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고사 바이크폴로 대회에서 잠시 빠져나와 에스빠냐 광장(Plaza España)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무렵. 미리 사라고사에 도착해있던 우린이와 형윤이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도 한 장 없이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길을 찾아가려니 막상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사라고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한 두어번 물어 방향을 잡자 금새 에스빠냐 광장에 도착했다. 에스빠냐 광장은 사라고사 구시가지 남쪽에서 가장 번화한 곳. 하지만 내가 찾아갔을땐 트램 공사때문에 거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Alberto와 Jose에게 나중에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정확히 어디까지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라고사에 있던 트램을 확장, 보수 ..
스페인에 온 이후 처음으로 1박 이상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정확히는 2박3일. 어느새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정이 들어버린 방을 떠나 여행을 떠나려니 정말 이제는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게 새삼 느껴졌다. 원래 사라고사에 가게 된건 단순히 여행을 목적으로 한게 아니었다. 지난주 주말은 '사라고사 바이크 폴로팀' 주최로 열리는 '사라고사 바이크 폴로 대회'가 있는 날이었고, 우리 '마드리드 바이크 폴로팀'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강도높은 트레이닝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에 날이 다가왔다. 키도 조그만 동양인 꼬마인 내가 멀리 스페인에서 '바이크 폴로'라는 인디씬에 몸을 담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아직 잘 실감이 안나지만, 팀원들과 함께 멀리 사라고사까지 가서 대회에 참가하..
지금 마드리드는 9월 7일 수요일 정오다. 시간표대로면 아침 일찍 사진수업이 하나 있지만 개강 첫주라 오늘은 휴강이다. 이따 저녁때 설계 수업 첫시간을 가봐야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통 블로그는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일단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를 켰으니 불행중 다행일까나. 마드리드에 온지 정확히 보름이 지났다. 처음 일주일간은 airbnb.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작은 집하나를 친구랑 같이 통째로 빌려서 살았다. 가격은 호스텔보다 당연히 훨씬 비쌌지만 덕분에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주일을 마음 편하게, 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사실 그 곳을 떠나온 이후론 이사며 개강이며 이런저런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두 배는 더 시간이 빨리간 것 같다. 기억이 더 흐려..
출국 9시간을 남겨두고 드디어 짐을 다 챙겼다. 카타르 항공 수화물규정상 위탁수화물 23kg, 기내수화물 7kg까지 허용이고 위탁 수화물은 1kg 초과당 3만원씩 추가금이 부과된다. 일단은 위탁수화물 25kg정도로 약 2kg 오버한 상태인데 남은 시간동안 조금 더 고민해보고 되도록이면 23kg로 딱 맞추는 쪽으로 해야겠다. 곧 출국을 앞두고 정신없는 와중이지만 뿌듯한 마음에 짐 목록을 정리해봤다. [이민가방] -생활용품 전기장판, 수건 5개, 상비약(화이투벤, 해열제, 소화제, 밴드, 소독약, 파스, 면봉, 물파스), 수저 1세트, 빨랫줄, 빨래걸이, 쪼리, 신발주머니, 손톱깎이 세트, 계량스푼, 계량컵, 매직블럭 1개, 모자, 물티슈, 휴지, 우산, 드라이어, 자명종 시계 -세면용품 여행용 샴푸/린스,..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 가방들은 어떻게 하면 카메라 가방스럽지 않아 보일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떤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쉬한 외형을 하고도 장비를 잘 수납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그런 가방을 원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타이틀을 내걸고 출시된 제품조차 결국 카메라 가방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 소개할 A&A의 COV-7000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카메라가방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노트북 가방같기도 하고, 양복 차림에도 제법 잘 어울릴법한 서류가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카메라 가방이다.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카메라 가방을 보는 부담스러운시선을 피할 수 있는 그런 가방. COV-7000의 매력 속으로 한번 들..
경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내에는 괜찮은 찜질방이 없어서 조선온천호텔 찜질방을 찾아갔는데 가격이 만원이라는 점을 빼곤 시설도 괜찮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역시나 찜질방에서 잔 다음날은 어째 몸이 찌뿌둥하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서 다시 한번 사우나를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벌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숲머리 음식단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근처에 떡갈비를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공중 화장실. 사실 따지고 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한옥을 따라한 셈이지만 그래도 네모반듯한 것보다야 훨씬 좋아보인다. 아 내가 경주에 와있구나...하는 느낌..
라이카의 중후한 멋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한층 더 유저에게 가까워진 컴팩트 카메라, 라이카 V-LUX30. 지난번 프리뷰에 이어 오늘은 본격적인 리뷰를 통해 만나보기로 하자. 물론 제 아무리 빨간 딱지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고 해도 V-LUX30은 엄연한 컴팩트 카메라, 즉 똑딱이다. 라이카라는 이름때문에 너무 과한 기대를 하기 보다는 이 작고 가벼운 라이카가 과연 어떤 사진을 뽑아줄 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며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지난 프리뷰에서는 주로 V-LUX30만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조금 더 많은 사진과 함께 화질, 성능, 색감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이야기해보겠다.
무려 2년을 묵혀뒀던 인도 여행기. 이제는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다. 그동안 밀린 여행기를 쓴답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여행사진을 꺼내어 보고, 또 다시 보고 그러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 벌써 먼 옛날 일이 되어버렸지만 사진을 주욱 훑어보고 있노라면 마치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한데... 그래서 여행기를 마치는 것조차 아쉽다. 어쩌면 그래서 나도모르게 여행기를 천천히 썼던걸지도 모르겠다. 델리를 떠나던 그날 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름도, 얼굴도 서로 몰랐던 네 남녀가 함께 모여 인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나와 정민이형은 그날 밤 비행기를 타고 떠날 예정이지만 나머지 둘은 아직도 여정이 많이 남아있던 터. 우리는 우리대로 여행이 끝나는게 아쉬워 그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은 그들대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