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빡빡했던 일정을 뒤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게획대로라면 오늘은 나폴리와 폼페이 두곳을 모두 돌아보아야 하지만, 아침에 10시가 넘어서야 주인 아저씨의 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나는 바람에 폼페이를 우선 돌아보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나폴리에 가기로 했다. 폼페이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나폴리에 도착한 뒤 지방철도를 타고 다시 폼페이까지 가야만 한다.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여행 11일 만에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제 너무 강한 햇빛을 오랫동안 쬐어서 그런지 J군이 결국 앓아 눕고 만것이다. 어제 잠들기 전에도 '혹시 내가 내일 못일어 나면 그냥 너희 둘이서 갔다와'라고 유언까지 남기더니만 결국 앓아 눕고 말았다. 어쩔 수 ..
스무살 이규빈, 로마에 서다. 그동안 여행했던 그 어떤 여행지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로마. 내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감회가 새로운 그런 곳이 바로 이곳 로마이다. 간밤에 야간열차에서 컴파트먼트를 6명이 꽉 차서 오는 바람에(우리가 탄 열차는 복도까지 사람들로 꽉 차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피로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로마에 도착해버린 우리는, 제일먼저 민박집부터 찾았다. 로마에서의 민박은 이번 여행에서의 첫 한인민박이었기에 두려움 반, 설렘 반 하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민박집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친절하고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따끈한 김칫국이랑 아침을 차려 주시는데 정말 타지에서 먹는 밥맛이라는게 이렇게 꿀맛일지는 미처 몰랐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재밌으..
니나 다를까. 역시 유럽의 햇빛은 너무나 뜨거웠다. 사실 그동안 다녔던 중부유럽에서는 매일같이 비가오고 흐린날씨라 제대로 햇빛을 받아본적이 없었는데 그동안 못본 햇빛을 하루에 몰아서 다 받는 느낌이었달까. 태어나서 그렇게 강한 햇빛은 정말 처음이었다. 이탈리아의 하늘은 정말 구름이 하나도 없는 푸른하늘빛 그대로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조금만 받고 있어도 금새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지난 밤, 처음으로 침대가 있는 쿠셋칸 야간열차를 타고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사실 침대칸이라기에 나름 큰 기대를 하고 탔지만 너무도 좁은 한칸, 그것도 창문조차 열리지 않는 밀폐된 실내에 6명이 마치 책장에 꽃힌 책처럼 누워서 잠을 자려니깐 어째 속은 느낌도 들고 예약비 25 € 가 아까운 느낌도 들고 그랬다. 하지만 막..
어느덧 한국을 떠나온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떠나기 전날 아침에 깎고 나온 수염은 벌써 제멋대로 자라버렸고, 짧게 자른다고 잘라온 머리도 슬슬 길어진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사실 너무 바쁘고 고된 일정탓에 집에 전화할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었지만 직접 전화까지 하신걸 보면 많이 걱정하셨을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제부터 시간 나면 한번씩은 꼭 전화를 드려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도 수없이 남은 일정표를 한번 훑어보고 나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늦잠을 자다가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아침 열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1시 30분에 출발을 하는 열차를 타고 가야만 했기에, 오늘 우리의 빈에서의 일정은 짧아질 수 밖에 ..
지난 밤 열차를 놓치는 사고 때문에 너무 놀라서 였는지, 아니면 두번이나 열차를 갈아타고 체코 국경을 지날 때 자꾸만 여권과 기차표를 검사해서인지 몰라도, K군이나 J군 둘다 잠이 부족한 얼굴들이다. 그에 비해 난 의외로 너무나 잘 잤다. 기차를 언제 갈아타고 어디서 내렸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신기하게 잘 잤다. '프라하' 하면 누구든지 아름답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낭만적인 유럽의 도시를 상상하겠지만, 하루동안 프라하에 머물면서 내가 느낀 이곳은 생각보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물론 나도 '프라하'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같은 상상을 한 채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겠다. 프라하는 말 그대로 '체코의 한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낭만적인 '프라하'..
야간열차에서 쫓겨난 사연... 유럽 대륙에 건너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딱 한번 했었던 야간열차 예약도 어이없는 직원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열차예약비에 놀란 우리는 암묵적으로, 앞으로 야간열차는 미리 열차가 들어오기전에 플랫폼에서 죽치고 앉아있다가 열차가 들어오는 대로 비어있는 컴파트먼트를 점령하고 잠을 자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었다. 오늘 타려던 프라하행 열차 역시 예약도 안한채로 열차 출발시간 한시간전부터 플랫폼에 앉아서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12시 15분, 드디어 프라하행 열차가 들어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City Night Line 라고 써진 기차에는 컴파트먼트 없이 전부 침대칸인 '쿠셋'만 있었다. 기분이 꺼림직하긴 했지만 일단 무작정 올라타서 ..
여행을 하면서 매일 글을 쓴다는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또한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것 같다. 시간 날때마다 기차에서 글을 조금씩 쓰려 생각했지만, 여행에 지쳐버린 몸은 이내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벌써 7월 11일.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광장의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한잔과 함께하는 시간, 아름다운 강가 잔디밭에 앉아서 있는 시간,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그림같은 풍경에 취해있는 시간, 어디에 있더라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사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힘들더라도 하루에 꼭 한번씩 내 기억과 생각의 일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기차안에서 이렇게 또 펜을 든다. 한국에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남들이 다 가는 ..
뮌헨에서의 두번째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기차로 2시간여 떨어져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기차로 2시간을 가면 다른 나라가 나온다는게 쉽게 감이 오질 않는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를 빼고는 논할 수 없는 곳~ 한 천재 음악가가 삶을 살았던 바로 그 무대로 가고있다는 생각에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가까워져 갈수록 창밖의 풍경은 점점 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변해갔다. 유럽의 하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투명하고 구름이 낮게 있어서 너무나 아름답다. 푸르른 초원 위에 빨간 집 한채, 파란 하늘과 그 뒤로 보이는 웅장한 산들은 기차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