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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바디에 뒤늦게 입문한 늦둥이. 여러 렌즈를 써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매일 찍는 담백한 스냅사진에 쉽게 만족해버리는 성격 때문에 다른 렌즈에는 별로 욕심이 없는 편이다. 어차피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눈으로 찍는 것. 어디까지나 장비는 도구일 뿐이라고 믿는 신념때문에 그런것도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렌즈가 생겼으니... 다름아닌 어안렌즈. 펜탁스 크롭바디에서는 어안렌즈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게 PENTAX DA 10-17 Fisheye.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덜컥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자주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감상하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드디어 맥스넷에서 대여받을 기회가 생겼다! 오예~


 어안렌즈는 일반 광각렌즈와는 굴절률이 달라서, 똑같은 초점거리로 찍어도 더 광활하고 넓게 나오는 특징이 있다. 풍경을 찍을때는 대각선으로 거의 180도에 가까운 화각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고, 인물을 찍을때는 조금 우스꽝스럽지만 귀여운 표정을 만들 수도 있다. 초광각, 또는 어안 렌즈에서 가장 중요한 스펙은 색수차와 플레어 같은 광학적 성능. 아무래도 과도하게 빛을 굴절시켜 모아야 하다보니 특히 주변부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어안 렌즈로 담으면 평범한 피사체도 재미있게 변한다. 특히나 건물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아 보인다. 한 화면안에 커다란 건물을 담기 위해서는 이리저리 줌도 달리 해보고, 자리도 잘 잡아야 하는데, 옆 건물이나 주변 지형지물 때문에 자리를 잡기 힘든 경우가 간혹 생긴다. 하지만 어안렌즈는 아주 가까이 붙어서도 건물을 한번에 잡을 수 있기에 부담이 없다. 물론 너무 과도한 왜곡은 피하는게 좋겠지만...


 한 화면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와보이니 사진을 찍기가 더 어려워 진것 같다. 이렇게 건물처럼 피사체가 뚜렷한 경우라면 몰라도, 복잡한 풍경이나 거리 풍경을 찍을때는 어지러울 것 같기도. 조금 익숙해지니 이제는 줌 링에 손이 잘 안간다. 17mm로 놓으면 평범한 광각렌즈처럼 찍을 수 있긴 하지만 왜곡된 세상이 왠지 더 재미있다.


 앗, 운동장이 한장에 다 들어온다. 신기해라... 오며가며 여러번 찍었던 곳이지만 이렇게 보니 또 낯설게 느껴진다. 운동장도 둥글게, 하늘도 둥글게, 어안렌즈는 뭐든지 둥글게 만들어버린다! 세상도 둥글둥글하게...


 넓은 풍경을 찍을때는 특히나 주변부에서 심한 왜곡이 일어난다. 건물이 거의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 작게 웹용으로 리사이징하면 잘 안보이지만, 100% 크롭으로 사진을 보면 생각보다 색수차가 꽤 심하다. 형광등이 있는 실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김없이 보라색 테두리가 하나씩 더 생겨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10-17을 저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것만 같다. 그냥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는걸!


보너스샷. 실내에서 찍는 사진도 나름 재미있다. 아트리움 같은 곳에서 특히나 발군의 성능을 보여준다. 아직 사용한지 몇일 안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익숙해지겠지. 어쨌든, 기대했던 이상으로 너무 마음에 드는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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