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하기 전, 낙타는 아프리카에만 살고 사막은 사하라 사막이 전부인줄 알았었다. 동화책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막을 제썰메르에서 진짜로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넓디넓은 인도 대륙을 한번에 모두 돌아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북부와 남부 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쪽을 찾게 된다. 수도 델리가 북부에 가까운 탓에 처음 인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북부쪽을 먼저 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빼놓치 않고 들러야 하는 도시가 바로 제썰메르(자이살메르)다. 16시간의 길고 긴 기차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제썰메르에 감격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날씨부터가 델리와는 영 딴판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흐르고, 고운 모래알갱이들이 섞인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와 쉬지않고 내..
기차는 오로지 철길이 놓여진 곳만을 따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철길 위에서 만큼은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은 채 마음껏 달리고 또 달린다. 아직도 기차여행하면 낭만과 설레임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일까. 낮선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마음 역시 기차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놓여지지 않은 철길을 하나 하나 놓으면서 달려야 한다는것. 하지만 그렇게 작은 철길이 모이고 모여서 길고 긴 여정과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만들어 내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기차에 오른지 어느새 12시간이 지났다. 가끔씩 긴 기적을 울리며 기차는 여전히 잘 달리고 있다. 하루에 한장씩은 꼭 그림을 그리겠다고 바로 어제 다짐했는데, 채 하루가 안되서 그 결심이 깨지게 생겼다. 기차 안에서 꼬박 하루를 보..
모기, 파리, 쥐, 거미, 바퀴벌레, 도마뱀! 이게 다 뭐냐구? 잠들기 전 침대 머리맡으로 찾아와 잘자라고 인사해주던 인도의 친구들 이름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도 못한 곳에서 저런 녀석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그래서 인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게 '잠자리'인가보다. 그리 깔끔떠는 성격이 아닌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원래 뭐든지 맨 처음 시도하는게 항상 어렵듯,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의 잠자리에 대한 걱정은 여행을 망설이게 만들기까지 한다. 설마 도마뱀 까지 보게 될 줄이야 미처 몰랐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은 숙소에서 조차 쥐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나니 이 여행을 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잠깐 고민도 했었다. 제일 싼 항공권을 구입한 덕분에 한국에서 인도까..
'인도를 다녀왔다면 이제 이 지구상에서 못갈곳은 없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중 하나다. 물론 이 지구상에 인도보다 더한 오지야 셀수도 없이 많겠지만 확실한 건 인도는 절대 만만한 여행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럽고, 불편하고, 찝찝하고, 힘들고...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이런 단어가 자주 머리속에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이 다시 또 가고싶다고 말하는걸 보면 참 이상하다. 그 그리움을 참지못하고 결국 다시 비행기에 오르기도하고, 인터넷을 뒤져서 맛있는 인도요리 전문점 찾아 진한 마살라 향기로 그리움을 달래기도 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더럽게' 재미있는 나라, 그게 바로 인도다. 10억 인도인 중 한사람이 되어 빠하르간지 귀퉁이에 앉아 처음 펜을 잡았다. 내가 갔었..
강 가운데에 돌이 우뚝 솟아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촉석루. 촉석루라는 정식 명칭 보다는 '논개'라고 하면 아!하고 떠오르는 바로 그 곳이다. 촉석루가 발 딛고 있는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무대이기도 하다. 손가락이 미끄러질까 열손가락을 깍지 낀 채 왜장을 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던 논개의 충절을 떠올려보며 진주성을 찾아간다. 내가 진주성에 도착했을때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있었다. 희끄무레한 하늘 아래 황토빛 남강은, 진주성을 감싸 흐르며, 빗소리와 함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진주성은 삼국시대에 본디 토성으로 쌓아졌었지만,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돌로 다시 고쳐 쌓았다고 한다. 성의 남쪽으로는 남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청천, 북쪽으로는 못이 하나 있고 주위가 절벽..
남해 해안 일주도로에서 살짝 빠져나와 드라이브를 계속하면 이내 '물건항'에 이르게 된다. 시원스레 하늘을 향해 열린 바다의 모습과, 작고 아담한 두 개의 등대가 인상적인 물건항. 평범한 마을이겠거니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어딘가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해에만 있는 특별한 관광지, 여기가 바로 '남해 독일 마을'이다. 붉은색 지붕과 새하얀 벽, 나무 창틀이 인상적인 이 곳의 집들은, 하나 같이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특별한 마을이 생기게 된걸까.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다. 오래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어촌마을 가운데 이런 풍경을 보고있으니 어째 쌩뚱맞기도 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이국적인 마을을 관광지라고 찾..
나는 차도, 운전면허도 없다. 차는 여행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동수단이지만, 어쩌면 차가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은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기 때문일까. 때로는 차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여행지도 있다. 일명 '드라이브 코스'. 시선이 옮겨갈 때 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수만가지 풍경들은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기엔 너무도 많다. 드라이브를 즐기는건 어쩌면 달콤한 와인을 천천히 즐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차가없었다면 이 멋진 풍경들을 보지 못할뻔 했으니, 차에게 감사해야할까.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자동차 뒷좌석은 자연스럽게 면허가 없는 나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힘들어하는 친구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매물도'는 이제, 남도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할 명소가 되었다. 차를 타고도 너무나 먼 통영까지 가야하고, 거기서 배를 타고 다시 한시간 반을 가야하는 섬중의 섬. 자칫 뱃시간을 잘못 맞추기라도 하면 꼼짝 없이 하룻밤을 묵어 가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리는곳이 바로 소매물도다. 그렇게 고생할 각오를 하고서라도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그 곳. 소매물도는 참 특별한 섬이다. '소매물도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배타고 소매물도까지 가는 길에 스친 풍경들을 포스팅을 했던게 작년 8월이니, 배에서 내려 소매물도에 들어가기 까지 꼬박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소매물도에 다녀온지는 이제 꽤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마치 사진 속에서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