 다시 타고 올 수가 있는데, 저녁시간에 약속 한번, 과외 한번 이렇게 되어버리니 이틀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기필코 자전거를 타겠노라고 아침 나절부터 그 생각 뿐이었다. 저녁 6시. 접혀있던 스트라이다를 펴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늘 역시 완벽한 라이딩은 하지 못했다. 구로 디지털 단지 역에서 볼일이 있어서 그곳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나머지 구간만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조금 아쉽긴 해도 내일이 또 있으니 오늘은 가볍게 몸을 푼 셈 치자. 오늘의 라이딩 코스...
서울 성곽아래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하여 하얀 담장너머로 붉은 이파리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길상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상사는 과거에 대원각이라는 유명한 요정이었던 곳으로 소위 있는자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한 때 요정이었던 이곳은 백석 시인의 여자로 알려진 길상화라는 여인이 아무 조건없이 법정스님에게 기부하면서 지금의 길상사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서린 곳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사뭇 다른 듯하다. 산사나 다른 사찰들이 자연속에 어우러지는 꾸밈없는 여인의 얼굴이라면 길상사는 단정하게 잘 가꾸어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자연을 축소하여 정원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본식 정원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도 살짝 스치는데 색다른 ..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두물머리. 참 정감있고 따뜻한 우리말 지명이다. 지난 주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바로 그 곳 -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다녀왔다. 희미한 물안개 사이로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의 두물머리 사진들을 볼 때 마다 꼭 한번 가봐야 겠다고 버릇처럼 다짐했었다. 내 또래 젊은이들은 보통 차에 관심이 많아진다고는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땅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는 물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배가 더 좋았다. 두물머리를 찍은 사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그만 나룻배 때문일까. 너무나 가고싶은, 내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어디선가 얼핏 들은 얘기로, 차 없이 두물머리를 가는건 힘들다고 했다. 나중에 차가 생기면 꼭 가봐야겠다며 늘 아쉬워만 했는데... 얼마전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올해 초 중앙..
달동네는 참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이다. 누구보다 달빛에 가까이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니 달동네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울의 아직 남아있는 달동네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닌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많은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고... 참 많은 생각도 했다. 소위 작품이라고 일컫어지는 스타 건축가들의 멋진 주택과 대형 건물들이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건축가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벌어지고있는 '살아가는 풍경'은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왕산자락에 걸터앉은 홍제동 개미마을은 모두 210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