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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 

어서오세요~ 오늘은 뭘 드시겠어요?


 길거리를 걷다보면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는 이런 군것질 가게들. 인도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여행자들의 추억이 어려있는 싸고도 맛있는 인도 군것질의 세계로 잠시 빠져들어보자.





짜이
인도에서는 아침에 짜이를 한잔 마시지 못하면 일도 안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서민 음료 짜이(마살리티)! 한국사람들에게는 비싼 커피샵에서 한잔에 5800원씩 주고 사먹어야하는 '로얄 밀크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음... 우리나라의 데자와라는 음료수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맛의 깊이는 훨씬 더 풍부하다. 
 인도사람들은 아침에 짜이를 한잔 마시지 못하면 일도 안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미 사람들이 널리 즐겨찾는 국민음료가 되었다는 말. 집에서 끓여먹기도 쉽고, 길거리에서는 한잔에 단돈 2루피(60원)면 마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군것질꺼리가 또 어디있을까.

 질이 떨어지는 홍차를 우유와 설탕을 넣고 달달하게 끓이면 순식간에 짜이가 완성된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다스리던 시절, 영국인들이 즐기는 홍차를 대량으로 값싸게 구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홍차 재배가 시작되었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순식간에 홍차는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값비싼 홍차가 인도에 지천으로 널리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음료를 만들어 볼 궁리를 하게 되고, 단걸 좋아하는 인도인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지금의 짜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만, 요즘 젊은 인도청년들은 짜이보다는 탄산음료를 더 즐긴다고 하지만, 내 입맛에는 정말 딱이었다! 하루에 한잔, 두잔 마시다보면 어느새 침대 머리맡에는 빈 유리잔이 수북히 쌓여있곤 했다...^^


 짜이가 얼마나 대중적인고 하니, 커다란 보온통을 등에 지고 다니며 기차역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짜이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착된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루함에 몸을 베베 꼬고 있던 중, "짜이~ 짜이티~"라고 외치는 소리에 나도모르게 달려가 한잔을 사왔다. 테이크 아웃 짜이는 조금 특이한데, 종이컵에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티백으로된 홍차를 넣어준 뒤 우유와 설탕을 끓인 물을 거기에 부어준다. 집에서 끓여주는 것보다야 맛이 훨씬 덜하지만 그래도 나름 꽤 괜찮았던것 같다.





사모사와 친구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지만 그래도 맛있는



 우리나라에 유과나 한과가 있듯, 인도에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 먹거리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같이 너무 달았다. 그 단맛의 강도라는게 어느정도냐 하니 한입 베어물면 단맛에 혀가 얼얼할 정도여서 더 먹을 엄두를 못낼 정도였다. 사모사는 그중 대표적인 인기 음식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소를 넣은 군만두 비슷한걸 기름에 튀겨낸 음식. 속에 뭐가 들어가는지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달라지는데 이마저도 앙금이나 설탕잼같은 단걸 가득넣어서 튀김옷만 벗겨 먹은 적도 있을 정도였다. 어쩜 그리도 한결같이 단맛을 좋아하는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허허

 사모사 말고도 전통 군것질을 파는 곳에서는 신기한 음식들을 많이 팔곤 하는데 사진속의 경단처럼 보이는 것들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달다. 매우매우 달다. 혀를 살짝 대보고는 더 먹었다가는 탈이 날것같아서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다. 인도의 단맛, 강한 향신료... 경험해보지 못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극한의 맛이다!





아이스크림
4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도 난 행복해



 인도에서 아이스크림은 그리 흔한 음식은 아닌듯 했다. 매일같이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여름 날씨속에서 차가운(사실은 미지근한에 가깝다) 음료수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매일같이 아이스크림을 찾아 헤맸다. 인도의 아이스크림은 뭔가 다를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속 가게의 간판에 그려진 것 처럼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과 맛이 꽤 비슷하다. 하지만 인도 물가에 비해 꽤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게 흠.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길을 떠나는 날이면 내 키보다 더 큰 배낭이 왜그렇게 가볍게만 느껴지던지...



 버스 안까지 쫒아와 아이스크림을 팔던 꼬마가 있어서 가여운 마음에 하나 사본 적도 있었는데 그 맛이 참 기괴했다. 얼핏 생각에는 팥 앙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같았는데 먹다보니 이건 거의 두부맛에 가깝다. 당연히 까먹지 않고 단맛이 200% 추가되어있지만 말이다. 뭔가 질척질척한 땅콩버터를 두부에 비벼먹는 듯한 아이스크림에 경악을 했던 추억...

 마지막 사진은 마운트 아부에서 사먹었던 가장 아이스크림다운 아이스크림! 소프트아이스크림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달려가서 하나씩 골라잡았다. 인도의 다른 도시였으면 구경도 못했을 법 하지만 최고의 휴양지 답게 이정도 아이스크림을 갖춰놓는 센스는 기본!





봉지과자
과자마저 향신료를 뿌려놓았을 줄이야



 LAYS. 미국을 여행할때 먹었던 기억이 나서 팔고있는 모든 맛을 일단 다 사왔다. 미국에서도 팔고있는 이 과자가 과연 인도에서는 어떤 맛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나 짜고 강렬한 인도풍(?)이었달까...

 네가지 봉지과자의 맛은 각각 cream & onion, spanish tomato, classic salted, MAGIC MASALA.
 매직 마살라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한국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맛이었는데, 이 매직 마살라라는 맛이 너무 궁금했다. 마살라는 인도에서 사용하는 향신료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기도 한데, 해석해보면 감자칩에다가 인도풍 향신료를 첨가했다는 말이 된다. 한입 베어물어보니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인도 냄새(이런 향과 맛을 여행하는 내내 인도냄새라고 불렀었다)가 물씬 풍겨온다. 조금 짜긴했지만 맛은 좋았다. 부스러기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버린 내 모습을 보면서 벌써 인도사람 다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노란 봉지 오른쪽 아래에 보면 하얀 네모안에 초록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마크가 하나 붙어있는데,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만의 독특한 문화중 하나다. 이 마크가 붙은 음식이나 과자들은 채식주의자가 먹어도 괜찮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망고
인도하면 망고, 망고하면 인도



 인도의 국가 상징과일은 '망고'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는 어렵고 그나마 과일로 먹을 수 있는 수입 망고들은 대부분 맛이 좋지 않아서 주스를 마시는걸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인도는 정말 천국과도 같은 곳! 길거리 여기저기서 망고를 팔고있는 수레들이 내 눈에는 황금을 가득 싣고있는 마차로 보일 정도였다!
 값도 싸고, 아무데서나 사먹어도 그 맛은 가히 일품이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모든 맛이 어우러져 과일의 왕으로 꼽힌다는 망고야말로 인도를 여행하며 원없이 먹어봐야할 군것질중에 하나다. 게다가 강행군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여행자에게는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피로회복제까지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쓰다보니 너무 망고예찬만 주욱 늘어놓은것 같네. 사실 내가 그만큼 망고를 좋아하고 많이 먹기도 했다. 인도에는 망고 뿐 아니라 다른 과일도 지천에 널렸다. 지역마다 기후도 다르고 식생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있는 이 지역의 대표 과일이 뭔지 어떤게 맛있는지를 조금 알아보고 선택한다면 과일로 가득한 멋진 만찬을 숙소에서 즐길수도 있다. 바나나, 메론, 수박, 토마토, 망고, 무화과, 구아바... 싼 가격에 비해 맛이 꽤 괜찮은 과일들이 많으니 인도에 가면 꼭 시장에 들러보시길...^^









야채샐러드?
도저히 시도할 수 없었던 궁극의 간식



 주로 인도 현지인들이 타는 로컬트레인이나 SL 클래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기차에 올라서 군것질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짜이티부터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건 바로 사진속의 야채샐러드.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만드는 과정을 대충 살펴보니 양파나 오이같은 야채들을 잘게 채를 썰고 콩 비스무리한 것과 함께 그릇에 담은 뒤 소금과 후추를 과할 정도로 넣어서 섞어준다. 너무 심하게 짤 것 같기도 하고 기차 바닥에서 칼질하고 손으로 버무려주는게 위생상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는 인기 최고의 간식인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주문하는 소리에 칼질하는 아주머니 손길이 바빠지시고... 다음에 인도에 다시 오면 저걸 먹어볼 용기가 생길까...?






군옥수수
아무래도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 먹는게 제맛




 외진 마을을 지나며 로컬 버스를 타고 여행할 때였다. 잠시 한적한 길가에 멈춰서 쉬어가는데 별안간 버스 안으로 군옥수수를 한웅큼 쥐고있는 꼬마아이가 올라타서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떻게 구웠는지는 몰라도 거의 탄옥수수에 가까운 모습에 선뜻 사줄 용기가 생기질 않고 그냥 미안하다고 말한 뒤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고나니 또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인도의 군옥수수는 무슨맛일까? 밖에 나와보니 내 또래 청년들이 모여서 군것질을 하고 있길래 나도 좀 달라고 부탁했다. 선뜻 땅콩이며 볶은 콩과 함께 군옥수수를 몇알 떼어서 내 손에 담아준다. 오물오물... 아! 군옥수수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던 알이 실한 옥수수와는 달리 말라 비틀어져 껍질만 남은듯한 느낌에 씹는 턱이 아플 정도였다. 이런 내 모습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옆에 서있던 인도 청년들은 참 맛있게도 먹는다.






땅콩
인도 땅콩은 무슨 맛일까?



 나의 호기심은 군옥수수에서 그치지 않았고... 이번에는 기차 안에서 파는 땅콩을 한웅큼 사봤다. 앉은 자리에서 양팔저울로 무게를 재고 바로 담아주시는데 생김새는 우리나라 땅콩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막상 껍질을 까보니 길쭉한 땅콩이 아니라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동그란 땅콩이 들어있다. 까먹는 수고에 비해 입에 들어오는게 너무 없지만 의외로 맛은 좋더라. 창밖에 손을 내밀고 하나씩 조심스럽게 까먹고 있는데 옆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나를 툭툭 치더니 그냥 바닥에 껍질을 까도 된다고 하신다. 허허허... 좋아해야 하는지 괜찮다고 말해야하는지...






라씨
인도의 사람들 수 많큼이나 종류도 많은 라씨



 다시 조금은 대중적인 먹거리로 화제를 돌려보자. 인도하면 짜이와 함께 생각나는 대표적인 마실거리가 바로 라씨다. 떠먹는 요구르트를 조금더 묽게 만든 듯한 느낌인데,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파는 'LASSI'라는 음료수는 사실 진짜 라씨 맛이랑은 거리가 꽤 멀다. 뭔가 알수없는 은은한 향기와 함께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양도 꽤 많아서 한잔 마시고 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하기도 하다.

 아무것도 넣지않은 플레인 라씨말고도 망고, 바나나, 초코, 딸기, 열대과일, 건포도 그리고 마리화나(!)까지. 라씨에는 못넣어 먹는게 없다. 가장 맛있었던건 망고와 바나나 라씨. 하지만 라씨만 전문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 일반 음식점에서 라씨를 시켜먹으면 다음날 하루종일 화장실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심하자.






킹피셔
인도는 금주국가? 무슨소리!



 인도는 엄격한 종교와 계율로 인해 나라 전체가 금주국가라고 알고있는 사람들이 더러있는데 사실 그렇진 않다. 허가 받은 곳에서는 술을 팔수 있고, 불법으로도 관광객들에게 술을 조달해주는 사람들도 꽤 많다. 술을 먹지못하는 나라라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할테고...

 인도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맥주는 킹피셔. 700ml 큰병 하나에 라벨에는 분명 92루피(3000원 정도)라고 적어져 있음에도 파는 곳에 따라서 적게는 120루피부터 심하면 200루피까지 판매되고 있다. 음식이나 방값같은 다른 물가에 비해서 술값은 심하게 비싼 편이다. 그래도 탄두리치킨하나 시켜놓고 마시는 맥주 한잔이면 어느새 서로의 여행담으로 이야기꽃이 활짝 피곤 했었다.



 문득 인도에서 먹어본 군것질거리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찬찬히 찍어온 사진들을 살펴보는데 참 먹기도 많이 먹었다. 길거리 음식을 잘못 먹어서 탈이 난적도 몇번 있었지만 그래도 현지인들과 함께 나눠먹는 소소한 군것질거리 하나에 그들의 문화가 녹아있고 삶이 묻어난다. 
 코끝이 찡했던 마살라의 향기도, 입안이 얼얼하게 달았던 사모사도... 그땐 마냥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그립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었던 인도의 맛과 향, 그 혀끝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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