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도시다. 리스본 다음가는 제 2의 도시지만 어쩐지 한국 웹상에서는 포르투보다 FC포르투가 상위에 검색된다. 실제로 인구는 약 24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밀도와 규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 2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의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는 과거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무역의 중심지이자 포르투갈의 기원이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고있다. 비몽사몽 아픈몸을 이끌고 간밤에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힘겨운 여정이었다. 미리 앱으로 검색해놓은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닫혀있었고 얼떨결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
예전에 웹상에서 '세상의 끝'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자욱한 안개 위로 깎아지는 듯한 높은 절벽이 날카롭게 이어지는 풍경으로 기억된다. 그 사진은 실제 영국 어느 지역에 있는 '하얀 절벽'이라는 곳이라고 하는데 다른 사진을 더 찾아보니 맑은날의 풍경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호까곶(Cabo da roca) 또한 여느 해안 절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진짜 '세상의 끝'이다. 적어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의 유럽인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그랬을 것이다. 포르투갈 서쪽 해안선에서 대서양을 향해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 이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다. 꽤 의미 있는 장소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하도 푸지게 먹고 놀아서인지 몸이 무겁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행하며 이렇게 마음 편히 놀고먹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스무 살 멋모르고 떠났던 첫 유럽여행에선 여유보다는 의무감이 앞서곤 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들르고 봐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황당한 생각이 또 어디 있을까 싶지만, 그땐 그게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운 좋게 맞이한 두 번째 유럽 여행은 더욱 즐겁고 풍성하기만 했다. 특히나 포르투갈에서의 짧은 일주일은 그 절정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의 여행은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여행하며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리스본에서의 둘째 날 아침 메뉴는 내가 제안한 프렌치토스..
텅 빈 캔버스 위에 도시를 그린다고 상상해보자. 우선은 배경, 코발트빛 하늘, 7개의 언덕, 푸른 강물 정도면 될 것이다. 다음은 세부적인 것들을 그려야 할 차례. 알록달록한 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 사람들이 햇빛을 쬐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광장... 이 정도면 경치는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무엇인가 상징물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현수교처럼 생긴 다리, 마누엘 양식의 작은 탑, 하얀 돔을 그려 넣어보자. 자, 이정도면 완벽하다. 이제 한발짝 물러서서 방금 그린 걸작을 한 번 살펴보자. 이것이 바로 리스본이다. -론니플래닛 스페인&포르투갈편 823p. 줄곧 스페인에 대해서만 써오다가 갑작스레 포르투갈 이야기를 꺼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익숙한 책 한권을 펼쳤다. ..
입사 2년차 중반에 접어들던 지난 초여름, 처음으로 혼자 주택 설계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대상 부지를 답사를 시작으로 사례조사와 대지분석, 기본설계 제안까지의 초기 과정은 학교에서 하던 설계스튜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안이 어느정도 잡히고 본격적으로 공사용 도면을 그리는 실시설계가 진행되면서 부터는 난생 처음해보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 시간이 오래걸리는건 물론이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다행히도 이제는 설계가 거의 마무리되어 착공을 준비하는 중이다. 건축에서 도면은 설계자의 생각을 시공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다. 하나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는 물론이고 창호도, 내부전개도, 화장실상세도, 천장도, 우오수계통도 등 수 많은 종류의 도면들이 ..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 Valls, 1951~)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건축가다. 학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나 이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로 진학하여 토목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건축학과 공학을 모두 섭렵한 독특한 커리어 덕분인지 그의 작품들은 자연물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독특한 구조미로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현대자동차 광고를 이 곳 발렌시아의 칼라트라바 건축물을 배경으로 촬영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바르셀로나(Barcelona)가 가우디의 도시라면 발렌시아(València)는 단연 칼라트라바의 도시다. 이 곳에서 나고자란 그는 건축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뒤 돌아와 많은 건축물들을 고향에 남겼다. 하지만 꼭 칼라트라바가 아니더라도 발렌..
다시 11월이다. 살다 보면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자주 잊곤 한다. 올해도 그랬다. 이른 아침 출근길 코 끝 스치는 한기에서야 새삼 겨울이 문턱까지 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스페인의 작은 도시 꾸엔까에서 나의 코 끝을 스쳤던 그 때의 바람이 생각났다. 이제는 거의 3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된 여행기다. 이야기는 지난 글,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와의 기막힌 동거(http://ramzy.tistory.com/349 )'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 전까지 신나게 여행할 일만 남아있던 무렵이었다. 세계일주 중인 후배 신현재와 마드리드 내 집에서 잠시 동거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페인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다. 겨우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 스페인, 포르..
지난 6개월간의 나의 마드리드 교환학생 생활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시즌 1은 처음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한 학기를 열심히 다니며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시기, 시즌 2는 학기가 끝나고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와 마드리드에서 한 방에 한 달 넘도록 함께 살았던 시기, 그리고 마지막 시즌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하던 시기. 그동안 여행기만 주구장창 써왔으니 오늘은 잠깐 사이드로 빠져서 교환학생 생활의 시즌 2를 가볍게 정리해볼까 한다. 위에서 언급한것 처럼 시즌 2는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가 마드리드 내 방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신현재라는 친구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http://ramzy.tistory.com/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