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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마드리드는 9월 7일 수요일 정오다. 시간표대로면 아침 일찍 사진수업이 하나 있지만 개강 첫주라 오늘은 휴강이다. 이따 저녁때 설계 수업 첫시간을 가봐야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통 블로그는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일단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를 켰으니 불행중 다행일까나.

 마드리드에 온지 정확히 보름이 지났다. 처음 일주일간은 airbnb.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작은 집하나를 친구랑 같이 통째로 빌려서 살았다. 가격은 호스텔보다 당연히 훨씬 비쌌지만 덕분에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주일을 마음 편하게, 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사실 그 곳을 떠나온 이후론 이사며 개강이며 이런저런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두 배는 더 시간이 빨리간 것 같다.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마드리드에서의 즐겁고도 유쾌했던 처음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두고 싶다.

차린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이제는 다소 진부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인천을 출발하는 비행기다. 지난 아프리카 여행때 타보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카타르 에어를 타고 갔다. 학생할인 항공권을 구입한 덕분에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 TAX를 포함해서 단돈 50만원! 이것도 출국일이 가까워서 급하게 사느라 조금 비싸진거지만, 더 여유있게 구입했으면 TAX포함 30만원에 갈 수도 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인천에서 도하로 가는 길


 인천에서 출발시간이 새벽 1시인지라 공항은 다소 한산했다. 가족들이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출국장을 들어서는데 예상치 못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구시대적인 병역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때문에 30분이나 법무부에 잡혀있었고, 기내 반입 가방 필통속에 깜빡하고 30도칼을 넣어가는 바람에 고스란히 눈앞에서 뺐기기도 했다. 

 8월 23일은 라마단 기간중이었다. 기내식 메뉴판에 써있는 '이슬람 원칙에 따라 식사를 제공한다'는 말이 뭘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맥주나 와인같은 주류를 병이나 캔 채로 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라마단 기간에는 술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맥주는 캔을 따서 음료수용 컵에 따라준다. 무슬림들이 봤을때 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네비게이션 모니터에 계속해서 메카의 방향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라마단 기간을 엄격히 지키는 것도 그렇고... 카타르 에어는 여러모로 참 신기하다.





카메라를 넉다운 시키는 중동의 열기!


 아프리카 여행때처럼 우리가 탄 비행기는 카타르 도하를 경유했다. 새벽 4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하의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어있었다. 공항에서 두 시간 반 정도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마지막 사진이 뿌옇게 나온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중동의 열기가 카메라를 덮쳤기 때문이다. 어휴... 상상만 해도 아찔한 더위다.



창밖으로 보이는 스페인의 이비자 섬


 인천에서 도하까지만 해도 스페인으로 가고있다는게 잘 실감이 안났다. 하지만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 지면서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창밖으로는 스페인 최고의 휴양섬(혹은 유흥의 섬) 이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에서 보기엔 평범한 섬이지만 저 아래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겠지.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창밖으로 스페인 본토의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다 왔다. 그리고 얼마후... 우리가 탄 비행기는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드디어 마드리드다!






마드리드의 천사 Marta @_@


 공항에 마중나와있던 Marta와 Cony를 만났다. 너무너무 반갑고 고마웠지만 저때만 해도 스페인어로 대화하는게 너무 어색하기만 했다. Te echo de menos...보고싶었다는 그 말한마디가 어찌나 생각이 안나던지! 지금이야 뭐 스페인어는 생활이요 생존수단이지만... 어쨌거나 Marta가 차로 짐을 옮겨준 덕분에 편하게 숙소로 찾아갔다. airbnb.com에서 예약한 숙소는 지하철 tribunal 근처였다. tribunal 정도면 정말 시내 한복판인 번화가다. sol이랑도 가깝고 밤이면 여기저기 광장에 앉아 술을 마시며 노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지금 사는 집은 그보다 훨씬 북쪽의 주거지역이라 가끔은 tribunal 근처의 밤공기가 그리울 때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드리드 유랑이 시작이다!


 일주일간 머물게될 숙소에 짐을 풀었다. Calle de Barco, 40. 일주일동안 참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또 마드리드에서 처음으로 짐을 풀고 지냈던 곳이라 그새 정도 좀 들었다. 즐거웠던 그곳에서의 일주일을 추억하며... 이제 점심을 챙겨먹으러 부엌으로 다시 나가봐야겠다.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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