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나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제의 역작 '롱샹성당' 안에서 수많은 촛불들을 뒤로하고 고요한 정적속에 홀로 앉아있다. 오늘 이 경험, 이 느낌, 이 기억은 앞으로 내가 건축가가 되어 활동하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속에서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참으로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방문할 여행지를 선택하던 그 때부터, 이곳 롱샹성당은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마을인 이곳 '롱샹'에는 롱샹성당을 제외하곤 특별한 볼거리도 없거니와 워낙 작고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하루를 통째로 투자해야만 들를 수 있는 곳이어서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은 특별한 계획도..
튠(Thun)호수에서의 유람선 여행 알프스의 봉우리들로 올라가는 출발지인 인터라켄. 인터라켄은 동쪽으로는 브리엔쯔 호수, 서쪽으로는 튠 호수를 끼고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이다. 스위스의 호수들은 에메랄드빛 푸른색이 감돌고, 주변으로는 만년설이 덮힌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둘러서 있어서 전세계의 그 어느 호수보다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유레일 패스'로 기차를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 유레일 패스에는 각 나라별로 여행과 관련한 여러가지 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이곳 스위스에서는, 튠호수와 브리엔쯔 호수에서의 페리 탑승권을 제공한다. 이렇게 멋진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달콤한 휴식, 게다가 요금도 공짜라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유레..
몇일전 서울에도 갑작스럽게 우박이 내린 일이 있었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6월임에도 우박이 내리자, 사람들은 정부의 잘못된 태도에 하늘이 벌을 내리는 거라며 수군수군 했었다. 그날 마침 우산도 없이 밖에있었던 나는, 채 피할 겨를도 없이 내리는 우박을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온몸이 따갑고 아프면서도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으니... 아마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그런 우박을 볼 수 없을것만 같다. 바로 유럽배낭여행중 만났던 스위스의 우박. 말이 좋아서 우박이지, 거의 폭격 세례였다. 먼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있는 우박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우박 (기상학) [雨雹, hail]지름이 5㎜~10cm인 공 모양의 얼음 조각으로 된 강수. 작은 우박(또는 진눈깨비·싸락우박이라고 함)..
지금시각 아침 8시 35분, 7월 20일. 나는 인터라켄 서역에서 바젤로 가는 intercity 기차에 앉아 창밖의 튠 호수를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있다. 그날의 기록은 자기전에 꼭 하고 싶었지만, 피곤에 지친 내 몸은 이내 잠들고 만다. 중간중간 기차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밀린 일기를 쓰듯 어제 하루를 되돌아 보곤 한다. 내가 계획한 유럽 배낭여행 전체 일정에서, 스위스는 꼭 가볼만한, 봐야할만한 관광지도 없는것 같았고 날짜상으로도 중간쯤 위치해 있었기에 그저 마음 편안하게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스위스에 온 후로 가장 큰 일(?)을 해야하는 날이다. 바로 융프라우요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2744m의 백두산을 훌쩍 넘는 해발고도 3271m의 알프스의 정상. ..
누구나 마음속에 동경하는 나라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나라에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고, 보고 싶고... 나에겐 '스위스'가 바로 그 나라였다. 알프스 산악지대에 자릴 잡은 작은 나라지만, 4개의 언어를 쓰는 민족이 26개의 칸톤을 이루어 살고있는 그곳. 한번도 가본적은 없었지만 늘 마음속에 품고있던 그런 나라였다. 드디어 오늘이다. 20년간 동경해온 바로 그곳 스위스를 찾아가는 날이다. 스위스의 일정은 3일을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첫번째 날로 스위스의 정겨운 사람냄새를 맡으러 간다. 생태도시 피렌체에서 야간열차로 밤새 달려와 가장먼저 만난 스위스의 관문은 '취리히'였다. 스위스의 자연 환경은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커다란 취리히 호수가 도심과 바로 접해있고, 커다란 배들이 호수위를 ..
뜨거운 태양이 매일 이글거리던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피렌체, 플로렌스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딱 여행의 중간쯤 왔다. 아직 가야할 곳도, 봐야할 것도 너무나 많이 남았지만 몸은 많이 지쳐버렸다. 피렌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면, 야간열차를 타고 드디어 스위스로 넘어가게 된다. 계속해서 강행군을 하다보면 언젠간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릴게 분명하기에 피렌체에서는 여행의 전반부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가볍에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피렌체는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재미있는 도시다. 나처럼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필리포 브루넬리스키와 두오모로 이어지는 르네상스 건축의 발상지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이탈리아 젤라또의 본고장으로, 쇼핑을 좋아하..
내가 바티칸에 섰던 오늘, 오늘만큼은 내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바티칸에서 받았던 그 느낌, 감동, 충격, 전율... 모든것 하나 하나를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그동안의 여행과는 달리, 오늘은 하루종일 가이드 투어를 하는 날이다. 어차피 바티칸을 혼자 돌아다닐 만큼 지식도 없거니와 공부할 여유도 없었기에 이번기회에 제대로 보고가자는 마음으로 가이드 투어를 택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나라 바티칸. 교황령이라는 지구상에 둘도없는 특별한 지역. 오늘따라 유난히 설레는 마음에서인지 일찍 일어나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바티칸까지는 떼르미니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로마에서 계속 걸어다녔기에 대중교통은 처음 타본 셈이다. 로마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시설이 좋지 않았다. 역 내부도 더럽고 ..
어제의 빡빡했던 일정을 뒤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게획대로라면 오늘은 나폴리와 폼페이 두곳을 모두 돌아보아야 하지만, 아침에 10시가 넘어서야 주인 아저씨의 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나는 바람에 폼페이를 우선 돌아보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나폴리에 가기로 했다. 폼페이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나폴리에 도착한 뒤 지방철도를 타고 다시 폼페이까지 가야만 한다.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여행 11일 만에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제 너무 강한 햇빛을 오랫동안 쬐어서 그런지 J군이 결국 앓아 눕고 만것이다. 어제 잠들기 전에도 '혹시 내가 내일 못일어 나면 그냥 너희 둘이서 갔다와'라고 유언까지 남기더니만 결국 앓아 눕고 말았다. 어쩔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