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시되는 카메라 가방들은 어떻게 하면 카메라 가방스럽지 않아 보일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떤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쉬한 외형을 하고도 장비를 잘 수납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그런 가방을 원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타이틀을 내걸고 출시된 제품조차 결국 카메라 가방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 소개할 A&A의 COV-7000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카메라가방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노트북 가방같기도 하고, 양복 차림에도 제법 잘 어울릴법한 서류가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카메라 가방이다.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카메라 가방을 보는 부담스러운시선을 피할 수 있는 그런 가방. COV-7000의 매력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COV-7000의 외관은 얼핏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심플하다. 이보다 조금 더 큰 모델인 COV-8000 역시 크기를 제외하고는 똑같은 모양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가방의 무게는 960g으로 일반적인 가방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가방들에 비해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으므로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확한 스펙을 첨부했다. 대충 A4용지 크기가 들어가는 서류가방을 생각하면 비슷한 정도. 물론 DSLR을 수납하여야 하기에 너비가 조금 더 도톰한 편이다.
그간 사용해본 다른 가방들에 비해 상당히 구조도 간단하다. 외부엔 주머니가 따로 없고 큰 지퍼로 열고 닫는 메인 수납공간이 전부다. 사용하기엔 다소 불편할수도 있지만 밖으로 주렁주렁 주머니가 달린 카메라 가방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내부는 다른 A&A 가방들과 마찬가지로 빨간 벨벳 재질의 파티션이 들어가 있다. 외형은 일반 가방처럼 생겼지만 내부 공간 만큼은 영락없는 카메라 전용 가방이다.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쿠션 칸막이가 두 개 들어있으며 벽면 전체가 벨벳으로 되어있으므로 원하는 위치 어느곳에든 붙였다 뗄 수 있다.
다소 밋밋해 보일수도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는것이 바로 지퍼 부분의 새빨간 가죽 덮개다. 용도를 짐작해 보자면 지퍼가 조금 열린 상태에서도 내부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빗물등이 튀는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닐런지. 사실 폭이 그리 두껍지 않아 기능적인 부분 보다는 지퍼 틈사이로 빨간 색상이 보이도록 하여 디자인적인 면을 강조한게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지퍼 끝에는 버클로 여닫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지퍼가 완전히 열리지 않도록 잠궈둘 수 있다. COV-7000의 수납부 윗면은 지퍼로 완전히 닫히는 방식이 아니라 양 옆부분이 트여있기 때문에 잠금장치가 없다면 지퍼가 따로 놀아서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디테일이지만 가죽으로 되어있어서 가방을 닫을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A&A 가방들처럼 COV-7000의 파티션 역시 완전 분리가 가능하다. 물론 다른 가방을 사용할때는 굳이 파티션을 빼내야 할 일이 거의 없다. 가끔 내부 사이즈보다 살짝 더 큰 장비를 넣을때 정도 뿐이다. 하지만 COV-7000는 조금 다르다. 파티션을 완전히 제거하면 말 그대로 일반 토트백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노트북을 수납할 수도 있고 서류나 책을 넣는 가방으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파티션을 제거한 가방에 노트북을 수납한 모습이다. 보통 카메라 가방이라고 하면 백팩형이 아닌 이상 넷북을 수납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은데 사진속에 보이는 노트북은 14인치 와이드 모델인 MSI CR420이다. 파티션을 제거하면 넉넉하게 들어가는 편이고, 파티션이 있는 상태에서도 벽쪽으로 수납하면 무리없이 들어간다.
또한 애초부터 파티션을 제거하고 일반 가방으로 사용하는걸 고려해서인지 내부 벽면에는 간단하게 수납할 수 있는 포켓이 마련되어 있다. 한쪽은 책이 들어갈 정도로 큰 주머니고, 다른 한쪽은 두 개로 분리되어있는 보조 주머니다.
한번 가방에 물건을 넣어보자. 가방 자체가 납작한 모양이고 내부 세로폭이 10cm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세로그립이 달린 DSLR에 렌즈를 마운트한 채로 뉘여 넣기는 조금 힘들다. 일반적인 보급/중급기 정도의 DSLR은 줌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에서도 여유있게 수납할 수 있다.
번들 줌렌즈를 장착한 DSLR 한 대, 미러리스 카메라 한 대, 줌 렌즈 한 개, 책 한권, 그리고 14인치 와이드 노트북까지. 이정도 수납은 거뜬한 편이며 원한다면 단렌즈 한 두개 쯤은 더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 파티션의 형태상으로 렌즈를 마운트한 DSLR 한 대와 추가로 줌 렌즈 하나 정도 더 넣고 다닐때 가방 모양도 예쁘고 내부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분리형 파티션의 또 다른 숨겨진 기능. 바로 윗부분을 덮을 수 있는 방수 커버다. 파티션 자체에 붙어있는 거라 분리는 할 수 없지만 필요 없을때는 반대쪽으로 말아서 두면 밖에서 보이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가 가능 하다. COV-7000의 윗 지퍼가 완전 밀폐형이 아니기에 걱정되는 부분을 내부 방수 커버에서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셈이다. 또한 방수커버가 파티션 자체에 달려있기 때문에 파티션만 제거 하면 카메라 가방이라는 증거가 전혀 남지 않는다.
노트북과 책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들을 모두 파티션에 넣은 모습이다. 방수 커버는 줄로 당겨서 닫을 수 있어서 가방 안으로 물이 튀더라도 파티션 내부로 들어가는걸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파티션만 따로 떼어서 다른 일반 가방에 넣어도 훌륭한 카메라 가방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여러모로 유용한 아이템이다.
가방에 파티션을 넣은 상태에서 방수 커버를 완전히 펼친 모습이다. 상당히 여유있는 크기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A&A 카메라 가방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듦새다. COV-7000의 기본적인 재질은 컨버스 천으로 되어있지만 군데군데 가죽을 덧대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컨버스 천 자체도 상당히 튼튼한 편이라 왠만한 스크래치에는 꿈쩍도 안할 정도.
가방 아랫면 역시 컨버스 재질이지만 바닥에 닿는 부분에는 금속 징이 박혀 있어서 가방이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일반 토트백처럼 보이기 위해서인지 COV-7000의 어깨끈과 운반 손잡이는 전부 직물 재질로 되어있다. 운반 손잡이의 그립부는 가죽이 덧대어져 있으며 어깨끈에는 따로 패드같은게 없이 미끄럼방지 처리만 안쪽에 되어있다. 장비가 무거우면 어깨가 다소 아플수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어깨패드를 포기함으로써 카메라 가방같지 않은 디자인을 얻었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할까.
전체적인 디테일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어깨끈 길이를 조절하는 버클도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으로 되어있어 견고한 편이며, 가방의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주는 심지가 들어있어서 물건이 많이 들어가도 가방이 뒤틀리거나 변형되는걸 방지하도록 되어있다.
검정 단색으로 발매되는 데다가 살짝 서류가방을 닮은 외형 때문인지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가방이다. 간결한 디자인과 심플한 수납공간의 가방이지만 캐주얼한 차림은 물론이고 정장에도 잘 어울릴법한 그런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