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겨우 5일 타면서 무슨 결전의 날 까지 있겠냐만은,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자전거로 하루에 80km 넘게 달려야 한다는게 나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 라이딩에는 목적지조차 없다. 일단은 성산까지 가는걸 목표로 하되, 너무 무리하진 않기로 미리 약속했다. 과연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4박 5일이면 그리 짧은 일정은 아니었지만 욕심을 조금 부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리 분배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마라도는 꼭 보고 싶었고, 그렇다고 우도나 성산 일출봉을 포기할 수는 없고... 2일차와 3일차에 두 곳을 나누어 놓으니 그 사이 거리가 거의 100km 가까이 되더라. 물론, 그 사이에도 중문이나 서귀포, 표선 같은 볼거리가 수두룩..
자전거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발끝에 힘을 주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앞으로 굴러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바퀴도 덩달아 느리게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끼리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엔진에 비유하곤 한다. 즉, 아무리 비싼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건 결국 페달을 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자전거와 사람은 단순히 주인과 탈것의 관계가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힘을 합하여 달리는 한 몸과 같은 존재라는 말처럼 들린다.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기에 먼 출퇴근길을 혼자 달려도 심심하지가 않다. 나는 이제 막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어쩐지 다리에 쥐가 나도록 페달을 ..
제주도는 길이 참 좋아서 자전거 타는 '맛'이 나는 섬이다. 조금이라도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노면 상태에 따라서 자전거가 나가는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속도계 수치상으로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재미 말고 또 제주도 여행의 매력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게스트 하우스 투어.' 흔히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면 외국 여행을 가서 사용하는 숙소 쯤으로 알고 있지만, 제주도에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가 일주 도로를 따라 섬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다. 첫날 숙소로 우리가 선택한 곳은 협재/금능에 위치한 '마레 게스트 하우스'다. 1132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가 한림공원쪽 해안도로로 빠지면 한림공원을 지나 1km 못미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제주도 ..
멀게만 느껴졌던 제주도 일주가 어느새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운 날씨와 바쁜 일정 때문에 잠시 자전거 출퇴근을 안했었는데, 그새 몸이 찌뿌둥해진게 느껴져서 큰일이다. 주말을 맞아 마지막 점검도 할겸 가벼운 라이딩에 나섰다. 평상시에는 티티카카 스피더스를 타고 다니지만 제주도 일주는 스트라이다와 함께할 예정이기 때문에, 안장도 다시 조정해야 하고 이런저런 체크할 사항들이 꽤 많다. 오늘의 목적지는 행주산성 국수집. 일명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번에는 차를 타고 한 번 갔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는 국수맛에 먼저 놀라고,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자전거들에 또 한번 놀랐었다. 함께 제주도를 여행할 친구와 함께 한강대교에서 만나 국수집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모의..
느즈막히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한여름 날씨다. 그나마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다고 하지만, 아직 6월초인데 벌써부터 30도를 웃돌 정도니 이러다가 8월에는 40도가 넘어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날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6월 달에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도, 해질 무렵에 그렇게 푹푹 찌는지도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운동한답시고 땡볕에서 고생하다간 오히려 몸이 축나기 딱 좋은 계절. 그래서인지 한강 자전거 도로는 오히려 이른 아침,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야경 예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강의 다리들. 시간이 늦은 김에, 야경도 구경하고 시원한 강바람도 쐬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지 채 한달도 안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속도도 붙지를 않고 한 시간을 달려서 출근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몇 일 타고 다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더 건강해질리도, 몸의 변화가 생길리도 만무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변화는 출퇴근길이 즐거워 졌다는 사실. 매일 아침마다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며, 혹 버스라도 놓칠까 지하철 문이 닫힐까 노심초사하는 전쟁 아닌 전쟁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너무나 홀가분하다. 진작부터 이렇게 다닐껄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해서 책 한장 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던걸 생각하면, 아침 공기도 마시고 풀냄새도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출퇴근 ..
스트라이다를 처음 들일때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주말에 잠깐 한강이나 나가보고, 심심하면 동네 마실용으로 타고 다니면 되겠지 했는데 어느새 본격적인 자출족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며 살이 쪽쪽 빠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자전거 출퇴근이라는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일단 한번 해보고 나면 쉽게 멈출수가 없다. 꽤 장거리 출퇴근이지만 스트라이다를 탈때도 페달만 열심히 밟으면 다닐만 했었다. 하지만 결국 본격적인 자출을 위해서 '티티카카 스피더스'로의 기변을 선택했다. 마침 그날 2010년식 새 모델이 출시되는 바람에 뒤도 안돌아보고 질렀다. 고민도 참 많이 했고, 바닥을 보이는 통장 잔고가 못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
휴일이면 한강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는 가족, 연인, 친구들로 북적인다. 전국 지방선거일이었던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보다 배는 되어보이는 사람들로, 자전거가 나아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미 한강 자전거 도로는 포화상태다. 대부분의 구간이 2차선 정도의 폭으로 되어있지만, 초보 라이더들은 두 차선을 차지하고 휘청거리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고 갑자기 유턴을 하거나 튀어나오는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늘 똑같은 풍경, 복잡한 도로 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당신을 위한 새로운 코스! 바로 수도권 자전거 하트 코스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하트 코스를 알게 되었고, 어제가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특별한 라이딩을 떠나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