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수요일은 스페인의 공휴일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마따대로(Matadero)에서 큰 규모의 '자전거 페스티벌'과 함께 '바이크 폴로(Bike Polo) 마드리드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혹시 '바이크 폴로(Bike Polo)'라는 스포츠를 처음 들어본다면 전에 써둔 포스팅 '유럽에서 만난 유럽다운 스포츠, 바이크 폴로( http://ramzy.tistory.com/307 )'를 참조하시길. 마따대로(Matadero)는 예전 도살장이 있던 건물을 현대식 전시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마드리드의 명소다. 실제로도 수많은 전시가 매일같이 이루어지고 있고, 근대 건축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건축적으로도 꽤 의미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바이크 폴로 마드리드 토너먼트'가..
일기장에 수도 없이 썼던 그 말, '이 마드리드에서는 모든 일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부정적인 늬앙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늘 눈앞에 펼쳐지기에 계획도, 추측도 무의미하다는 뜻. 다만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즐기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게 바로 'La vida del intercambio(교환학생의 삶)'이기에! 하하하 바이크 폴로(BIKE POLO)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어느날 수업 끝나고 학교 중정에 잠시 앉아있는데 독일친구 Paul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고 금새 친해져 술한잔 하러 가면서 옆에 앉아있던 프랑스 친구 Benjamin를 무작정 데리고 갔다(당연히 우리 셋은 당시 서로 ..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이 세나라의 공통점은? 그렇다. 요새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유럽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이끄는(?) 주축이 되고있는 세 나라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바로 유럽에서 가장 소매치기와 좀도둑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들이다. 경제위기와 소매치기. 언뜻 보면 별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보면 꽤 밀접한 연관이 있는 두 테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관광수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들이다. 독일처럼 공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산업이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관광업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나라들. 즉 관광객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소매치기들이 들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주, 만 24년간 나고자란 동네를 떠나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봐야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살짝 움직인게 전부다. 완전히 새로운 동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무려 6동안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길이 바뀐것만으로도 아직 적응이 좀 필요해 보인다. 특히나 자전거로 학교가는길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말을 통해 간단히 탐색을 해본 후에 어제 첫 자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2km 정도만 공도를 따라 한강으로 나가면 한강-안양천-도림천을 따라 거의 완벽하게 자전거도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 이사온 집에서는 안양천까지 나가는게 일단 큰 부담이다. 특히나 집을 출발하자마자 서부트럭터미널, 양천공영차고지, 남부순환도로를 차례로 건너야 하는지라 커다란 버스나 트럭 옆으로..
(전편에 이어) 그렇게 행주산성에서 광흥창역 까지 전철을 타고 돌아와,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펑크 수리를 받고나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버렸다. 이제 자전거도 고쳐졌겠다 다시 타고 가야 할텐데, 오늘은 라이딩한 거리도 얼마 안되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페달을 밟아 보기로 했다. 이곳 서강대교 북단에서 부터 가양대교 북단 까지 달린 후에, 가양대교를 타고 한강을 넘어 집에갈 계획이었다. 북단 자전거도로는 평소에는 거의 달릴 일이 없기에 조금 설레는 마음은 있었지만 페달을 돌리는 발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니, 멀리 뉘엿뉘엿 지는 태양이 오렌지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요 근래 몇일동안 하늘은 정말..
모처럼 아무 스케쥴 없는 주말이 돌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리뷰 촬영이니 출사니 해서 정신없었을 테지만 추석 연휴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마저 홀가분한 그런 주말이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던 서울의 하늘은 그야말로 우울 그 자체였다.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간게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몸이 근질거리는건 당연지사! 모처럼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얼마전에 과외를 잘려서 주말 스케쥴이 텅 비어버렸다는 한 녀석과, 야구 시즌이 거의 끝나 심심하다는 또 한 놈, 그리고 내가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간만에 여유로운 페달질 좀 해보자꾸나!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이 사는 양화대교 북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드디어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좋은 편에 속하는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었는데, 신나게 먹고 마시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 한 장 남아있질 않더라. 결국 하는둥 마는둥 아침식사를 끝내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라이딩에 나섰다. 월정리에서 제주 공항 까지는 대략 30km 정도. 벌써 라이딩 5일차 마지막 날인 만큼 큰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어제 오르막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이 좀 아프긴 했지만, 오늘 역시 투명하리만치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금새 또 신이 난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1시 20분으로 예약해 놓았다. 10시 조금 넘어서 월정리를 출발했으니 어쩌면 시간이 촉박할 지도..
처음 자전거로 제주 여행을 계획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 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가지 마라'. 걱정되다 못해 기분이 나쁠정도로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말뿐이었다. 하긴, 제일 덥다는 8월 첫주에 자전거로 남쪽 섬을 가겠다니 어찌보면 조금 바보같아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나에게 무조건 가지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걸까. 물론, 개중에는 마음에 걸리는 진심어린 충고도 있었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관광도 제대로 못하고 죽어라 페달만 밟고 온다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진짜 죽어라고 자전거만 타다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 하지만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