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자한이 애비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1631년 착공을 시작하여 22년간의 길고 긴 공사 끝에 완공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덤이다. 타지마할 뒷편으로 유유히 흐르는 야무나 강의 풍경과 정원의 정방형 호수에 비친 타지마할의 반영은 웅장함을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금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든 대칭형 건물이 하나뿐이지만, 처음 계획할 당시에는 타지마할 반대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똑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검은 타지마할은 결국 지어지지 못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반만 완성된 계획이지만 지금도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걸 보면, 만약 검은 타지마할까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정도까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타지마할에..
서울 성곽아래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하여 하얀 담장너머로 붉은 이파리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길상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상사는 과거에 대원각이라는 유명한 요정이었던 곳으로 소위 있는자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한 때 요정이었던 이곳은 백석 시인의 여자로 알려진 길상화라는 여인이 아무 조건없이 법정스님에게 기부하면서 지금의 길상사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서린 곳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사뭇 다른 듯하다. 산사나 다른 사찰들이 자연속에 어우러지는 꾸밈없는 여인의 얼굴이라면 길상사는 단정하게 잘 가꾸어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자연을 축소하여 정원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본식 정원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도 살짝 스치는데 색다른 ..
가끔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정처없이 거리를 걷고 싶어지는 날도 있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며 타지에서의 여정에 몸이 지쳐갈때면, 하루정도는 빗소리를 즐기며 방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비가 억수로 오던 푸쉬카르에서의 어느날 이야기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릴 즈음,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푸쉬카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짐을 내리려는 찰나,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꺼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온몸은 녹초가 되어있었고,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숙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잠깐 비를 맞는것쯤은 괜찮겠지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옆에서 릭샤꾼들이 나를 약올린다. 너희가 찾는 숙소는 여기서 2km는 더 가야해~ 내 릭샤를 타는게 어때. 지금 안타면 후회할거야..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어느덧 수능시험도 끝나고,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연말이 가까워졌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나마 예년보다 추위가 좀 덜해서 수험생들 고생이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종플루라는 큰 고민거리를 안고 시험을 봤을 생각에 안스럽기도 했다. 2005년 겨울, 지금 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수험생이었던 그때가 문득 생각이 난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아 새하얀 운동장 위에 차에서 내려 꽁꽁 얼어버린 손을 비비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긴 했나보다. 입시라는게 참 힘들고 괴로운 싸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생에 단 한번뿐인 소중한 경험이라 그런지 그때 일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다. 자네는 왜 건축을 택했나. 입시를 준비하며, 책을 읽으며, 자..
처음 인도에 도착하고 길거리로 나왔을때 그 느낌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포장이 안되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골목길에는 소똥이며 쓰레기가 나뒹굴고, 쉬지않고 빵빵거리는 릭샤들이 빠르게 달리는 사이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건너는 사람들. 무질서를 넘어서 거의 혼돈에 가까운 인도의 길거리 풍경이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귀가 찢어질 듯한 경적소리와 매캐한 매연의 냄새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인도여행 가이드북에선 '인도에서 운전하는건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해놓았는데 정말 사실이다. 인도사람들이야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습관이고 생활이 되었겠지만 아마도 외국 여행자가 인도의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는 신경과민으로 쓰러져 ..
두물머리. 참 정감있고 따뜻한 우리말 지명이다. 지난 주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바로 그 곳 -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다녀왔다. 희미한 물안개 사이로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의 두물머리 사진들을 볼 때 마다 꼭 한번 가봐야 겠다고 버릇처럼 다짐했었다. 내 또래 젊은이들은 보통 차에 관심이 많아진다고는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땅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는 물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배가 더 좋았다. 두물머리를 찍은 사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그만 나룻배 때문일까. 너무나 가고싶은, 내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어디선가 얼핏 들은 얘기로, 차 없이 두물머리를 가는건 힘들다고 했다. 나중에 차가 생기면 꼭 가봐야겠다며 늘 아쉬워만 했는데... 얼마전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올해 초 중앙..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