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짜릿했던 6개월. 마드리드에서 한 판 잘 놀다왔습니다. 6개월 간의스페인 생활은 모두 끝이 났다. 짧았지만 너무나 즐거웠던 마드리드의 일상, 학교, 요리, 친구들. 익숙해져있었던 그 곳에서의 생활들은 이제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딱히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거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건 아니었다. 6개월이 결코 스페인 문화에 젖어들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공부도, 운동도, 노는 것도 원없이 즐기다 왔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다만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 밤, 술집을 나와 어두운 가로등 아래 친구들과 작별하며 펑펑 울었던건 조금 부끄럽지만. 집 한국에 도착한게 지난 달 23일이니 벌써 귀국한지도 오늘로 18일째다. 어느새 보름도 더 되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5년 전 유럽으로 첫 배낭여행을 떠났던 때를 떠올려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유럽은 생각보다 꽤 많이 달라져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있어서 특히 와닿는건 바로 '저가항공'의 대중화. 그 때만 해도 유레일패스로 기차를 타는 것 이외에는 딱히 더 저렴한 방법도, 더 편한 방법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경을 넘어 멀리 다닐 때조차 기차 보다는 비행기가 더 싸게 먹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베르가모(Bergamo)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시간 조금 못되게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다. 한국사람들에겐 그리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지만 밀라노에서 라이언에어(Ryanair)를 이용해본 사람들에게는 꽤나 익숙할 법한 도시다. 바로 밀라노행(이름만 밀라노행이다) 라이언에어 비행기가 오고가는 공항이 베르가모 공..
딱 이틀간의 짧았던 베를린과의 만남. 그 마지막은 파울, 우린이, 제시,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게될 새해 맞이다. 처음엔 우리가 머무는 토비의 아파트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할 계획이었지만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많아져 장소를 바꿨다.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 우리에게 열쇠를 전해주었던 윗집 제시도 파티에 함께 가기로 했다. 2011년 독일에서의 마지막 기록. 지금부터 새해 맞이 세 시간전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보자. 세 시간 전 집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파티장소로 가려는데 벌써부터 거리에는 폭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참 급하기도 하지. 사실 폭죽소리는 해질 무렵부터 베를린 전체에 서서히 울려퍼지기 시작했었다,. 심지어 지하철 역 안에서 마구 쏘아대는 철없는 젊은이들도 간혹..
크리스마스, 스키장, 쾰른여행 그리고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빈 맥주병들. 뒤셀도르프에서의 꿈같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12월 29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교통비가 아닐까.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또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기차 탑승은 늘 예상치 못한 초과 지출을 불러온다. 더군다나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지라 걱정을 좀 했었다. 다행히 파울이 찾아낸 기가막힌(?) 대안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기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갈 수 있었다. 오전 11 54분, 우린 뒤셀도르프 Hbf에서 완행열차에 올랐다. 베를린 도착 예정 시간은 무려 오후 8시. Düsseldorf Hbf -> Minden(Westf) -> Hann..
생각해보니 독일에는 2007년 유럽 배낭여행때 이후로 두 번째다. 그때 당시엔 뮌헨, 뉘른베르크, 로텐부르크 같은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여행했는데, 이번엔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까지 남북으로 여행하게 되었다. 묘하게 엇갈린 루트지만 유일하게 겹치는 한 곳이 있으니 다름아닌 쾰른(Köln)이다. 엄밀히 말해서 2007년 당시에는 쾰른을 '여행'하지는 않았다. 체코로 넘어가는 야간기차가 잠시 들렀던 환승역 쯤으로 기억이 난다. 환승 시간이 좀 길었던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역 근처를 돌아볼 수도 있었던것 같은데 그땐 그냥 얌전히 역에서 기다리다가 다음 기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바로 오늘, 5년만에 다시 쾰른을 찾았다. 뒤셀도르프 파울네 집에서 쾰른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이 밝았다. 어느덧 독일에 온 지도 나흘째지만 빡빡한 학교 수업에 시달리던 마드리드에서와는 달리 딱히 할일이 정해지지 않은 편안한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독일에서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만 흘렀다. 날씨도 한 몫 단단히 했다. 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이 익숙한 마드리드와는 달리, 어딘가 우중충 하면서도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뒤셀도르프의 하늘은 늘 멈춰있는것만 같았다. 독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란 우리나라의 설날과 견줄 만큼 큰 명절이다. 유럽에 오기 전까지는(더욱 정확히는 파울네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전까진) 몰랐지만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더라. 그런 점에서 난 참 행운아다. 멀리 마드리드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보낸것도 과분한데 독일의 가정집..
마드리드 공과대학교의 2011년 2학기 공식 종강일은 12월 21일 수요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로 떠나는 내 비행기표 역시 12월 21일 출발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일찍이 종강을 했지만 한국에서도 늘 그랬듯이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는건 설계스튜디오 과목이다. 강의 계획표 상에는 12월 19일 월요일 마감이었던게 어찌된 영문인지 21일 수요일로 일정이 변경되어버렸다. 마감 제출시간은 정오~오후 1시 사이, 뒤셀도르프로 가는 내 비행기표는 오전 11시 20분 출발. 결국 교수님께 따로 말씀드려 하루 일찍 마감을 하고서야 독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기 마지막 할 일을 끝내고,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소박한 종강파티 뒤에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오전 1..
스페인은 곧 ‘피에스따(fiesta, 파티)’다. 매일 밤 창문을 통해 길거리에 전해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시끌벅적한 분위기, 신나는 음악. 이제는 오히려 길거리가 조용하면 되려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 그만큼 피에스따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화이자 곧 스페인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알고 지내던 서어서문과 친구가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도 그랬었다. ‘잘 다녀 와’가 아닌 ‘피에스따 잘 하고 와’ 피에스따는 보통 밤 10시~11시 사이에 시작된다. 여기엔 별다른 규칙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사실 따로 없다. 그냥 누구 한 명이 자기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면 다같이 모여 새벽 3~4시까지 음식과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하고 그러면 된다. 그나마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