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손에 카메라를 쥐고 사진을 막 시작하던 때에만 해도 스피드 라이트(스트로보)는 전문가들이나 쓰는 것이려니, 하고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으로 치부해 버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사진은 빛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저 주어지는 빛만 가지고 찍는 것 보다는 내가 원하는 대로 빛을 더해주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수들은 한결같이 일단 스피드 라이트를 구입하도록 권하는가보다. 필자 역시 같은 이유에서 꽤 오래전에 Pentax 360 FGZ 라는 보급형 스피드 라이트를 구매했었다. 비록 가이드 넘버도 작고 끄덕끄덕(상하 각도 조정)만 가능한 녀석이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그럭저럭 잘 써먹곤 했었다. 그런데 어..
자전거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발끝에 힘을 주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앞으로 굴러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바퀴도 덩달아 느리게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끼리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엔진에 비유하곤 한다. 즉, 아무리 비싼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건 결국 페달을 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자전거와 사람은 단순히 주인과 탈것의 관계가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힘을 합하여 달리는 한 몸과 같은 존재라는 말처럼 들린다.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기에 먼 출퇴근길을 혼자 달려도 심심하지가 않다. 나는 이제 막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어쩐지 다리에 쥐가 나도록 페달을 ..
디지털 바디에 뒤늦게 입문한 늦둥이. 여러 렌즈를 써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매일 찍는 담백한 스냅사진에 쉽게 만족해버리는 성격 때문에 다른 렌즈에는 별로 욕심이 없는 편이다. 어차피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눈으로 찍는 것. 어디까지나 장비는 도구일 뿐이라고 믿는 신념때문에 그런것도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렌즈가 생겼으니... 다름아닌 어안렌즈. 펜탁스 크롭바디에서는 어안렌즈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게 PENTAX DA 10-17 Fisheye.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덜컥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자주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감상하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드디어 맥스넷에서 대여받을 기회가 생..
다른 사람들 보다 유난히 땀이 많고, 더위를 싫어하는 나. 그런 내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결국 또 7월 마지막주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결제해버렸다! 이상하게도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고 일정을 만들다 보면 어김없이 여름, 그것도 한 여름이 되어버린다. 첫 배낭여행지인 유럽에서도 여름이었고, 인도의 사막 위에서 낙타를 탈때도 그랬고,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도 한국은 겨울이었지만 그곳은 35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이었다. 고생할걸 알면서도 이번 여름에 다시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떠나려는 나도 참 웃긴 놈인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죽을만큼 고생한 기억이 더 즐겁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여름도, 왠지 나에게는 특별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흔히 마실용이라고 부르는 미니벨로 자전거 스트라이다지만,..