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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태양이 매일 이글거리던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피렌체, 플로렌스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딱 여행의 중간쯤 왔다.
 아직 가야할 곳도, 봐야할 것도 너무나 많이 남았지만 몸은 많이 지쳐버렸다.

 피렌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면, 야간열차를 타고 드디어 스위스로 넘어가게 된다. 계속해서 강행군을 하다보면 언젠간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릴게 분명하기에 피렌체에서는 여행의 전반부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가볍에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피렌체는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재미있는 도시다.

 나처럼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필리포 브루넬리스키와 두오모로 이어지는 르네상스 건축의 발상지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이탈리아 젤라또의 본고장으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죽제품의 천국, 밀라노로 가기위한 거점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무대로,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꼭 들러보아야 할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도시로,
 
 ...

 아기자기한 조그만 집들과 따스한 붉은빛의 지붕들 처럼
피렌체는 작지만 풍성한 그런 도시였다.


 피렌체를 찾는 여러 여행객들 중에서,
나는 세가지에 해당했던것 같다.

 건축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우피치 미술관을 보고싶은 한 사람으로, 그리고 맛있는 젤라또.

 우리는 피렌체에 내리자 마자,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제일먼저 두오모를 찾아갔다.
 많은 사람들은 이곳 두오모를 냉정과 열정사이를 떠올리며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피렌체의 두오모는 사실 건축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로마네스크, 고딕건축에 이어 르네상스 건축이 시작된다.
 건축사가들은 이 르네상스의 건축의 시작을, 피렌체 두오모의 돔 설계로 본다.

 이곳 두오모의 돔을 제외한 모든 건물은 이미 고딕시대에 다 지어진 채로 미완성으로 남아있었다.
높이가 50m 나 되는 거대한 돔을 완공하기 위해서 현상설계를 공모했고, 결국 금세공 기술자였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당선되면서 르네상스 건축이 시작된다.

 르네상스 건축은, 고전건축을 완벽히 이해하고 현대 건축에 욕구에 맞게 그것을 이용한다.
 브루넬레스키 역시 로마의 유적들을 과학적으로 면밀히 연구함으로써, 복잡한 구조적, 형태적 문제에 대한 탁월한 해결안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곳 피렌체의 두오모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2중 껍질구조(double shell structure)'가 사용되었다.


 사실, 이곳 피렌체를 찾았을때는 서양건축사를 공부하기 전이었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유럽을 갔다온 바로 다음학기에 공부한 내용들이다.

 너무도 아쉬웠지만, 다음에 꼭 다시 가볼 수 있길 바라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는데에 만족해야만 했다.


 두오모 다음으로 유명한 곳은 '우피치 미술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워낙 유명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두세시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우리는 운좋게도 한시간 반정도 줄을 서고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미술관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앞에는 수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몇몇 초상화 화가들은 참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한번 부탁해볼까 생각했지만, 너무 비싸더라.
 그냥 다른 사람 초상화 그리는걸 보는걸로 만족하고,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예전에 유럽 거리의 예술가들에 대해 써놓은 포스팅이 몇개 있는데, 아래 링크를 걸어둔다.

>사진으로 보는 나의 유럽_거리의 예술가들_1
>사진으로 보는 나의 유럽_거리의 예술가들_2


 유럽 여행의 기억을 다시 되새겨 보면,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중에서도 이곳 우피치가 가장 보람있었다.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을 찍어올 수는 없었지만.

 전시실이 재미있게 되어있는것도 기억에 남는다.
 평면도에서 보이는것 처럼, 긴 하나의 복도가 중앙에 있고 각 전시실들은 복도에서 가지를 치듯 옆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복도를 걸어가면서 마음에드는 전시실만 골라서 볼 수 있는 셈이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이 미술이나 예술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두세시간씩 줄을서야 들어갈 수 있는 우피치는 데려가기 참 어려운 곳이다. 그렇지만 젤라또를 사주며 달래는 한이 있어도 꼭 한번 들어가 봐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피치를 나와서 베끼오 다리로 향한다.

 어느 가이드북이든 이곳 베끼오 다리는 피렌체에서 꼭 찾아가 보라고 아우성이다.
 잘 모르는 여행객들은 가이드북을 믿고 따라가는 수밖에.

 베끼오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다리위에 상점과 주택이 지어져서 마치 물위에 떠있는 건물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원래 상점들은 정육점으로 쓰이던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귀금속 상가로 쓰이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예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사람사는 냄새로 가득할 줄 알았던 베끼오는 자본주의에 물든 상인들과 손님들만 가득한 곳이 되어버렸다.
 몇장 사진만 찍고는 얼른 그곳을 빠져나와버렸다.

 너무 많은 건물을 다리위에 지어서, 지금은 다리에 금이 가고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값비싼 귀금속들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한 베끼오 다리가 무너진다면...
 음, 그런일은 없어야 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무게도 충분히 무거워 보였다.


 베끼오 다리를 다시 건너와서 강가를 따라 느긋하게 산책을 즐겼다.
 마침 강가에서는 한창 조정 경기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나이도 지긋하신 중년의 아저씨들 이었지만, 오늘처럼 화창한 날 강가에 모여 스포츠를 즐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저녁때가 다되어 우리는 피렌체가 한눈에 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참 영어를 안쓴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곳에 있기에 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하는데, 영어가 안통하니 정류장마다 계속 확인하며 힘들게 찾아갔다.

 언덕에 올라 차분한 마음으로 노을지는 피렌체를 바라보며, 이탈리아와의 추억을 차곡차곡 가슴속에 정리한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언젠간 다시 만날 날이 오길 바라며, 주섬주섬 다음 여행지인 스위스로 떠날 채비를 해본다.


참고문헌
Winand W. Klassen, 심우갑.조희철 옮김, 서양건축사
www.virtualuffizi.com/uffizi/map, 우피치 미술관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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