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7명의 남녀가 모여사는 마드리드의 우리집. c/Maudes 16번지 5층에서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특별한 만찬이 펼쳐진다. 이름하야 '일요일의 만찬(Cenita de Mudes)'. Vincente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된 이 전통은 벌써 두 달 넘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전통이라고 부를 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남들에게 자랑하고 초대하고플 만큼 멋진 일이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라고 쓰고 자랑이라고 읽는다)해볼까 한다. 마드리드엔 우리집처럼 이렇게 에라스무스들이 중심이되어 모여 사는 삐소(piso)가 꽤 많다. 전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느꼈던건 집집마다 나름의 규칙같은게 정해져 있다는 점. 아무래도 국적도, 성별도 제각각인 여러 친구들이 모여살다보니..
외국친구들이랑 함께 '밥'을 해서 먹다보면 '한국인'과 '밥'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그중 제일 흥미로운 질문은 '한국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어?'라는 질문. 당연히 이 질문에 답은 '밥'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말해주면 의외로 많은 외국 친구들이 놀란다. 어떻게 아침에도 밥을 먹을 수 있냐며... 마드리드에 온 이후로 생각보다 꽤 많은 외국 친구들이 밥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우리나라 처럼 '맨밥'과 '반찬'의 개념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요리가 '덮밥'이다. 쉽게 말해서 고기와 야채를 가지고 자작하게 국물있는 요리를 만든뒤 흰 쌀밥에 섞어(비벼)먹는 식이다. 요리하기가 귀찮으면 하다못해 간장이라도 넣어서 밥을 비벼 먹는다. 이..
지난번 느글느글 파스타 열전에 이어 오늘은 볶음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페인에 오니 언어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모든게 다 달라졌지만 토종 한국인스러운 내 식성만큼은 쉽게 변하질 않더라. 그렇다고 늘 한식만을 고집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파스타 보다는 밥이 들어가는 요리가 훨씬 든든하다는 뜻. 이사오고 한동안은 파스타보다 밥을 더 많이 해먹었다. 쌀은 까르푸에서도 1kg 단위로 포장된걸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 먹던 쌀이랑 아주 비슷하다. 게다가 전기밥솥이 없어 늘 냄비밥으로 1인분씩 하는데 밥도 꽤 잘되는 편이다. 밥을 자주 먹게된건 꼭 내 식성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집에 같이 살고있는 독일 남자애 둘, 프랑스 남자애 하나... 얘네들도 밥을 거의 매일같이 먹는다...
전날 밤 눈물젖은 치맥을 먹고 찜질방으로 돌아와 바로 골아떨어졌다. 장산역 바로 앞 상가건물에 있는 찜질방이었는데 규모도 꽤 크고 시설도 좋아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피곤했는지 세명 모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비몽사몽. 결국 열한시가 다 되어서야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늦잠도 잔 마당에 오늘은 그냥 천천히 해운대나 한바퀴 돌아보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그전에 늦은 아침을 먹으러 이동! 장산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해운대까지 편하게 올 수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부산의 명물 밀면. 마침 해운대 근처에 유명한 밀면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밀면전문점'이라고만 써있는 간판..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계속 펜을 굴려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얼마 후, 인터넷을 기웃거려가며 가장 짜릿한,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일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며시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바싹 다가가 앉아 비행기표를 찾아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그렇게 일탈을 꿈꾸며 시작된다. 인도를 여행하며 서양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차림새만 봐도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짜배기 배낭여행자였다. 이번 여행도 벌써 1년째 계속되는 중이란다.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왜 그렇게 오랬동안 여행을 하고 있냐고. 돌아온 그의 답은 ..
2년전 유럽을 여행할때만 해도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을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 굳이 더 비싼 돈을 줘가면서 까지 한국음식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의 강한 향신료와 어딜가도 하나같이 짜고, 느끼하고, 맵고... 너무 강렬한 인도음식들만으로 여행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는 매일같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진짜 인도식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마냥 신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모양이다.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샌가 한국음식, 김치, 라면 ..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