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장마철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온게 지난 2월이었으니, 어느새 반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시간은 야속할정도로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야심차게 여행기를 블로그와 각종 사이트를 통해서 자유롭게 연재했었고 17부작이라는 나름 스펙터클한(?) 스케일로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작년 인도 여행기가 아직도 파테푸르시크리에서 멈춰 지지부진 하고 있는걸 생각하면 이번 아프리카 여행기는 밀도있게 끝맺음을 잘 한것 같다. 여행의 기억이 서서히 흐려져 갈 즈음, M25 에디터로부터 메일에 답장이 왔다. 본래 카타르 항공권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여행기를 연재하기로 했었는데, 그 일정과 분량이 확정된 것이다. 세렝게티 한 편, 잔지바르 한 편 해서 총 두 편으로 연재되고 각각 2페이지 정도 ..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지 채 한달도 안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속도도 붙지를 않고 한 시간을 달려서 출근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몇 일 타고 다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더 건강해질리도, 몸의 변화가 생길리도 만무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변화는 출퇴근길이 즐거워 졌다는 사실. 매일 아침마다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며, 혹 버스라도 놓칠까 지하철 문이 닫힐까 노심초사하는 전쟁 아닌 전쟁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너무나 홀가분하다. 진작부터 이렇게 다닐껄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해서 책 한장 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던걸 생각하면, 아침 공기도 마시고 풀냄새도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출퇴근 ..
달그락, 달그락. 한 걸음씩 내 딛을 때 마다 발 끝에 자갈이 채인다. 싱그러운 6월의 녹음이 가득한 벌판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그렇게 혼자서 걸어보는 나만의 시간, 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반나절이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그야말로 초고속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이지만, 유난히 '기차'라는 두 글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늘 낭만과 추억으로 먼저 다가온다. 궤도를 따라서 정해진 길로만 다닐 수 있는 기차. 하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기만 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떠났던 여행의 설레임, 대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MT를 떠나던 기억, 사랑하는 연인과 오붓하게 앉아 덜컹거리는 차장에 기대어 사랑을 속삭였던 추억. 이 모든 이야기들은 철로 위에 쌓이고 또 쌓여만 간다. 같은 ..
스트라이다를 처음 들일때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주말에 잠깐 한강이나 나가보고, 심심하면 동네 마실용으로 타고 다니면 되겠지 했는데 어느새 본격적인 자출족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며 살이 쪽쪽 빠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자전거 출퇴근이라는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일단 한번 해보고 나면 쉽게 멈출수가 없다. 꽤 장거리 출퇴근이지만 스트라이다를 탈때도 페달만 열심히 밟으면 다닐만 했었다. 하지만 결국 본격적인 자출을 위해서 '티티카카 스피더스'로의 기변을 선택했다. 마침 그날 2010년식 새 모델이 출시되는 바람에 뒤도 안돌아보고 질렀다. 고민도 참 많이 했고, 바닥을 보이는 통장 잔고가 못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
휴일이면 한강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는 가족, 연인, 친구들로 북적인다. 전국 지방선거일이었던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보다 배는 되어보이는 사람들로, 자전거가 나아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미 한강 자전거 도로는 포화상태다. 대부분의 구간이 2차선 정도의 폭으로 되어있지만, 초보 라이더들은 두 차선을 차지하고 휘청거리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고 갑자기 유턴을 하거나 튀어나오는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늘 똑같은 풍경, 복잡한 도로 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당신을 위한 새로운 코스! 바로 수도권 자전거 하트 코스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하트 코스를 알게 되었고, 어제가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특별한 라이딩을 떠나보기로..
요즘들어 한강은 언제나 분주하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라는 거창한 이름하에 자전거 도로, 공원, 섬, 다리까지 강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새 단장을 하고 변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한강에는 연일 사람들로 붐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하면 청계천이 제일 먼저 생각나듯, 오세훈 현 시장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청계천에서 한강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으니 스케일에서는 물론 오세훈의 압승이다. 더 커진 스케일 만큼 얻는 것도 많겠지만, 그와 동시에 잃는 것도 많다. 그저 예쁘고 편리해 보이는 한강의 풍경도 자세히 뜯어보면 문제점이 자꾸만 발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아무리 보기 싫은 풍경도 일단 만들어 지면 늘 보아야 한다는 점이 건축과 다른 예술의 가장..
요즘 들어 자꾸만 인도가 그립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사진만 봐도 움찔움찔 가슴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게 올라오고, 내가 만났던 이야기 했던 인도 친구들의 사진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본다. 누가 그랬던가. 인도에 처음 다녀오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게되는 일명 '인도병'에 걸리게 된다는데, 어느새 나도 인도병 환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인도 여행이 그렇게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밤이면 뜨거운 열기에 늦게까지 잠을 못이룬 기억도 많았다.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고 도와주었던 친구들이 있었는가 하면,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 된통 바가지를 씌우던 나쁜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인도가 늘 그리운건 왜일까. 한달 조금 넘는 여행동안 꽤..
한강은 정말 넓고, 또 길다. 남한강과 북한강 까지 합치면 한강 수계는 전 국토의 거의 절반에 이를 만큼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게 큰 강을 끼고있는 아름다운 도시 서울. 그래서 나는 언제나 외국 친구들에게 서울을 설명할때 제일 먼저 한강을 이야기하곤 한다. 파리의 세느강도, 런던의 템즈강도 부러울거 하나 없다! 도심에 이렇게 큰 강이 흐르는 메트로 시티는 전 세계에 서울뿐이야! 하고 말이다. 전에도 여러번 이야기 했었지만 한강은 유량의 변화가 급격하여 '고수부지'라는 어쩔 수 없는 지형을 만들어 내게 된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물속으로 잠겨 버리는 비운의 땅이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홍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지하철 5호선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