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가운데에 돌이 우뚝 솟아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촉석루. 촉석루라는 정식 명칭 보다는 '논개'라고 하면 아!하고 떠오르는 바로 그 곳이다. 촉석루가 발 딛고 있는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무대이기도 하다. 손가락이 미끄러질까 열손가락을 깍지 낀 채 왜장을 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던 논개의 충절을 떠올려보며 진주성을 찾아간다. 내가 진주성에 도착했을때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있었다. 희끄무레한 하늘 아래 황토빛 남강은, 진주성을 감싸 흐르며, 빗소리와 함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진주성은 삼국시대에 본디 토성으로 쌓아졌었지만,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돌로 다시 고쳐 쌓았다고 한다. 성의 남쪽으로는 남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청천, 북쪽으로는 못이 하나 있고 주위가 절벽..
남해 해안 일주도로에서 살짝 빠져나와 드라이브를 계속하면 이내 '물건항'에 이르게 된다. 시원스레 하늘을 향해 열린 바다의 모습과, 작고 아담한 두 개의 등대가 인상적인 물건항. 평범한 마을이겠거니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어딘가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해에만 있는 특별한 관광지, 여기가 바로 '남해 독일 마을'이다. 붉은색 지붕과 새하얀 벽, 나무 창틀이 인상적인 이 곳의 집들은, 하나 같이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특별한 마을이 생기게 된걸까.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다. 오래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어촌마을 가운데 이런 풍경을 보고있으니 어째 쌩뚱맞기도 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이국적인 마을을 관광지라고 찾..
나는 차도, 운전면허도 없다. 차는 여행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동수단이지만, 어쩌면 차가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은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기 때문일까. 때로는 차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여행지도 있다. 일명 '드라이브 코스'. 시선이 옮겨갈 때 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수만가지 풍경들은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기엔 너무도 많다. 드라이브를 즐기는건 어쩌면 달콤한 와인을 천천히 즐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차가없었다면 이 멋진 풍경들을 보지 못할뻔 했으니, 차에게 감사해야할까.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자동차 뒷좌석은 자연스럽게 면허가 없는 나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힘들어하는 친구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매물도'는 이제, 남도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할 명소가 되었다. 차를 타고도 너무나 먼 통영까지 가야하고, 거기서 배를 타고 다시 한시간 반을 가야하는 섬중의 섬. 자칫 뱃시간을 잘못 맞추기라도 하면 꼼짝 없이 하룻밤을 묵어 가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리는곳이 바로 소매물도다. 그렇게 고생할 각오를 하고서라도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그 곳. 소매물도는 참 특별한 섬이다. '소매물도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배타고 소매물도까지 가는 길에 스친 풍경들을 포스팅을 했던게 작년 8월이니, 배에서 내려 소매물도에 들어가기 까지 꼬박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소매물도에 다녀온지는 이제 꽤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마치 사진 속에서 영원히 ..
섬이 많아 다도해라 불리는 남쪽 바다. 푸른 바다위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 하지만 늘 사진으로 볼수 밖에 없었기에 아쉬웠던 곳이다. 서울에서만 살아 남해바다는 구경도 못해봤던 '서울촌놈'인 내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섬이 있었으니, 바로 '소매물도'다. 경상남도 통영시에 속해있는 소매물도는 사는 사람이 40명 정도뿐인 정말 작은 섬이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기도 하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무슨일이 있어도 소매물도만큼은 꼭 보고오리라 다짐했었는데, 출발하기 전 일기예보를 보면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배를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인 만큼 날씨가 흐리거나 파도가 높으면 안되기도 했지만, 힘들게 찾아간 섬에서 구름만 잔뜩 낀 뿌연 경치..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내는 비경으로 유명한 다도해. 경상남도 통영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한 곳으로,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만큼 빼어난 경치와 볼거리를 자랑한다. 소매물도, 비진도, 욕지도 등 가까운 섬들로 나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기도하고, 매콤하고 맛있는 충무김밥과 뜨끈한 시락국하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초록빛 섬들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가볼곳이 많은 통영이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바닷가의 조그만 달동네 한 곳이 통영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통영의 '강구안항'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언덕에는 조그마한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동피랑 마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피랑' 어째 우리나라말이 아닌..
'104마을' 마을이름에 난데없이 104라는 숫자가 떡하니 들어가 있다. 어떤 마을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걸까. 서울의 북쪽 끝자락, 불암산과 수락산이 만나는 곳에 조그만 야산을 따라 위치한 달동네. 사람들은 이곳 노원구 중계본동을 '104마을'이라고 부른다. 2000세대정도가 살고있는 이곳은 서울에 남아있는 달동네 중에선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중계본동 104마을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따라 어찌나 하늘이 맑고 해가 내리쬐던지 언덕을 오르는 내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엔 야산을 따라 배나무가 자라던 이곳에 1967년 주변 일대의 개발로 인해 판자집에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
청보리밭, 고창읍성, 선운사, 고인돌마을... 전라북도 고창에는 가볼곳도 많고 즐길것도 많다. 게다가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한잔이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곳이 어디 있으랴. 헌데, 작년 초부터 고창에서 둘러봐야 할곳이 한곳 더 생겼다고 하는데, 이미 신문, 잡지 등 매스컴을 통해서 한껏 유명세를 타고있는 안현 '돋음볕 마을'이다. '돋음볕'은 해돋이 무렵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지만 왠지모르게 정감가는 따스한 느낌의 말이다.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 '돋음볕 마을'은 과연 어떤곳일까. 얼핏보면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바 없어보이는 소박한 풍경. 하지만 어째 마을 초입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것같은 하얀 벽은 도화지가 되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